▲지난 6일 화순군의회를 항의 방문한 화순군 농민회원들이 이선 운영위원장으로 부터 사건의 전말에 대한 해명을 듣고 있다.박미경
의장직을 둘러싼 의원들의 야합에 화순군 농민회는 지난 6일 군의회를 방문, 관련 의원들의 해명을 요구했다. 박종섭 화순군 농민회장은 “의장직을 놓고 의원들끼리 밀실야합을 벌이고 1년간 군민들을 감쪽같이 속였다는 건 군민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군정을 감시해야할 의회가 비리를 일삼으면서 제대로 된 군정 감시를 할 수 있겠냐?”면서 조영길 의장과 박병옥 의원은 물론 야합에 가담한 의원들의 전원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선 운영위원장과 문팔갑, 박병옥 의원 등과 의회 관계자들은 의원사무실에서 정확한 내막을 공개하라며 항의 방문한 농민회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농민회원들에게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은 각서가 존재하고 각서의 내용을 쓴 사람과 서명자가 다르다는 것과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가 지난해 7월에 작성돼 1년간 박병옥 의원이 보관하고 있었던 점을 시인했다.
이선 운영위원장은 사퇴서가 제출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조영길 의장과 이선운영위원장, 남은기 총무위원장, 문정조, 문팔갑 의원 등 6명과 윤영재 의사과장이 있는 자리에서 박병옥 의원이 봉투를 꺼내며 조영길 의장에게 사퇴서를 접수하고 처리할 것을 요구했고 순식간에 자리가 침묵에 휩싸이고 아무말이 없자 내가 나서서 윤영재 과장에게 일단 보관하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퇴서가 작성되게 된 경위에 대해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당시 군의원들은 열린우리당과 무소속으로 두파로 나눠져 있었으며 조영길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원구성 실패를 우려해 서로 의장을 하겠다는 조영길 의원과 박병옥 의원에게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두 의원이 따로 자리를 가진 후 박병옥 의원이 ‘둘이 원만히 합의했으니 조영길 의원을 도와주라’고 말했으며 이 과정에서 1년씩 의장직을 하기로 했다는 건 사퇴서가 제출될 때까지 몰랐었다”고 해명했다.
제출된 사퇴서의 처리여부에 대해선 윤영재 의회사무과장이 나서서 “사퇴서는 본인이 작성해 본인이 직접 제출해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번의 경우 이선 위원장이 보관하고 있으라고 말했을 뿐 정식으로 의회에 제출된 공식문서가 아니고 사적인 문서기 때문에 사퇴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출된 사퇴서가 지난해 7월 5일 각서와 함께 작성돼 1년 후인 2005년 6월 30일자로 서명이 된 상태에서 1년 전 작성된 사퇴서를 조영길 의장이 아닌 박병옥 의원이 1년간 보관해온 이유에 대해선 박병옥 의원이 답변했다.
박병옥 의원은 “조영길 의장이 그 당시 일년 후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수행할 수 없다며 미리 사퇴서를 써 놓은 것이고 내가 제일 미더웠던지 조영길 의장이 내게 사퇴서를 보관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화순군 농민회는 이번 정례회기 동안 화순군의회가 사건의 내막을 밝히고 군민들에게 공개 사과하며 조영길 의장의 사퇴서를 공개함은 물론, 군의회 쇄신을 위해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또 군민들에게 공식사과하지 않을 경우, 의원 전원사퇴를 요구하겠다고 밝히고 농민회의 요구는 의원간담회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이선 운영위원장의 답변을 듣고 돌아갔다.
또 지난 7일, 민주노동당 화순군 위원회는 의장사퇴서 제출과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의원들의 전격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화순군의회가 화순군민과 민주주의적 절차를 우롱하는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밀실야합 처사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엄연히 법과 민주주의적 질서와 체계가 있고 기초의회 의장직 임기가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타협과 밀실야합 등을 통해 기본적인 상식은 물론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화순군의원들의 의원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며 사건의 전말을 군민에게 공개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