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타결' 열쇠는 결국 미국에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6자 회담 두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등록 2005.07.11 09:09수정 2005.07.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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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중개가 아니라 남북 대화와 한미 공조의 산물이다.” 4차 6자회담 재개 소식을 전하는 국내 언론은 13개월간의 ‘산통’을 이렇게 집약했다. 이런 분석도 있다. “미국, 회담 기대치 낮추기 역력.”

이번 달 마지막 주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4차 6자회담이 어떤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돌아가는 정황을 조합해 그 분위기를 조심스레 점칠 수는 있을 것이다. 앞서 전달한 두 평가는 4차 6자회담을 전망하는 데 있어 놓칠 수 없는 단서가 된다.

남북 대화가 6자회담 재개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했다는 ‘중대 제안’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른바 ‘북한판 마셜 플랜’이라고도 불리는 ‘중대 제안’을 들은 북한이 핵 포기에 따른 보상의 실익을 믿게 됨으로써 회담장에 다시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한미 공조 또한 이 틀에서 이해되고 있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국의 ‘중대 제안’에 대해 “아무 문제없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이 ‘양해’함으로써 ‘거래’에 탄력이 붙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한미 공조가 이것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미국이 수용하고 ‘주권 국가’ ‘침공 의사 없음’을 되풀이 천명함으로써 북한에 회담 복귀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게 주요한 요인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의 애초 요구 사항, 즉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철회 및 사과를 미국이 수용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미국이 성의를 보였다기 보다는 북한이 양보를 했다고 보는 게 더 이치에 맞을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보면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낸 주요인은 역시 한국의 ‘중대 제안’과 미국의 ‘추인’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 지점에서 분명히 할 게 있다. 한국의 ‘중대 제안’은 6자회담 ‘재개’의 주요인이었지, 6자회담 ‘타결’의 주요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타결’의 주요인은 뭘까? 이 점에 대해 <경향신문>은 ‘동시에 주고받기’가 관건적 요소이고, 그건 미국의 성의에 달렸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3차 6자 회담에서 미국이 ‘중요 제안’을 했지만 그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취하겠다는 조치로서 상호성을 결여했던 것이었기에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번에는 미국이 ‘동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성의를 다하리라고 점치기는 쉽지 않다. 앞서 전한 미국의 ‘회담 기대치 낮추기’ 태도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가 전한 미국 관리의 말, “회담이 열리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솔직히 우리는 모른다”는 말은 뭘 뜻하는가? ‘어떤 결과’가 나오도록 미국이 미리 성의를 보일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한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중대 제안’에 대한 미국의 ‘양해’가 뭘 뜻하는지를 보여주는 말이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 장관은 지난 7일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나와 있는 제안은, 한국이 하고자 하는 바에 추가하여, 참가국들이 북한의 에너지 수요를 조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는 것이다.”

라이스 장관이 모색하고자 하는 건 한국의 ‘중대 제안’에 ‘추가’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시 말해 한국이 밥상 차리면 거기에 반찬 그릇 하나 정도만 더 얹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이뿐인가.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 포기는) 미국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북한을 둘러싼 이웃나라 모두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원칙적인 발언 같지만 달리 해석하면 “그러니 책임을 나눠서 지자”는 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대북 경제지원만을 놓고 미국의 성의 정도를 평가하는 건 잘못이다. 경제 외 분야, 즉 테러지원국 해제나 안전 보장과 같은 핵심적인 사안들이 남아있고 이 문제는 거의 전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그림도 그려볼만 하다. 한국이 주도하는 경제 지원과 미국이 주도하는 안전 보장. 썩 그럴듯한 그림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낙관할 수 없다. 미국이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작용할 변수가 너무 많다.

이란 대선에서 승리한 아흐마디네자드는 핵 개발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북핵 외에도 이란 핵 문제를 동시에 상정해 놓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이 이란 핵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북핵 문제를 앞당겨 풀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오히려 북핵 문제가 후순위로 밀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잠재적 적국인 중국을 의식해 한국을 MD체제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공연히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MD체제 구축을 위해 북핵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정도다.

여기에 미국이 동시전쟁전략, 즉 ‘윈-윈전략’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검토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북핵 해법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 시점이 밀릴 수도 있다.

4차 6자회담 재개는 두 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국의 형편은 매우 복잡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준비된 카드를 갖고 회담에 성의 있게 임할지는 미지수다.

이래저래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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