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수 '소명'이 콘서트에 푹 빠진 이유

"싸구려음악 이미지 벗어야"... <빠이빠이야> 인기몰이

등록 2005.07.12 01:49수정 2005.07.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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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검은 모자가 인상적인 가수 소명씨가 자신의 히트곡 <빠이빠이야>를 열창하고 있다

검은 모자가 인상적인 가수 소명씨가 자신의 히트곡 <빠이빠이야>를 열창하고 있다 ⓒ 정연우

"사랑의 그 약속을 내팽개치고~
떠나가는 여자야"


부산 수영구의 주부노래교실.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300여명 주부들이 강당에 빼곡히 차 있는 가운데 그들은 무대의 한 트로트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흐르자 열광하기 시작한다.


'40대의 비 오빠'라는 불리는 오늘의 게스트는 바로 히트곡 <빠이빠이야>의 가수 소명. 오늘따라 관객의 반응이 좋은지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춤을 선보이며 히트곡 메들리를 이어간다. 흥겨운 공연이 끝나자 주부들은 사인 공세와 함께 여기저기서 폰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져 나온다.

소명씨는 예전 그룹 '서울 컴퍼니'보컬로 활동한 덕분에 트로트 이외에도 발라드,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레파토리를 구사하는 '퓨전트로트형' 가수다.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시작으로 박상민의 <청바지 아가씨>까지 그의 무대는 늘 관객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a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찬 가운데 관객들이 소명씨의 노래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찬 가운데 관객들이 소명씨의 노래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 정연우

소명씨가 <빠이빠이야>를 부른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 그도 일주일에 4~5번 정도는 지방에서 얼굴 알리기에 나선다고 한다. <빠이빠이야>는 2003년 KBS 전국노래자랑 애창가요 1위로 뽑혔을 만큼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 받았지만, 정작 본인의 얼굴은 대중들에게 낯설기 때문이다.

소명씨는 요즘 3040 세대를 위한 음악프로그램이 있어 간간이 방송에도 출연한다. 하지만 아직도 트로트 가수가 출연할 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은 타 장르의 가수에 비해 폭이 좁은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콘서트. 소명씨는 이달 17일 부산 시민회관을 시작으로 6번째 단독 콘서트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트로트 가수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독 콘서트를 하는 것은 흔치않은 기회라고. 지방의 작은 행사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트로트 가수의 현실 아닌 현실이다.


a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소명씨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소명씨 ⓒ 정연우

트로트 가수로서 살아가기

온라인 음악시장이 급속한 성장을 맞고 요즘, 대다수 신세대 가수들이 디지털 음원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반면 트로트 가수들은 젊은 층이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온라인 음악시장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소명씨는 그나마 적지않은 지방무대 활동을 통해 다른 트로트 가수보다 형편은 나은 편이지만 인지도가 낮은 트로트 가수의 경우, 아예 가수활동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처음엔 고달팠던 무명 시절이 존재했다. 지금도 그 당시를 회상하면 굳은 얼굴 표정으로 힘들었다는 표현을 대신할 정도다. 그가 말하길 "록그룹을 했을 때만 해도 성인가요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는데, 내가 그 세계로 뛰어 들어 보니 장난이 아니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며 "4집 대표곡 <빠이빠이야>가 인기를 얻는데도 3년이 걸렸을 정도니, 그 동안에는 어디 가서 트로트 가수라고 명함도 내밀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소명씨는 지방에 갈 때 의상과 분장도구는 직접 챙겨서 다닌다.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잠시라도 사람 만날 기회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요즘도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서는 작은 노래교실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한다.

"트로트 가수에 대한 인식 바뀌었으면"

a 가수 소명씨. 인터뷰 도중 웃고 있는 모습

가수 소명씨. 인터뷰 도중 웃고 있는 모습 ⓒ 정연우

소명씨는 콘서트 무대로 굳이 문화회관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삶의 진솔한 모습을 노래하는 데에는 트로트만한 게 없습니다. 인생을 어느 정도 인생을 경험하신 분이라면 트로트의 맛을 아시죠. 그런 분들을 위해 저는 '트로트도 하나의 감상할 수 있는 음악장르구나'하는 틀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문화회관 콘서트였죠."

그에 따르면 트로트도 클래식처럼 하나의 음악 장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콘서트와 같은 도약의 발판이 필요하다고 한다. 트로트 하면 아직도 고속도로에서 듣는 일종의 싸구려 뽕짝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풍토에 그가 작은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이제 중견의 위치에 오른 가수 소명씨지만, 요즘 트로트가 젊은 세대에도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한번씩 나이 어린 팬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부탁할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트로트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소명씨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노래 <살아봐>의 제목처럼 이 땅의 3040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 불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가 작은 희망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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