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사이비 민족주의' 경계하라"

김상조 교수 주장... 삼성-언론재벌 동맹 '삼성저널리즘' 낳아

등록 2005.07.12 12:03수정 2005.07.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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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판검사와 유망 변호사를 블랙홀처럼 싹쓸이하는 과정에서 '삼성에서 전화 받았느냐'가 법조인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고, 삼성전자 전면광고 옆에 이건희 회장 리더십 찬양 기사를 싣는 '사회 소금기' 쫙 빠진 싱거운 신문만 남았다."

최근 우리 사회가 ‘삼성공화국’이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김상조(한성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삼성의 막강한 영향력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러나 삼성의 목적의식적 '이데올로그'를 여과 없이 대중에 전달하는 언론이야말로 '삼성공화국'의 일등공신이라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김 소장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이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7층에서 개최하는 토론회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언론의 잘못된 삼성 보도가 경제의제를 어떻게 왜곡하는지 살펴보고, 그에 대한 극복 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해 열린다.

입법, 행정, 사법, 대학, 언론마저 삼성 앞에 무릎꿇다

a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 남소연

김 소장의 발표 주제는 '삼성공화국 무엇이 문제인가'. 그는 "한국경제를 지배하는 권력자가 된 삼성의 힘은 입법, 행정, 사법, 대학, 경쟁기업 등을 모두 무릎꿇게 만들고 있다"면서 "언론부문도 예외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거대언론조차 사실상 '삼성 비판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대부분 언론이 삼성과 그 총수 일가의 부정적 측면은 침묵하면서 왜곡된 방식으로 의제를 설정·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언론지배는 '삼성신화' '삼성이데올로기' 확대에 그치지 않고, 주요 사회 의제를 왜곡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김 소장은 그같은 사례로 삼성경제연구소와 언론의 관계를 들었다. 대표적인 재계 경제연구소로 꼽히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대량생산하는 연구보고서(또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보도하는 언론의 관행이 계속 된다면 '삼성공화국' 극복은 불가능하다고 김 소장은 단언했다.


그는 "삼성경제연구소는 양적 측면에서 국책연구소를 능가하는 이데올로그와 테크노크라트를 고용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학문적 견지에서 평가하면 이들 연구보고서 상당수가 수준 이하"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언론이 이들의 주장을 아무 검증 없이 대서특필, 삼성의 선전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혹평이 뒤따랐다.

2004년 TV,라디오, 신문 등 광고비 3091억9000만원 지출


참여연대, 삼성백서 발간한다

참여연대가 '삼성공화국'의 실체를 파헤치는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삼성백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삼성의 정관계 인맥관리, 언론관리, 사회담론 및 정책의제선점 등 한국사회 지배력에 관한 부분.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항목별 보고서가 만들어지는대로 이를 공개하겠다"며 "이를 모두 묶어 백서로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정거래법,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삼성을 둘러싼 법적 논란에 대한 보도내용도 균형 잡힌 평가는커녕 사실보도에서조차 오류를 범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그는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언론인의 충분한 학습과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근본적 원인은 "언론이 '삼성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삼성의 언론지배력은 삼성의 광고비 지출현황만 봐도 드러난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TV(1665억), 라디오(117억9천), 신문(1225억6천), 잡지(83억4천) 등 4대매체 광고비 지출규모는 3091억9천만원. KBS, MBC, SBS 방송3사의 지난해 광고비 총액은 1조 8365억 6천만원. 13개 전국 일간지(경제지 3개 포함)의 지난해 매출총액은 1조 8192억원. 삼성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소장은 "언론이 삼성의 지배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삼성의 '사이비 민족주의'에 대한 언론인의 경계를 특별히 주문했다. 그는 재벌개혁 운동에서 부딪치는 가장 어려운 문제로 재벌기업과 재벌총수가 상당부분 동일시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조건을 들었다.

여기에는 민족주의 정서 강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 그는 "민족주의 정서는 우리 사회 역동성의 중요한 원천이지만 재벌이 선동하는 '사이비 민족주의 정서' 강화는 오히려 국내적 이해관계 충돌을 은폐할 수 있다"면서 "삼성이 지배력을 유지·확장하는 수단이 사이비 민족주의 정서였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위협'과 같은 터무니 없는 주장에 언론의 비판정신이 마비돼서는 안된다고 당부를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삼성 저널리즘의 공론장 왜곡'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손석춘(중앙대 겸임교수) 한겨레 논설위원은 삼성과 한국 언론재벌이 맺고 있는 동맹관계와 '삼성저널리즘'의 특성에 대해 분석했다.

삼성-언론재벌, 유대를 넘어 동맹으로

a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 ⓒ 김진석

손 논설위원은 이건희 회장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에 대한 '조중동' 보도를 예로 들면서 "사실관계까지 왜곡 보도함으로써 저널리즘의 기본을 저버리거나 상식조차 팽개친 채 지극히 자극적이고 전투적인 편집을 서슴지 않았다"며 "삼성재벌과 언론재벌 사이가 단순한 유대차원을 넘어 동맹관계에 이르렀다"고 풀이했다.

손 논설위원은 삼성과 언론재벌의 공통점으로 ▲전투적 노동통제 ▲'법대로' 이중잣대 ▲경제성장 만능론 ▲일등주의 경쟁론 ▲황제식 경영세습 등을 꼽고 이 특성을 '삼성 저널리즘'으로 명명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무노조경영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유린한다는 점에서 전투적 노동통제"라면서 "한국언론의 노동운동에 대한 마녀사냥은 그대로 삼성의 전투적 경영방침과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노조 경영'이라는 전투적 노동통제를 일상적으로 해나가면서 재벌개혁 입법에 정면으로 위헌소송을 내는 삼성의 이중잣대는 한국언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며 "탈세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언론탄압으로 강변하는 모습이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의 일등주의와 경제성장 만능론을 한국언론이 그대로 찬양하며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는 "삼성의 황제식 경영에 대해 무비판적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그 원인은 한국언론 스스로 황제식 경영과 세습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손 논설위원은 "'삼성 저널리즘'은 공론의 장을 왜곡해 삼성은 물론이고 한국경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며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삼성과 언론의 동맹을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삼성그룹 계열사간 출자비율 및 법적 현안

삼성그룹 계열사간 출자비율 및 법적 현안 ⓒ 오마이뉴스 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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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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