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만덕할망? 에코페미니즘의 모델" | | | '고래소녀 만덕' 저자 김재희씨 "신(神)격화 필요하다" | | | |
| | | ▲ 신화와 자연사를 넘나드는 만화 '고래소녀 만덕'. 에코페미니스트 김재희 씨가 쓰고 ‘색녀열전’의 장차현실 씨가 그렸다. | ⓒ장차현실 | "김만덕 할망은 제주여신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의 모델로 주저없이 만덕할망을 꼽는 김재희씨(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인)는 "김만덕의 신격화가 필요하다"며 "여기서 신은 삶과 죽음을 가르지 않는 마치 삼신할망과 같은 어머니, 할머니 같은 신(神)을 의미하며, 우상화를 의미하는 신격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생태론(ecology)과 페미니즘(feminism)이 합성된 에코페미니즘의 에코(eco-)는 희랍어의 오이코스(οικος), '집’이란 말에서 유래합니다. 경제학(eco-nomy)과 생태론(eco-logy)의 어두에 나오는 에코는 모두, 집안 살림이라는 뜻과 관련이 있지요. 차이가 있다면 경제학은 인간 중심의 살림인데 비해 생태론은 '지구생명 중심의 살림'. 경제학이 협소한 의미의 이윤 추구에 국한된 살림인 반면, 생태학은 좀더 지속적이고 순환가능한 시스템 전반의 살림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생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주의 경제학이 성립한다면, 그건 바로 경제학과 생태학의 가치가 대립이 아니라 상호 조화하는 조건을 충족시킨 원리일 겁니다".
그는 "김만덕이야 말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순결한 영혼을 가진 인물"이라며 "상류계층에서 알려진 허난설헌 등과 달리 김만덕은 어떤 여성인물 보다도 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충효의 관점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의 힘'을 보여준 역사적 인물로 재조명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래소녀 만덕>에 대한 연재동기에 대해서도 "만덕이 가진 우주적인 생명력은 어디서 얻었을까라는 고민 끝에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과 인연을 맺었던 귀신고래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고래는 인간처럼 젖을 먹이는 포유류로 유일하게 미역을 먹는 동물. 그는 "한국계 귀신고래의 학명이 'Korea Gray Whale'일 정도로 가장 우리나라 사람들과 친숙하다"며 "고래의 신비함과 만덕의 우주적 사고를 연계시키는 드라마적 상상력은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만덕이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 얼마를 무엇에 썼느냐'는 문제에 대해 막스베버적인, 즉 이분법적이고 서구적인 사고로 재단해서는 안된다"며 "인디오의 땅을 침탈한 백인들아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팍스 브리타니카를 외치며 식민지 확보에 열을 올리던 대영제국의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이란 책으로 백성이 안 굶고 사는 법을 설파할 즈음 만덕할망은 자본주의가 파국을 피하는 길과 희망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어 컨텐츠개발과 관련, "기계적으로 찍어내고 도식화하는 컨텐츠의 고민을 넘어 여성의 시대, 영성의 시대, 감성의 시대라는 맥락을 잘 살리면서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양김진웅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