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민원실'은 지금 '근육통'에 걸렸다

격무에 지친 직원들… 혜택 빈약, 처우 개선 필요 여론

등록 2005.07.12 14:36수정 2005.07.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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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민원실'. 시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부서이면서 생활에 필요한 각종 민원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가장 쉽게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이면서도 직원들에게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서다. 시간에 쫓겨 재촉하는 사람, 불만족을 표하는 사람, 잘 몰라 직원이 도와주다보면 마치 직원이 민원인이 된 것 같은 풍경을 연출하기도 하고 고성과 짜증, 게다가 심할 때는 '육두문자'가 난무하는 곳이다.

a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민원위생과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민원업무를 보기 위해 민원위생과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박성규

"사람 대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이 곳에 와서 실감하고 있다"는 한 직원의 말이 고생을 짐작케 한다. 민원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하루에 9시간, 주5일 근무를 계산할 경우 45시간이다. 꼬박 이틀간 일하는 셈. 아산시청에 설치돼 있는 민원부서(사업부서 민원 제외)는 종합민원, 건축민원, 지적·토지민원, 세무민원 부서 등 총 4곳이며 1층에 위치해 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일반민원부서다.

차량, 호적, 주민등록, 인감, 정보공개, 여건, 외국인 관련 업무 등을 보는 대표적인 민원부서인 민원위생과에는 하루 평균(공휴일, 휴일 제외) 5백20건의 민원이 접수된다. 1년이면 13만여 건의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 민원을 처리하는 직원은 현재 31명, 지도·단속 등 외근 민원업무를 맡고 있는 위생업소 담당부서 직원의 경우에는 10명이 관내 2만5560여 개의 업소를 관리하고 있다. 한 직원이 2천5백50여개의 업소를 맡고 있는 것.

창구민원을 맡고 있는 직원의 경우에도 13개 민원창구에서 한 명당 일일 40여 건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그나마 한 자리는 지난 인사에서 부족하게 배치돼 다른 직원이 겸해서 보고 있다. 한 직원이 일일 80여 건의 민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힘들죠. 어떤 때는 일에 쫓겨 민원인의 질문에 제 때 답변을 못해 곤욕을 치른 적도 있습니다. 화장실 갖다 오기도 힘들어요. 줄 서 있는 민원인을 보면….”

이 같은 열악한 환경은 세무민원실을 비롯한 다른 민원부서도 마찬가지다.

민원인 만족도 '85%'… "최선을 다하고 있다"

부족한 인원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 등 열악한 근무조건에도 아산시청 민원실 직원들은 민원인 만족도 85%대를 달성하고 있다. 민원인 만족도 조사는 민원인들을 직접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민원인들이 현장에서 느낀 체감 만족도를 대변한다. 친절 부문과 공정성 부문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 직원들의 노력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신속·정확 부문은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만큼 업무가 과중하다는 뜻이다.

한 직원은 "민원인들의 눈에서 안 보이는 곳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대면하고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늦게 일을 처리한다는 것은 엄두를 못낸다"며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민원인들은 그런 사정보다는 자기 민원을 빨리 처리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 물론, 이해를 해 주시는 민원인들도 많지만…"하고 말한다.


일부 직원은 '근육통'으로 침 맞으며 일해

a 민원서류 무인발급기 앞에서 사용법에 대해 확인하고 있는 민원인들.

민원서류 무인발급기 앞에서 사용법에 대해 확인하고 있는 민원인들. ⓒ 박성규

아산시 '민원실'이 심한 근육통에 걸려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 중에는 격무로 인해 근육에 손상을 입어 침을 맞으며 일하는 직원들도 있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사용하며 보는 업무다 보니 어깨 근육 및 허리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 내근 직원뿐만 아니라 지도·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외근 직원들도 대민충돌 등 나름대로 심각한 고충과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여론이 높다. "평균 2년여를 이곳에서 근무하는데 정신적 피로와 고통은 물론이고, 다른 부서로 옮길 쯤 되면 건강에 장애가 오는 직원들이 많다"고 넋두리하는 직원들도 있다. 민원실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금방 이 말에 공감한다. 일부 직원은 이런 어려움을 알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민원실 직원들을 도와주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강신갑 민원위생과장은 "적정 인원이 34명인데 현재 31명이 근무하고 있다. 부족한 3명에 대한 인원의 필요성은 직원들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다"며 "한 직원이 하루 40명의 민원인을 상대하는데 3명이 부족하면 결국 일일 1백20명의 민원인이 불편을 겪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하며 부족한 인력충원의 절실함을 토로한다.

또한 격무부서로서의 혜택도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전보인사 요인 시 장기근무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양질의 민원서비스를 제공하자면 그만큼 민원업무부서 직원들의 사기진작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와 관련 일부 직원들은 단순업무로 봐서 그런지 소홀한 느낌이 든다며 사업부서에 쏟는 관심의 반만이라도 민원부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부에서는 좌천부서, 한직부서 등으로 인식되며 직원들 사이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하는 등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있기도 하다고.

부족한 민원실 배려는 부실한 민원서비스로 돌아가

a 아산시청 민원위생과.

아산시청 민원위생과. ⓒ 박성규

"부족한 민원실에 대한 배려는 결국 수혜자인 시민들에게 부실한 민원행정서비스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직장 업무 문제로 민원실을 자주 찾는다는 한 여성은 그동안 민원부서 공무원들을 보며 느낀 점을 얘기한다. 자주 민원실을 찾다보니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얘기로 자주 나눈다는 이 민원인은 "민원실 근무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 그리고 혜택이 없다면 누가 민원실에 근무하려 하고, 정성을 다하겠는가. 직원들이 노력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그만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일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토요휴무에 따른 평일 민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본적인 민원실운영 마인드를 갖지 못한다면 그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우려가 높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7월12일자 게재(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방송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충남시사신문 7월12일자 게재(박성규 기자는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방송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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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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