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10 출발공응경
근데 자꾸 제 옆에 바짝 붙어서 오시는 남자분이 계셨습니다.
'왜 추월하지 않고 내 뒤에 바짝 붙어 오는 거지?'
속으로 이상하게 여기다가 아저씨와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아저씨는 강촌 지역의 MTB클럽 소속으로 매년 강촌챌린저대회를 지원하고자 자원봉사 차원에서 달리는 거라고 했습니다. 아저씨의 이름은 '이세종'이라고 했습니다. 아저씨와 함께 달리면서 저는 행사 뒤에서 수고하는 사람들과 그날의 사건사고를 보게 됐습니다.
7km 지점에서 그냥 맨 도로에 젊은 여자분이 넘어져 울고 계셨습니다. 아저씨는 응급조치를 취해 주셨고 그 여자분을 위로했습니다. 도로 끝 부분에서는 어떤 남자 분이 주차된 차를 박아 차도 자전거도 부서진 채로 있었습니다. 사고란 잠시 방심한 틈을 타서 언제 어디서든 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역시 아저씨는 위로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셨습니다.
아직 산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경기를 포기하거나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났습니다. 비포장도로는 산에 비해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방심하고 달리다가는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드디어 산 초입에 도달하여 '업 힐'이 시작됐습니다. 아저씨는 타이어 펑크가 난 사람에게는 타이어를 갈아 주었고, 다리에 쥐가 난 사람의 자전거를 밀어 주고 넘어진 사람의 상처를 소독해 주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항상 달려갔습니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는데 물은 떨어진 지 오래. 갈증을 느끼고 있는데 아저씨가 가지고 있던 물을 저에게 건넸습니다. 만약 제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 수립을 목표로 했다면 아저씨와 함께 사람들을 돌보며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 자전거도 가누기 힘들고 결승 지점에 남들보다 먼저 도착하기 위해 경쟁하는 대회에서 자기 욕심을 버리고 더불어 함께 달리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번 자전거대회에 참여해 이세종 아저씨를 보면서 다시 한번 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천천히 가다 보니 산 속에 곱게 핀 꽃도 보이고 개천에서 물 흐르는 소리도 듣게 되어 힘든 업힐이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에 진정으로 밝게 웃을 수 있는 삶은 좀 더 먼저 목표에 닿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행복을 느끼며 사랑을 나누는 것이겠지요.
중간 중간 아예 계곡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가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더 쉬었다가는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자전거를 끌기도 했다가 들기도 했다가 하면서 오르막길을 다시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