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 "스타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테이프>로 연극무대 복귀... "진짜 유오성을 보여주마"

등록 2005.07.13 21:43수정 2005.07.1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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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유오성이 연극 <테이프>으로 돌아온다.

유오성이 연극 <테이프>으로 돌아온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그러니까 그게 결국 강간이잖아!”
“아니라고 했잖아!”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한 소극장, 배우들의 연기연습이 한창이다. 배우들의 고함소리가 극장 안을 가득 메운다. 문득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유오성이다. 아니, 유오성이 연극 무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13일 늦은 오후 연극 <테이프>(연출 최형인, 주연 유오성·김보영·김경식)의 연습현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유오성은 극단 한양래퍼토리의 창단배우. 92년 당시 창단작품 <핏줄>에서 ‘에디’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흥행실패, 배우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 유감"

무대 위에서 유오성과 상대역 김경인의 말다툼이 이어지는 동안, 밑에서는 연출자 최형인 한양레퍼토리 대표가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 대표는 유오성의 은사이기도 하다.

유오성은 영화 <별>, <도마 안중근> 등 최근 출연작의 흥행실적이 저조했다. 그럼에도 이날 연습현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배우 유오성의 연극 복귀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마음의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는 표현으로 오랜 휴식 끝에 연극을 선택하게 된 심경을 밝혔다.

또 잇따른 흥행실패와 관련, "부족한 연기가 있었다면 반성하겠지만 영화의 상업적 흥망은 개의치 않는다"고 일축했다. 다만 "전체 시스템 문제로 영화가 실패하는 것을 배우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최근 스타들의 고액출연료를 둘러싼 영화계 갈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추락해보니 어떠냐'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내 자신이 스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면서 "연극이든 영화든 '연기'라는 측면은 같다"고 밝혔다. 그가 출연하는 <테이프>는 오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추락해보니 어떠냐'고 묻더라"


a 유오성

유오성 ⓒ 오마이뉴스 안홍기

- 오랜만의 컴백인데 영화가 아닌 연극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처음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고 연극을 떠났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극이든 영화든 ‘연기’라는 측면은 같은 것 아닌가.”

- 최근 출연한 영화의 실패가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심지어 ‘추락해보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도 들어봤다. 하지만 나는 비상한 적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 적도 없었으며 내가 스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부족한 연기가 있었다면 반성하겠지만 영화의 상업적 흥망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전체 시스템 문제로 영화가 실패하는 것을 배우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 꽤 오랜 시간 휴식을 취했다. 쉬는 동안에 무엇을 했는가.
"내 신조가 ‘가족은 종교이자 신앙’ 이라는 것이다. 아내,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검토했는데 스스로 너무 조급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고, 이것이 스스로를 확인하고 싶은 강박관념이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마침 최 교수께서 <테이프>를 제의했고, 편한 마음으로 응하게 되었다."

“무대 위에 선후배 없다”

- <테이프>는 이미 <비포선셋>의 리차드 링클레이터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고, 유오성씨가 연기하는 ‘빈스’를 에단 호크가 연기한 바 있다. 혹시 영화를 보았는가.
유오성 "연기가 편리해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에단 호크 연기를 따라할 것 같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꼭 보고 싶다."

최형인 "신기한 것은 연습이 진행될수록 유오성의 연기에서 에단호크의 몸동작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무척 놀랐고, 인간 심리의 보편성에 대해 실감했다."

- 선배이자 스타인 유오성씨와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김보영 "유오성 선배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많은 분들께서 연극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김경식 "평소 존경하는 대선배이기 때문에 긴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선후배 구별 없이 공평하게 대해주는데 편해졌고, 내 배역에 대한 고민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유오성 "나는 오히려 조심하는 측면이 있다. 내가 후배들의 배역을 뺏었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무대 위에는 선후배가 있을 수 없고,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라 어려운 점은 없었다."

“극장은 내게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

- 유오성은 학생 때 어떤 제자였는가.
최형인 "한마디로 미친놈이었다(웃음). 처음 봤을 때 내면에 많은 게 억눌려 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했고, 늘 자기표현에 굶주려 있었다."

-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는가.
최형인 "유오성이 졸업 후 독백을 준비해왔는데 너무 감동적이라 펑펑 울고 말았다. 지금도 학생들이 그 독백을 할 때면 늘 유오성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다른 극단 쫑파티에 찾아 다니면서 밥도 많이 얻어먹었다. 아무튼 그때는 모두 배고픈 시절이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오성이가 너무 일찍 영화판으로 뛰어들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참 재능이 많은 배우다."

유오성 "그 이야기를 왜 하세요?"(웃음)

- 아까 연습할 때 보니 지적이 거의 없던데.
최형인 "그동안 하도 많이 지적해서 그런 것이다.(웃음) 배우들이 모두 나이가 있고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준비과정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유오성 "선생님을 보면 열심히 안할 수가 없다. 13년간 극단을 지켜왔고 배우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깊은 감동을 느낀다. 이 곳은 나에게 있어서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다시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다."

a 연극 <테이프>의 주역들. 주연 배우 유오성, 김보영과 연출자 최형인 교수, 그리고 배우 김경식(왼쪽부터).

연극 <테이프>의 주역들. 주연 배우 유오성, 김보영과 연출자 최형인 교수, 그리고 배우 김경식(왼쪽부터).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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