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감주나무의 만개는 7월 말경이나 될 것 같다. 모감주나무는 약재로도 쓰인다.정헌종
7월과 8월. 봄의 화려한 꽃들이 자취를 감추고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는 여름이면 모감주나무는 황금색 금관으로 치장한 듯한 모양으로 한여름의 태양빛을 반사한다. 멀리 작열하는 태양에 비친 모감주나무의 황금색 자태는 동해안 발산마을을 신비롭게 꾸며 놓는데 전혀 인색하지 않다.
1년 전일 것 같은데 불과 반 년밖에는 되지 않았다. "7월이면 발산은 모감주 천지다"라는 기억을 더듬어 발산 마을의 입구에 들어섰다. 그러나 때 이른 것이었을까? 내가 찾은 발산 마을엔 아직 모감주가 만개하지 않았다. '아차! 너무 서둘렀구나. 멋진 황금색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뒤늦은 착오와 후회는 잠시. 나는 카메라에 발산을 담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것을 담은 것은 아니다. 꽃과 벌레들이 살아가는 것은 아름답다. 나는 그 작은 생명체들의 분주한 일상을 카메라에 잠시 담았다. 어느 시골 풍경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집에 와 사진을 뽑아 보니 별 쓸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울릉도 배상용 기자 말대로 "무작정 긍정적으로 떠났는데…" 그러고 보면 건진 것은 없는 것일까? 하늘이 '꾸무리하게' 보인다. 덥다.
모감주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꽃이 지고 나면 꽈리 모양의 열매가 맺히는데 이것이 가을이 될 때까지 커지고 단단해져 염주를 만들 재료로 쓰이는 귀한 것이 된다. 꽃과 나뭇잎은 약재로 쓰이고 예부터 귀한 식물로 취급되어 왔다.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개화시기가 길고 꽃의 색깔이 개나리꽃보다 약간 짙은 노란색인 황금색을 띠어 "황금비를 뿌리는 나무"라는 별칭이 있다.
모감주나무의 만개는 다음 주(7월 말경)쯤이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포항에서 30분 거리인 발산마을은 포항 해맞이 공원 가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다른 지방에서 오면 구룡포 방향으로 길머리를 잡으면 되는데 도구에 도착하면 구룡포가 아니라 대보쪽으로 방향을 꺾어야 하므로 외지에서 온다면 주의해서 길을 잡아야 한다.
발산 마을의 주변은 물이 맑고 해수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 여름 피서철엔 피서객과 낚시꾼들로 늘상 붐빈다. 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해수욕 말고도 주변에 관광할 수 있는 장소가 간간히 있는 편이라 발산 마을의 모감주나무도 구경하고 회에 소주 한 잔하고 쉬어가면서 드라이브하기엔 좋은 곳이다.
발산마을의 여름 풍경이지만 어느 시골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꽃과 벌레들의 분주한 일상을 담았다. 작은 것도 자세히 보면 크게 보이고 아름다움이 가득하다는 걸 풍경은 말해주는 것 같다. 발산마을에서 모감주나무를 인터뷰하려는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아름답게 사는 꽃과 벌레들의 모습을 보니 그래도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