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긴 생머리에서 폭탄 스타일까지

강원도 영월 문산리의 한 옥수수 밭에서

등록 2005.07.17 08:34수정 2005.07.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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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문산리는 동강의 래프팅이 시작되는 곳 중 한 곳이다. 때문에 편도 1차로의 길을 따라 산속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산골 마을이지만 여름 한철엔 차들이 끊이질 않는다.


7월 16일 오후, 갑자기 고개를 든 고향 생각의 강력한 자장 앞에서 버스에 몸을 싣고 영월로 내려갔다가 나도 난생 처음으로 문산리에 들르게 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래프팅과 며칠 간의 빗줄기로 더욱 풍성해진 강물의 시원함을 즐기는데 분주했지만 나는 강가의 밭에서 익어가고 있는 옥수수에 더 눈길이 갔다. 강원도 옥수수 맛이야 입에 올릴 필요도 없이 널리 알려진 터라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옥수수는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헤어 스타일로 나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헤어 스타일에 주목하며 옥수수밭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덧붙여 밝혀두어야 할 이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엄기탁이다. 내 고향 친구이며, 영월에 살고 있다. 급하게 내려간 친구에게 아무 말없이 토요일 오후의 황금같은 시간을 할애해 주었으며, 나를 차에 싣고 문산리로 데려다주고 서울가는 막차에 늦지 않게 다시 시외버스 터미널로 데려다 주었다.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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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나, 옥수수는 원산지가 멕시코나 열대 아메리카. 몸은 한국화되어 이제 맛은 강원도의 맛이 되었는데 머리만은 여전히 금발이 대부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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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머리는 역시 날씬한 몸매에 엉덩이를 덮는 이 긴 머리가 가장 매력적이지 않나. 긴 머리는 사람들 고개를 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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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긴머리는 관리가 너무 힘들어. 나처럼 짧게 커트하고 세 방향으로 정리해봐. 아주 현대적인 세련미가 풍기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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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세 방향은 너무 어지러워. 나는 한쪽으로 완전히 올인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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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나는 염색으로 승부하겠어. 역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데는 빨강 머리보다 더한 것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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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염색은 좋지만 그렇게 일색으로 가는 것은 싫어. 나는 양쪽으로 갈색 브릿지를 넣어서 승부를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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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좀 예술성을 가미하는데 어떨까. 이건 분수형 스타일이야. 가꾸는데 공이 좀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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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아, 대충 좀 하고 살어. 머리 하나 갖고 뭘 그렇게 유난을 떨어. 나는 그냥 폭탄 머리 스타일로 갈거야. 그런데 요즘은 이것도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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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그래도 가지런히 빗고, 또 묶어서 정리하면 얼마나 하루 인생이 깔끔하게 정돈되는 기분이라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으면 정신도 사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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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옥수밭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오시더니 물었다. "그건 찍어서 뭣하려고 그러누." 나는 옥수수의 수염이 너무 다양해서 재미있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그럼 이것도 사진 작품이 되는 거냐며, 만약 그렇다면 그 작품을 가꾼 할아버지의 이름 석자는 밝혀주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은근히 자신이 그 옥수수 밭의 헤어 전시회를 마련한 주인공임을 암시하셨다.

지당하신 말씀. 할아버지의 존함은 '김'자 '종'자 '기'자다. 옥수수 사진의 저작권은 내게 있지만 옥수수 자체의 저작권은 모두 김종기 할아버지에게 있다. 할아버지, 좋은 작품 찍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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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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