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와 추억여행 한번 떠나보실래요?

[관람기]대전동물원 <신비로운 물고기 대탐험전>

등록 2005.07.20 12:40수정 2005.07.20 21:07
0
원고료로 응원
나이를 먹다보니 어느 계절인들 추억이 소록소록 솟아나지 않으랴마는 그중에서도 여름은 유난히 추억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계절이랍니다.

추억의 시렁 맨 첫머리에는 다슬기라는 복족류가 놓여 있답니다.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동네 앞 냇가로 달려 나가 돌멩이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던 다슬기를 잡다 보면 날이 저문 줄도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날이 다 저물고 나서야 잡은 다슬기를 검정고무신에 집어넣고 맨발로 터덕터덕 동네로 걸어 들어오던 광경이 아직도 손에 잡힐 듯합니다.


그렇게 잡아온 다슬기로는 된장국을 끓여 먹었지요. 국물은 밥 말아먹고, 다슬기 고동은 남겨뒀다가 램프 불 아래서 모기에 종아리 뜯겨가며 옷핀으로 까먹곤 했습니다. 그때는 별다른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이라, 다슬기가 일종의 주전부리였던 셈이라고나 할까요.

온종일 다슬기만 잡았냐구요? 물론 멱도 감았지요. 떠올리기는 싫은 기억이지만, 멱을 감다가 물에 빠져 죽은 친구도 있었답니다.

한 여름에는 온 동네 사람이 냇가로 몰려나와 시냇가에다 가마솥 서너 개 걸고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고 술 마시고 춤추고 놀던 기억도 납니다. 물고기는 어떻게 잡았냐고요? 그물로도 잡고, 망치로도 잡고, 손으로도 잡았지요.

우리 동네에도 정현종 시인의 시 '바보 만복이'에 나오는 만복이 같은 친구가 있었지요.

거창 학동 마을에는
바보 만복이가 사는데요
글쎄 그 동네 시내나 웅덩이에 사는
물고기들은 그 바보한테는
꼼짝도 못해서
그 사람이 물가에 가면 모두
그 앞으로 모여든대요
모여들어서
잡아도 가만 있고
또 잡아도 가만 있고
만복이 하는 대로 그냥
가만히 있다지 뭡니까.
올 가을에는 거기 가서 만복이하고
물가에서 하루종일 놀아볼까 합니다
놀다가 나는 그냥 물고기가 되구요!


- 정현종 시 '바보 만복이'


우리 동네 임기모라는 친구는 공부는 뒤에서 1등이었지만, 물고기 잡는덴 우등생이었답니다. 큰 망치로도 잡고, 손으로도 잡고, 삼태기로도 잡았지요. 지금도 기모는 수몰지구가 되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고향마을에서 물고기 잡는 일로 새끼들 먹고 입히고 가르치며 살아간답니다.


다시 떠올린 물고기의 추억

어젯밤엔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나서 아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답니다. 대전동물원에서 열리고 있는 '신비로운 물고기 대탐험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지요. 갈겨니, 꺽지 등 34종의 토종 민물고기 등 하천에 서식하는 어류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의당 냇가에 있어야 할 녀석들이 사각의 수족관 안에 갇혀 있는 걸 보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구경은 구경이니 어쩌겠습니까. 어릴 적 추억을 더듬어가며 한 바퀴 돌아볼밖에요.

피라미
피라미김유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녀석은 피라미였습니다. 냇가에 나가면 가장 흔한 녀석들이지요. 보기엔 별 때깔도 안 나고, 시시해 보이지요? 하지만 한 여름에 혼인색을 띤 수컷 보신 적 있으세요? 어찌나 무지갯빛으로 찬란한지 삐까번쩍하답니다.

물속에서의 무리지어 펼치는 군무는 또 어떻구요? 발딱발딱 배까지 뒤집으며, 떼지어 거슬러 오르는 은백색의 무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생기발랄함에, 그 탄력에 저절로 감탄하게 된답니다.

쉬리
쉬리김유자
<쉬리>라는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저 역시 쉬리라는 물고기는 알지 못했답니다. 당연히 제 고향 시냇가에서도 보지 못했단 얘기지요. 쉬리는 전 세계적으로 한반도의 맑은 물에만 사는 토종 담수어랍니다. 다 아시다시피 영화 속에선 한국에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의 작전명으로 쓰였지요?

수족관에서 사육이 쉽지 않고 또한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있어 텃세를 부린다고 합니다.

감돌고기
감돌고기김유자
감돌고기는 등 쪽은 진한 갈색이고 배 쪽은 연한 갈색인 물고기랍니다. 몸 옆 가운데로 긴 검정 줄무늬 보이시지요? 거먹중고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감돌고기는 강의 오염과 함께 사라져 가는 물고기 중의 하나라고 하는군요.

기름종개
기름종개김유자
기름종개는 몸은 길고 원통형이나 옆으로 약간 납작합니다. 크고 작은 작은 반점으로 이루어진 띠가 이색적이지요? 아마도 그래서 얼룩미꾸라지라고도 하는가 봅니다.

긴가민가하지만 녀석은 모래무지와 함께 꽤 맛있는 물고기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꺽지
꺽지김유자
쏘가리, 꺽저기와 함께 민물에 사는 농어과에 속하는 어류랍니다. 몸은 회갈색 또는 황갈색이며, 아가미 뚜껑 뒷부분에 청록색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1,2급수 정도의 맑은 물에서 돌 밑에 숨어 살며, 갑각류나 수서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한국 특산종이랍니다.

동사리
동사리김유자
저수지나 연못의 물 흐름이 없는 뻘이나 모래, 자갈바닥 등에 주로 서식한답니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돌 밑이나 기타 장애물에 숨어 있다가 밤에 나와 먹이를 찾는다는군요.

산란기에는 '구구구구'하는 소리를 내서 사투리로 '구구리' 또는 '꾸구리'라고 부르는 지방도 있답니다. 소리 내는 물고기라, 아주 이색적인 놈이지요?

버들치
버들치김유자
버들치는 몸이 가늘고 길며 약간 납작하며 입은 주둥이 끝에서 약간 아래쪽에 있습니다.

어렸을 때 중고기 또는 중태기, 중고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게 걸리면 먹지 못하는 물고기라고 해서 그냥 놔주기도 했답니다.

갈겨니
갈겨니김유자
갈겨니는 머리가 비교적 큰 편이고 눈도 큽니다. 주둥이는 짧고 끝이 다소 뭉툭하지요. 피라미와 약간 비슷하지요? 하지만 갈겨니는 눈이 크고 체측에 세로로 뻗는 줄무늬가 있지만 피라미는 눈이 작고 가로로 뻗은 여러 개의 띠가 있어 쉽게 구분됩니다.

암컷을 꼬시기 위한 수컷의 변신은 물고기 나라에서도 무죄인 모양이지요? 갈겨니도 역시 산란기가 되면 수컷의 몸 빛깔이 울긋불긋 화려하게 바뀐답니다.

큰줄납자루
큰줄납자루김유자
예전에는 줄납자루와 같은 종으로 알려졌지만, 섬진강과 낙동강의 일부 수역에 사는 큰줄납자루는 몸 색깔과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여 1998년에야 비로소 우리나라 고유종의 하나인 신종으로 발표하였던 어종이지요.

큰줄납자루는 수심이 약간 깊고, 큰돌이 깔려 있는 흐르는 곳의 바닥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어종이랍니다.

황쏘가리와 쏘가리
황쏘가리와 쏘가리김유자
쏘가리와 황쏘가리랍니다. 둘 다 한국 토종 물고기로서 생김새와 생태는 쏘가리와 비슷하지만 황쏘가리가 좀더 옆으로 납작하고 황금색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물고기들의 몸에는 검은 색소가 들어 있는데 이 색소가 퇴화하는 현상을 알비노 현상이라고 한답니다. 황쏘가리는 알비노 현상으로 쏘가리의 색소가 퇴화해 버린 돌연변이의 일종이라네요.

황쏘가리는 천연기념물 제190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니 강태공들께서는 주의해야겠지요?

사람과 물고기의 공생

물고기가 들이마시는 물이 사람이 마시는 물과 다른가요? 물고기가 마시지 못하는 물은 사람도 역시 마시지 못합니다. 물고기가 사라져 가면 사람이 사는 환경도 역시 위협받게 됩니다.

물고기가 사라지게 되면 덩달아 우리 아이들의 추억도 빈곤해지겠지요? 물고기의 생태와 습성을 알고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사람과 물고기가 함께 사는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 아들에게도 엄마처럼 물고기에 얽힌 추억이 만발하기를 바라며 아들과 함께 다녀온 추억여행이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콩나물밥 이렇게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2. 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3. 3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4. 4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사진에 담긴 진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끝난다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