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도 민심, 익명이 더 순수한 여론"

[쟁점인터뷰] 인터넷실명제 '반기' 든 진영 한나라당 의원

등록 2005.07.20 14:40수정 2005.07.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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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진영 한나라당 의원.

진영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모처럼 인터넷실명제에 대해서는 찬성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진영 한나라당 의원(54·서울 용산)이 반대 소신을 밝혔다.

법조인 출신의 진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최근 법무부가 통신사업자에게 가입자들의 통화내역을 1년 동안 보관하도록 하는 시행령에 대해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를 위해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내면서 법원의 영장에 의해서만 감청이 가능하도록 해 사생활 보호와 인권에 의지를 보여왔다.

이른바 '개똥녀 사건' 등 최근 인터넷상에서 불거진 사생활 침해 논란을 계기로 '인터넷실명제'를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벌로 인터넷의 역기능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익명이 오히려 더 순수한 여론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시장에 자주 나가보는데 꼭 싸우는 사람이 있다. 욕도 나오고 주먹질도 한다. 오프라인은 '실명'을 걸고서도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또한 증권가에 떠도는 괴문서(정보지)를 보면 명예훼손적인 내용이 많다. 그런데 잡지 못한다. 누가 뿌렸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은 이미 실명화 되어 있다. 또 아이피(IP)가 남지 않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는 온라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나 교육의 문제로 풀어야 한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실명화 되어 있어"

정부와 여당이 사이버폭력 방지라는 명분으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재검토한다고 하자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사이에 찬반양론이 뜨겁다. 하지만 진대제 정통부 장관이 '본인우대 확인제'라는 애매 모호한 개념을 밝혔을 뿐, 실명제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정부는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오는 10월 정부 입법발의를 예정하고 있다.

진 의원은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입시 주민번호와 이름, 주소 등을 기입하는 가입절차를 밟고 있고, 게시판에 글을 남길 때도 로그인 절차를 거치게 하는 등 이미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다"며 "오프라인보다 더 실명화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자유와 개방, 정보의 공유와 확산이 인터넷의 생명"이라며 "인터넷실명제는 이런 인터넷의 순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 의원은 보다 근본적으로 '규제' 중심인 법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몇 사람의 피해 때문에 선량한 다수가 피해를 보는 구조에서 살고 있다. 억울한 피해자 한두명 발생하면 그걸 내세워 법을 바꾸려고 하는데, 모든 국민을 예비범죄자로 낙인찍는 불신을 바탕으로 한 발상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사람이 문제의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있다. 가령 '선의취득'의 원칙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위조지폐를 취득한 경우 미국은 내가 잘못해서 취득했기 때문에 나만 손해보는 게 맞다는 입장에서 별도의 구제장치를 두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미국의 한 법학연구자의 말을 인용 "몇 사람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만든 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들의 피해가 3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은 직접민주주의 실현 창구"

진 의원은 법을 동원한 규제에 앞서 인터넷 문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정치권이 인터넷의 역기능을 강조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진 의원은 "시대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누구를 통해 걸러진 의견이 아닌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전달되는 정치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금의 시대는 지도자가 없다. 누가 더 많이 알고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다. 지도자가 아닌 친구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네티즌들이 거친 욕설도 민심이다. 그걸 밉게만 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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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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