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단 1인권위 김윤섭
내 학창 시절은 조사와 검사의 연속이었다. 숙제, 수업료 납부, 재산 상태, 신체검사와 기생충 검사, 손톱 검사, 도시락(혼식) 검사…. 그러나 무엇보다 엄격하게 규제당한 것은 복장과 두발이었다. 그리고 그 점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학교 상황이 비슷한 듯하다.
지난 1월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기러기 아빠 현상을 보도하면서 "한국은 인터넷과 초고층 상가 면에선 선진 국가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 왕조시대의 교육체제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나라"라고 묘사한 바 있다. 지금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은 몸의 온전한 주체가 되기 어렵다.
몸은 인격의 구체적인 상징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하철에서 가끔 갑자기 내 몸을 손으로 밀치고 길을 트면서 비집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죄송합니다. 좀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하는 한마디면 비켜 줄 텐데, 아무 말 없이 내 몸에 손을 대는 것이다. 내게 물리적인 해를 입힌 것은 아니지만 기분이 몹시 나쁘다.
내 인격을 무시하고 내 몸을 하나의 사물로밖에 인식하지 않는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이 당하는 성추행은 얼마나 굴욕스럽겠는가. 더 나아가 폭력은 인간을 조종의 대상으로 객체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한 경험에 길들면 자존감은 점점 사라지고 권력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성으로 변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