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가로질러 당도하는 밭지름해수욕장. 우거진 노송 아래로 펼쳐진 저 고운 백사장으로 밀려드는 파도와 여행객들의 조화박상건
한 폭의 그림 같은 밭지름해변, 곳곳마다 낚시 포인트
다시 승용차를 타고 이동한 곳이 밭지름 해수욕장.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신작로에는 천리향이 참으로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밭을 가로질러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밭지름해수욕장이다. 패랭이 개망초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밭길을 따라 당도한 해안가에는 6백여 그루의 붉은 해송이 숲을 이루어 바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탄성을 부르기에 충분한 해변이었다. 너무나 고운 백사장에 재잘거리며 밀려오는 쪽빛 바다의 그 파도소리. 솔가지 사이로 걸쳐 보이는 평온한 섬 풍경은 정겹고 그윽했다. 그런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해수욕장의 길이는 1.2km, 폭은 100m, 수심은 1.5m내외로 가족 야영장으로 그만이다. 물이 나가면 각종 조개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덕적도는 강태공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섬이다. 봄부터 가을 무렵까지는 주로 우럭, 가을은 농어와 망둥어, 여름과 가을에는 놀래미, 광어, 도다리, 숭어, 돌돔, 장어가 많이 잡힌다. 낚싯배는 마을마다 대여하는 곳이 많다. 인근 굴업도, 울도, 소야도, 백아도, 선갑도, 각흘도 등 포인트라면 어디든지 배가 떠난다.
새로운 섬문화를 일구어 가는 아름다운 섬사람들
이번 덕적도 여행에서는 섬마을 사람들을 위해 10년째 무료 침술 활동과 펜션형 연수원을 통해 청소년 대상 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화제의 섬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름하여 박근수(56)씨. 폐교를 자기 손으로 다듬고 이 섬의 각종 야생화를 심어 해양 생태체험 현장으로 단장했다.
해병대 전우들과 새로운 섬문화를 창조한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 쏟아 놓은 땀방울은 이제 바다가 보이는 교실을 청소년의 요람으로 가꾸어 놓은 것. 이날도 여행객들이 잡아온 고동을 삶아 간식거리로 삶아주며 자연의 고귀함과 해산물의 맛을 통해 농어촌의 문화를 스스로 체험하게 하고 있었다.
이 섬에 왔다가 박씨의 헌신적인 삶에 감동받아 이곳에 눌러 앉게 되었다는 최윤경(52)씨는 연수원 관리를 도맡고 있었는데 거의 노동이 대부분이었음에도 마냥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자기 손으로 나무를 자르고 꽃을 심고 정원을 일구면서 바닷가의 이색적 문화쉼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숙소 복도는 사진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그의 바람 중 하나는 이곳에서 시를 낭송하고 시화전을 여는 일. 그는 밤마다 습작을 하는 시인 지망생이기도 했다.
▲방파제 등대와 포구 사이 그물더미에 앉은 갈매기가 그물일하는 어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박상건
시인들과 갯바람에 실려 보낼 문학향기, 다음달 섬사랑 시인학교 열려
이에 해마다 섬에서 시인학교를 여는 섬문화연구소는 오는 8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이곳에서 오세영, 이성부, 유안진, 구재기, 복효근 시인 등 여러 시인들과 일반인들이 어울려 섬사랑시인학교 캠프를 열기로 했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섬사랑시인학교는 박근수, 최윤경씨의 뜻을 받들어 이번에는 특별히 덕적도 청소년들을 무료 초대하여 서울 등지에서 캠프에 참가한 일반인 그리고 시인들과 교류하고 질 높은 문화체험 기회를 공유하도록 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촛불시낭송을 하고,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오세영 교수의 글쓰기 특강, 시인들이 가르치는 창작반 운영, 캠프파이어, 문학기행, 해변백일장, 조개줍기와 낚시대회를 비롯하여 농어촌에서 휴가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농어촌 특산품 사주기와 자매결연도 맺기로 했다.
아무튼 희귀 야생화와 씨알 좋은 고기들이 함께 하는 섬. 몽돌과 갯벌, 야영하기에 안성맞춤인 푸른 바다를 함께 하고 있는 섬. 덕적도는 분명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좋으면서도 전통 농어촌문화와 천혜의 섬문화를 보듬고 출렁이는 아름다운 섬이 분명하다. 이제 떠나보자, 우리들이 꿈꾸는 자유가 하염없이 철썩이는 섬, 그 섬 그 덕적도로….
| | [미니상식] 백사장이 사라지는 이유 | | | | 덕적도 해수욕장에는 대나무로 만든 ‘모래 표집기’가 있었다. 언뜻 보기에 무슨 고기를 잡는 기구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래유실을 막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유명한 해수욕장은 여행객들이 모르는 모래유실의 아픔을 겪고 있다. 백사장은 높은 파도를 막아서는 완충지대 역할을 해준다. 그런데 이 모래가 유실되면 그 기능이 사라진다. 급기야 연안 침식을 불러온다. 이는 곧 연안 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한다. 또한 육지면적을 갉아먹으니 국토면적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전국 해안선에서 이러한 심각한 아픔을 진행 중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모래채취를 허가하고 업체마다 건물을 짓기 위해 모래를 무분별하게 파내면서 빚어진 결과이다. 옹진군 앞바다에서는 1984년부터 2003년까지 2억2090만㎥의 바닷모래를 퍼냈다. 자그마치 이는 15t트럭 2209만대 분량. 이와 함께 섬 기슭 암벽을 깎아내고 해류를 막는 방파제 등 소위 ‘난개발’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현상은 덕적도뿐 아니라, 동해안 강릉 안목항의 방파제로 인해 해류가 뒤틀려 백사장이 훼손되기 시작한 것. 결국 강릉시 남항진 해안은 지난 2003년 태풍으로 인근 군부대 철책선이 붕괴되기에 이르렀다. CF와 영화 배경에 자주 등장하는 태안반도 신두리 모래언덕도 100만평 규모에서 현재는 30만 평만 남았다. 1999년부터 모래채취와 위락시설이 들어서면서 잠식한 결과이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서산 천수만 하구 역시 백사장이 신음하고 있는 곳이다.
모래가 사라진다는 것은 해안의 전반적인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 모래 속에 사는 플랑크톤이 사라지니 먹이사슬이 무너질 것이다. 특히 모래를 산란 장소로 삼는 꽃게와 패류들에게는 치명적인데 이는 곧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를 가져오기도 한다. 실제 덕적도 일대 수산물 연평균 어획량이 무려 74% 감소했다. 인하대 조사팀의 연구결과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들 생명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우리 백사장을 사랑합시다! | | | | |
▲ 덕적도로 가는 길
1. 대중교통
삼화고속 직행버스(서울역, 신촌, 합정동, 양평동)→인천 연안부두(1시간 소요)
지하철(1호선 동인천역 하차→인천항(12번, 24번 시내버스 이용, 소요시간 35∼40분 정도)
2. 배편
인천 연안부두→덕적도(1일 3~4회 쾌속선 50분소요. 승용차 선적 불가)
대부 방아머리→덕적도(1일 2회 철부선 1시간 30분소요. 승용차 선적 가능)
3. 배편 문의
우리고속훼리(032-887-2891~5)/진도운수(032-888-9600)
인천항여객터미널(1544-1114)/대부항여객터미널(032-886-3090)
4. 덕적도 내 교통문제
배 운항시간에 맞춰 마을버스 운행, 민박집 봉고차량 수시 운행
주유소(농협주유소) 있음, LPG충전은 불가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91년 <민족과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고,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 편집부장을 지냈다. 현재는 <계간 섬> 발행인, 서울여대 겸임교수로 있으며 KBS 라디오 '박상건의 섬 이야기' 진행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섬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레저저널리즘>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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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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