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삼성 X파일 사건, 특검만이 대안

인터넷매체, 따라가기 그만하고 사건 본질 파헤쳐야

등록 2005.07.25 11:43수정 2005.07.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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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97년 삼성 대선 불법자금 사건'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선 특검이 나서야 한다. 정치권이나 검찰, 언론은 결코 이 사건을 풀 수 없다. 풀기는커녕 그들은 벌써 본질을 왜곡하면서 여론 호도에 바쁘다. 그들은 이 사건의 공범 내지는 연루자이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스스로의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는 없다.

국정조사나 청문회는 고스란히 정치 공세의 장이 될 것이고 검사들은 삼성 장학생이다. 언론의 가장 큰 고객 역시 삼성이다. 딴데 볼 것도 없이 MBC도 삼성 때문에 보도를 하니 마니 반년을 질질 끌지 않았나. 특검 외에는 대안이 없다. 특검은 대북송금 사건 같은 데 쓰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럴 때 써야 한다.

수사는 특검이 하되 여론 역시 '추악한 권-경-언 대선자금 게이트'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선 인터넷매체의 역할이 막중하다. 일부 보수 언론은 이미 홍석현의 거취 문제에 집중하기 시작했거니와 아마도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불법도청' '야당탄압' '삼성죽이기'라고 악을 쓰는 쪽과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쪽의 대립각이 보다 선명해질 것이다.

지금 언론은 마냥 '반응 따기'에 바쁘다. 반드시 소송할 테니 각오하라는 삼성의 반응, 이에 대한 언론 반응, 인터넷 등의 여론 반응, 정치권 반응, 청와대 반응, 홍석현 반응 등등. 여기다 어제 전 미림팀장이라는 사람의 주장이 보도되자 이번엔 이 주장에 대한 반응 따기에 골몰하고 있다. 파업이 일어나면 시민 불편 기사가 폭발하듯이 대형 정치 사건이 터지면 반응 따기에 골몰하다 곧 정치 공세 중계로 넘어가는 게 전형화된 공식이다.

이번 사안에도 이 공식은 여지없이 적용될 것이다. 이미 야당에선 "왜 우리만 시비냐"는 식의 음모론과 기획 사건론이 이미 나왔고 언론은 이를 충실히 전달했다. 조만간 '지방선거 대비용'이라는 주장도 터질 조짐이고 언론은 이 주장 역시 그대로 받아써가며 여론의 관심을 권-경-언 게이트라는 본질에서 점점 멀어지게 할 것이다.

어제 오늘 사이 일부 신문들이 각각의 '처리 방안'을 내놨다. 사실 이들 방안은 각 언론들이 이렇게 사태가 흘러가 줬으면 하는 여론에 대한 '소원수리'이자 그렇게 흘러가도록 만들겠다는 '목표 선언'이다.

조선은 진상 규명하자고 했으나 진상 규명 대상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한정해 자신들은 쏙 뺐다. 중앙일보는 사과가 아니라 협박을 했고 동아일보는 DJ 쪽도 밝혀야 한다는 식으로 물귀신 작전을 폈다. 한국일보는 홍석현의 거취 문제로 한정지어 버렸고 경향신문이 그나마 재벌 총수의 선거 개입을 수사해야 한다는 정답에 근접한 생각을 내놓았다. 한겨레는 이제 사태의 본질을 해석해 수습책을 내놓고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계속 분노만 하고 있다.


신문들의 목표가 이렇다면 특검을 받쳐줄 제대로 된 여론 형성을 이들에겐 기대할 수 없다. 신문들이 할래야 할 수 없는 역할을 인터넷매체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인터넷매체들은 기존 신문들이 만들어 놓은 한정된 담론 공간에 머물러 있다. 특검을 먼저 제기한다거나 이건희-이회창이 몸통인데 사태가 왜곡되고 있다거나 권-경-언 국정농단을 이렇게 근절하자거나 현재도 이런 일이 있다는 식의 본질을 떠받칠 이슈 제기가 부족하다.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하는 게 가장 훌륭한 방안인지 내부 논의를 거쳐 기사로 구체화해야 할 시점임에도 '따라가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인터넷매체가 보여준 영향력에 대해 기존 언론들은 엄살을 부렸다. 엄살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의제선점 능력에서, 특히 정치적 사안인 경우에는 조중동의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매체공학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번 사안은, 인터넷매체들이 어느 정도의 이슈 선점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으로 얼마나 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조중동과 비교해 가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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