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원
그래도 하늘 향해 머리를 세운 조 이삭을 보면 젊음의 당찬 모습이 느껴집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어찌 고개 숙인 겸손의 지혜만 필요하겠습니까? 때로는 고개 들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용기도 있어야지요.
아직 여물지 않은 조 이삭은 꼭 강아지풀을 닮았습니다. 콩과 팥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강아지풀과 조도 구분이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제대로 여물어 고개를 숙인 조 이삭은 누렁이의 꼬리를 닮았습니다.
어렸을 때 시렁 위에 걸린 조 모감지
누렁 개꼬리 같다는 생각
오늘 교외에 나와 개꼬리들이 가득한
조밭을 걸었다
비끼는 저녁 노을에
등이 따숩다
- 송수권, 조밭길을 걷다 중에서
젊어서는 강아지풀을 닮고, 늙어서는 누렁이의 꼬리를 닮았으니 개와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이 있나봅니다. 어린 시절 조밭 귀퉁이에서 개똥참외를 딴 적도 있습니다. 조막 만한 게 달기도 참 달았습니다.
길 보다 높은 곳에 밭이 있어 사진 속에 하늘이 풍성하게 담겼습니다. 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젊은 조 이삭의 씩씩함이 돋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조 이삭 뒤편으로 희미하게 무언가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