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통령직 사임하겠다는 뜻인가"

[대연정 반응] "호남에서 득될 것 없다"... "황당" 반응 속 일부 동요

등록 2005.07.28 14:41수정 2005.07.2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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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8일 오후 3시30분]

a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제안은 헌법을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제안은 헌법을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예상치도 못했거니와 실현가능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의 진의 파악에 부심하다가 공식적인 반응은 오후께 발표되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주요 당직자들과 율사 출신 의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노 대통령의 제안은 헌법을 무시한 위헌적 발상"이라며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국정을 보살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어 이 부대변인은 "대통령의 직위가 천수답에 물대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것인지 선거 없이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서민경제가 도탄에 빠지고 6자 회담이 진행중인데 국가최고원수인 대통령께서 정략적인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한나라당은 경제에 전념하고 연정에는 관심이 없다"고 일축했다.

박근혜 "기존 입장 변함 없다" 침묵

박 대표는 이와 관련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기도 했다고 이정현 부대변인은 전했다. 이 부대변인은 28일 오전 노 대통령의 연정 서신이 공개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내용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하지만 한나라당의 연정 관련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연정이 아닌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이렇다 할 말씀이 전혀 없다"며 "박 대표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대표 혼자 마음대로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을 지켜볼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이어 "지역주의로 당선된 사람이 대통령 아니냐"며 "그런데 지역주의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떠넘기는 것은 매너부터 잘못 됐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강재섭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요 당직자들은 "지금이 연정을 얘기할 때냐"며 거부감을 나타내면서도 노 대통령의 진의와 발언 배경을 살피고 있다.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과연 진지한 자세와 의도를 갖고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내용들"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0%고 응대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밝혔다.


a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제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제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기도 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홍준표 "결국 내각제 개헌이 목표 아닌가"

한편 비주류측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홍준표 의원(혁신위원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의 목표는 결국 내각제 개헌"이라며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통해 내각제 개헌을 하려는 책략"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또 "제1당과 제2당이 연정을 하면 양당 독재이고 책임분담"이라며 "지금은 연정할 타이밍도 아니고 연정의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홍 의원은 최근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연정을 주장해 당내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열린우리당과의 연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박 대표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공을 넘겼다. 한 핵심 당직자는 "결국 노 대통령의 제안은 선거구제 개편인데 한나라당이 선거구제를 바꿔 호남에서 득될 게 뭐가 있냐"며 "지도부가 동의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수위를 더해 가는 연정 발언이 결국 '야당 흔들기'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일부 정파가 연정을 매개로 모종의 정치적 연대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계산이다.

박형준 "87년 체제 넘어설 정치틀 고민해야"
'신중 검토' 소신..."단 연정 목표가 선거구제 개편으로 한정돼선 안돼"

▲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장파를 대표하는 박형준 의원(새정치수요모임 회장)은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박 의원은 2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된다, 안된다라는 차원을 떠나 87년 체제를 넘어설 정치의 틀을 새롭게 짜보자는 차원에서 여야는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내세워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목표가 선거구제 개편이어서는 안된다"며 "나라가 여러 가지 어려운 전환기에 있는 상황에서 선진화, 남북문제, 지역주의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 주제는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논의 주제에 포함될 수 있다"며 "개헌과 아울러 여러 가지 문제와 함께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박 의원은 거듭 "'민주화'라는 틀을 넘어 '대한민국의 재도약'이라는 새로운 틀로 접근한다면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두르지 말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야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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