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6일에 찍은 사진, 봇도랑 근처에 핀 쑥부쟁이노태영
큰 밀잠자리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잠자리다. 잠자리하면 고추잠자리를 많이 생각하지만,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초가을까지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잠자리는 밀잠자리다. 고추잠자리는 늦여름에 한꺼번에 우르르 나타나서 하늘을 수놓다가 찬바람이 살짝만 고개를 내밀어도 금세 사라지는 잠자리다. 그러나 밀잠자리는 지붕 위에서도 나팔꽃 핀 울타리에서도 옥수수 수염 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마당 한가운데 피어있는 노란 민들레 꽃 위에서도 방죽 근처 연분홍 고마리꽃 위에서도 밀잠자리는 볼 수 있다. 화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연신 고개를 빙빙 돌리는 밀잠자리는 귀엽다. 왕잠자리와 노란 측범잠자리도 저수지 근처나 숲 속에서 자주 눈에 띄지만 너무 예민하고 경계심이 많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이런 밀잠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을 보면 역시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 시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원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임실의 한 시골학교에서 코흘리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용택의 생활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잠자리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물에 대한 이야기를 강을 따라가면서 들려주는 ‘강 이야기(road movies에 빗대어)’이라고 할 수 있다. 샘과 도랑, 실개천, 개울, 강, 바다로 이어지는 물의 여행을 밀잠자리라는 길손의 알과 애벌레, 성충(잠자리)의 생명의 여정을 투영하는 방식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덧붙여 동화로서의 구성을 더 복잡하고 긴장감 있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하면서 학습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