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내가 알던 뉴욕이 아니었다

[나의 뉴욕 체험기]

등록 2005.07.28 23:16수정 2005.07.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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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5년 7월 미드타운 뉴욕

2005년 7월 미드타운 뉴욕 ⓒ 이혜령

뉴욕에 왔다. 뉴욕과 뉴요커에 대한 환상만 98%에 2%의 걱정과 불안을 안고 JFK공항에 도착했다. 기대와 환상이 조금 지나쳤던 터라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맨해튼이 작아보여 실망했고 그 작은 맨해튼이 그동안 책에서 인터넷에서 봐왔던 것과 닮아 안도했다.


뉴욕에 가겠다며 오랫동안 상상만 하다 결심을 굳히고 나서 내게 문제가 된 건 비자뿐이었다. 모든 것이 오케이라고 나는 뉴욕을 정말 좋아하니까 된다는 생각에 비자가 확정되고 나서는 오직 화려한 뉴욕 생활에 대한 기대만 가득했다. 하지만 뉴욕에 도착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나는 문제가 되는 건 비자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미리 예약한 사람이 픽업을 하러 왔다. 문제가 된 다고 하는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맨해튼까지 가는데 처음 오는 한국인이 홈스테이 집까지 찾아가는 것은 무리라며 택시를 타는 것보다는 돈도 절약되고 안전하다며 제안한 픽업이었다.

에이전시 측에서는 한국인이 픽업할 것이므로 염려 말라고 했지만, 내 이름의 철자조차 다르게 써 들고 있는 한 흑인 아저씨를 만났고 이름을 힘들게 확인하고는 차에 올랐다. 그리고 도착한 홈스테이 집. 이 집은 공항에서 매우 가까웠고 주변을 봐서는 결코 높은 마천루를 자랑한다는 맨해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가까운 거리를 봐서 여기는 택시를 타고와도 무난해 보였다.

마을은 동화에서나 보던 귀여운 집들로 가득했고, 평화롭고 전원적인 분위기의 시골 같았다. 한적하고 쾌적한 이곳. 이곳은 결코 내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뉴욕이 아니었다.

시차 때문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일어난 다음 날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었다. 불꽃놀이가 아주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뉴욕에 들어오는 날짜도 독립기념일 이전으로 맞췄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TV를 통해서 불꽃놀이를 봐야만 했다. 홈스테이 아주머니는 복잡한 맨해튼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곳이 롱아일랜드로 맨해튼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곳임을 알았다.


그렇게 지루하고 특별한 어떤 일도 없이 뉴욕에서, 아니 뉴욕같지 않은 그 곳에서 이틀을 보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내게도 잘못이 있었다. 홈스테이를 하는 집이 뉴욕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서 나는 다 같은 뉴욕인 줄만 알았으나, 뉴욕주와 뉴욕시는 다른 것이었다.

세계의 중심, 뉴욕. 나는 그저 맨해튼이 뉴욕시를 의미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뉴욕 시는 맨해튼과 브룩클린, 퀸즈, 브롱스,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롱아일랜드는 뉴욕시도 아니며 뉴욕시 동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섬이다.


롱아일랜드에서 맨해튼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차를 이용해야 하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넓은 롱아일랜드의 위치에 따라 더 걸리기도 한다.

단편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내 머릿속의 정보 덕분에 나는 교통비에 약 200달러 정도의 추가 지출이 생겼고, 맨해튼으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스물 한 살의 여름, 뉴욕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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