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바람둥이도 있나

<루루공주>의 정준호 캐릭터, 좀 더 현실적이어야

등록 2005.07.29 09:40수정 2005.07.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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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공주>의 출발은 확실히 순조롭다. 1회 시청률이 18.2%이고 2회 시청률은 거기서 좀 더 오른 23%라는 것도 좋은 조짐이지만 동시간대에 막강한 경쟁작이 없다는 것도 순풍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같은 트렌디드라마인 <파리의 연인>이나 <내 이름음 김삼순>처럼 대박을 기대하기엔 불안한 요소가 있다. 이런 대박 드라마들은 여자 주인공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들도 확실히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매력적이었다. 오만하지만 특유의 왕자병을 잘 보여준 박신양은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렸고, 삼식이 현빈도 연하의 연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유아적인 제멋대로식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 여자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루루공주> 드라마 홈페이지 캡처
<루루공주> 드라마 홈페이지 캡처iMBC홈페이지
<루루공주>의 정준호 컨셉트는 바람둥이인데 솔직히 와닿지 않는다. 드라마에는 광고 속의 정준호가 있지, <루루공주>의 강우진이라는 인물은 없다. 그러니까 정준호가 드라마에 동화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인을 나는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역할은 바람둥이라고 하면서 실제 보이는 모습은 부드러운 미소의 영국 신사이니 시청자가 그 캐릭터에 동화되지를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준호의 캐릭터가 안고 있는 모순이다. 인간적인 바람둥이라니, 욕심을 너무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회에서 정준호가 입고 나온 초록색 가디건과 부드러운 웨이브와 정준호 특유의 부드러운 표정은 바람둥이의 컨셉트와는 완전히 충돌하고 있어서 이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정준호는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한 채 광고에서 봤던 그대로의 이미지로 존재하고 있다. 광고에서의 정준호는 가장 영국 신사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런 이미지 그대로 가져와서는 '자, 이 사람은 이제부터 바람둥이다. 그러니 그렇게 알아라'는 식이다.

정준호라는 캐릭터에 욕심을 부리는 것 같다. 바람둥이지만 따뜻하고 로맨티스트고, 성격도 꽤 괜찮고, 거기다 사업적으로 유능하기까지 하다니,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이런 인물은 무미 무취한 인물로 살아있지 않고, 생명력이 부족하다. 광고 속에서라면 멋진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드라마라면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조금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요즘 드라마는 스토리보다 캐릭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제대로 된 캐릭터가 있으면 충분히 드라마에 힘이 실린다. 그런 면에서 정준호의 캐릭터에는 문제점이 있고,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정준호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바람둥이일 필요가 있다.

휴머니스트로서 따뜻한 바람둥이는 결코 없다. 매너가 좋은 바람둥이는 있지만 이걸 인간적인 걸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본다. 바람둥이는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라서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 났다. 자의든 타의든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철저한 바람둥이는 드라마서는 무한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가 될 수 있다. 갈등을 일으키고 긴장감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요소다. <루루공주>가 좀 더 재미있어져서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정준호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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