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마을의 가게/종주기가 많이 붙어있다정성필
산에서의 욕심은 다른 게 없다. 물이 욕심이고, 물이 전부다. 산에서는 물이 있어야 산다. 물을 가지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 혼자 대간길을 걷는 나에게는 돈도, 명에도 다 필요 없다. 물만 있으면 되고, 우선 먹을 쌀만 있으면 되고, 이슬을 피할 잠자리만 있으면 된다. 백두대간은 나에게 가장 소박한 본능을 되돌려 주었다. 산위에서의 욕심과 산 아래서의 욕심은 다르다.
다시 마루금으로 올라선다. 눈앞에 대덕산이 우뚝 서있다. 길은 직선으로 가야 대덕산으로 간다. 하지만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대간금에서 약간 비껴 소사 마을로 내려갔다. 수만 평의 채소밭 사이로 난 길로 내려가는 동안 멀리 대덕산이 부드럽게 소사분교와 목장을 껴안고 있다. 거칠고 우악스런 백두대간인줄 알았는데 대덕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보여주는 수 만평의 채소밭과 널찍한 목장의 목초지의 풍경에 어머니의 품 같다.
소사마을로 내려선다. 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 앞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그곳에는 백두대간종주기가 수 없이 매달려있다. 마루금에서 비껴 내려온 터이라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대간금으로 가려면 고생 좀 하겠다 생각했는데, 맞는 길이란다. 대부분의 종주대가 이 가게에서 부식을 보충하고 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