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야기>표지청어람아이들
웅태는 일본 나가노현 호쿠세이부의 북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하쿠바가 고향이다. 이 곳은 해발 700m나 되어 여름은 아주 짧고 겨울엔 눈이 잔뜩 쌓여 스키 천국이다. 웅태가 관찰한 '쌍살벌'은 날씨가 추운 홋카이도나 일부 외딴 섬을 제외하면 일본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웅태는 초등하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노란범나비 관찰', '별쌍살벌 관찰'로 과학상 작품 전람회에서 상을 받았고 '쌍 살벌한테 배운다'로 2000년 나가노현 학생 과학상 작품 전람회 우수상등, 초등하교 재학 중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는 초등학교를 졸업 후, 뉴질랜드에서 유학중이다. <꼬마 파브르, 웅태의 벌이야기>란 책은 웅태가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벌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재편집한 것이다.
웅태의 관찰기록문의 가장 큰 특징은 '초등학생이 직접 보고, 실험하고, 배우고, 느낀 것'이라는 것에 있다. 그러니까 이미 연구하여 밝혀진 것을 아이수준에 맞추어 기획된 책이 아니라 뜻이다. 지금까지 내가 보지 못했던, 전문적인 지식이나 특별한 목적 없이, 직접보고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 순수한 의미의 관찰기록문이다.
그래서 잘 못 알고 기록된 부분도 있다. 그 예로, 교미를 했다고 해서 일벌을 여왕벌로 착각하는가하면 수컷이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알기도 한다. 실내에서 키우던 벌들을 밖으로 풀어 주어 죽게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편집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수정하지 않고 책 속에 그대로 남겨 놓았고, 전문가의 조언을 실어 잘 못된 부분을 고쳐주고 있을 뿐이다.
또, 웅태가 관찰하는 동안에 쌍살벌에게 갖는 감정의 기복을 여과 없이 실었다. 웅태는 다른 여왕의 애벌레도 똑같이 사랑스럽게 키워 준 장미란 이름의 여왕벌을 보며 기뻐하고, 죽어가는 장미를 바라보며 가슴아파한다. 늦가을 말벌의 습격으로 뿔뿔이 흩어진 벌들을 보고, 한 벌집에서 자란 여왕벌들의 세력다툼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냉혹함을 깨닫는다.
이렇게 자유롭고 정감어린 웅태의 관찰은 그 실험 또 한 그러하다. 벌집 옆에 면봉에 벌꿀, 멜론시럽, 간장, 올리브기름을 따로 따로 묻혀 붙여 놓는가하면, 여왕벌이 죽자 다른 벌집을 옆에 가져다 놓아 자기가 낳은 애벌레가 아닌데도 애벌레를 돌보는지 알아본다. 관찰하우스를 지을 때 방을 넷으로 구분하여 각방에 다른 벌집을 넣기도 하고 두 종류의 벌집을 한 방에 넣기도 한다.
이런 웅태의 자유로운 관찰방법은 전문가들에게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여러 가지 관찰사례를 만들어 간다. 아마 기존 틀에 매여 이미 알려진 사례만 확인하려 했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고 웅태의 관찰은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또, 자신의 연구결과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관찰자로써의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훌륭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되고 있는 어린이를 위한 관찰기록문은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전문가나 어른들이 만든 책은 전반적인 과학상식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는 것과 대체로 정확한 정보를 전한다는 장점이 있다.
웅태의 벌이야기의 경우 쌍상벌 위주로 관찰되어진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벌에 관한 지식이나 곤충의 생태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고 싶다면 굳이 이 책을 권하지 않겠다. 이 책은 관찰하는 과정 속에 배어 있는 관찰자의 자세, 관찰방법, 틀에 매이지 않는 기록방법, 장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관찰물에 대한 애정, 그 속에서 생겨나는 따뜻한 감성 따위가 살아 있는 감동을 준다.
웅태의 이런 관찰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에는 부모님의 도움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벌의 습성이나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고, 관찰하우스를 함께 만들고 연구 성과를 전문기관에 문의하는 방법 따위를 알려 주었을 것이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로웠을 것이고 웅태를 지켜보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웅태가 참 행복한 아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부모님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아이들이 웅태와 같은 관찰하는 즐거움을 갖게 하려면, 부모가 우선 열린 마음으로 아이교육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도서제목 : 꼬마 파브르, 웅태의 벌이야기
저자 : 나카가와 유다이
출판사 : 청어람아이들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에 실었습니다.
꼬마 파브르, 웅태의 벌 이야기
나카가와 유다이 글 그림,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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