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을 돌려주세요!

<생활 속의 발견①>버스정류장에 차량 세우지 말아야

등록 2005.08.01 07:55수정 2005.08.03 10:2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니, 일요일마다 파출소 눈 앞에 서있는 차들이 안보이나요?"


내 여자친구는 일요일 아침만 되면 늘 목소리를 높인다. 그녀의 아파트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가 평상시보다 훨씬 어려운 까닭이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그건 바로 그녀 아파트 주변에 대형 교회가 2개나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로 찾아드는 차량들 때문에 교통이 늘 마비되곤 하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를 정말 열 받게 하는 건 버스 정류장이 주차장이라도 되는 양, 줄을 딱딱 맞추어 세워놓는 차들 때문이다. 사실 그녀처럼 피해를 보지 않는 나도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는 울컥하기도 했다.

버스정류장이 아닌 마치 주차장 같다
버스정류장이 아닌 마치 주차장 같다양중모

교회에 뻔히 주차장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길가에 차를 세운 것은 자리가 모자라서 일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많이 양보해 인도와 가장 가까운 도로에 세운 차량들까지는 이해하려 노력할 수는 있다. 때로는 두 줄로 세워놓기도 하지만, 그래 한 번 참자고 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러나 버스 정류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을 보고 그녀 뿐 아니라 나도 피가 거꾸로 솟았다. 평상시에도 대형 교회 버스가 서있어 정작 타고 가야 할 버스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경험도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그걸 보는 순간 쉽게 넘길 수가 없었다.

대형 교회 차량이 서 있어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형 교회 차량이 서 있어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양중모

종교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게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던가.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도로에 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버스 정류장에 주차를 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을 방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던가.


경찰서에 항의 전화를 했지만, 반복되는 악순환에 그녀는 결국 강공책을 택했다. 번호판을 다 찍어 구청 민원 게시판에 올린 것, 현재는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종교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타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자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

버스 정류장은 분명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교회를 다니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회측 교통 안내원들이 아예 불법 주차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교회를 다니시는 모든 분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회측 교통 안내원들이 아예 불법 주차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