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고발장 받은 경찰 "최대한 잘 해보겠다"

천주교정의구현정국사제단, X파일 관련 경찰에 검찰수사 요청

등록 2005.08.03 13:36수정 2005.08.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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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발장 제출에 앞서 고발취지를 설명 중인 김영식 신부

고발장 제출에 앞서 고발취지를 설명 중인 김영식 신부 ⓒ 오마이뉴스 허지웅

"삼성 X파일 사건의 핵심은 정치권-재벌-검찰-언론의 검은 유착이다. 따라서 삼성그룹에게 불법자금을 받은 여야 정치인과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부정을 바로 잡는, 기도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이들을 고발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3일 오전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현직 검찰 10명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제출했다. 이로써 경찰의 검찰 수사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검찰이 X파일 관련 수사 초동단계에서부터 언론 제보자를 바로 구속하고, 이를 보도한 언론인을 소환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뇌물 수수의 당사자가 전 현직 검찰 간부였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검찰의 청렴과 엄정한 중립성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검찰이 범죄의 핵심을 피한 채 불법도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둑이야!" 외쳤더니 고성방가라고?

고발장 제출에 앞서 김영식 신부(정의구현사제단 총무)는 "누군가 '도둑이야!'하고 신고를 했는데 검찰은 외려 신고자를 '고성방가 죄'로 구속 수사하려 하고 있다"며 "언론과 검찰, 재벌, 정치권력의 검은 유착관계에 경종을 울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문규현 신부(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성명을 통해 "검찰은 문제의 녹음테이프가 불법 도청자료라며 불법대선자금과 검찰고위직 인사에 대한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불법자금 수수에 연루돼 있는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와 법무부 간부 등 10여명을 경찰에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신부는 "아직도 경찰의 자기반성과 변화의 의지가 매우 미흡하다고 판단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의롭고 성숙한 경찰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 믿을 수 없다... 경찰은 철저히 수사하라"


고발장 제출 이후 사제단 쪽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됐으니 경찰은 수사에 착수할 의무가 있다"며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검찰이 수사대상이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고발장을 접수받았으니 최대한 수사를 잘 해 보겠다"고 밝혔다.

삼성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해서 검찰을 경찰에 고발조치한 것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8일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네티즌연대 준비모임(대표 황동렬, 이하 네티즌연대)'은 'X파일' 사건과 관련, '떡값' 수수 의혹이 일고 있는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 및 법무부 간부 등 10여명을 경찰에 정식으로 고발 조치한 바 있다.

a 문규현 대표신부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문규현 대표신부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허지웅


"검찰에 대한 수사가 쉽지는 않겠지만..."
[인터뷰] 김형태 사제단측 변호사

경찰은 과연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사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김형태 변호사는 "경찰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다"며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검찰 고발 법률자문은 김형태 변호사가 맡았다. 김 변호사는 "경찰의 검찰 수사가 쉽지는 않겠지만 끝까지 해보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다음은 김형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법적으로 수사 지휘권은 검찰에 있다. 경찰의 검찰 수사가 가능한가.
"우선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이상 수사에 돌입해야 한다. 물론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지만 경찰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본다. 검찰이 자신들의 수사에 잘 협조하길 바란다. 검찰이 수사를 불공정하게 지휘하면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 검찰의 뇌물수수에 대해서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의견도 있는데.
"5000만원 이상 뇌물을 수수했다면 아직 공소 시효는 남아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누가 얼마를 받고 어떤 일을 했는지 밝혀내야 한다."

- 검찰의 'X파일'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사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정치권력과 재벌, 언론, 검찰의 유착이다. 검찰은 그것을 조사해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은?
"현실 여건상 경찰의 검찰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갈 생각이다. 수사는 시작일 뿐이고 진실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과 검찰이 서로를 견제하며 올바로 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박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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