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두 아이는 병원에 입원했고, 어머니까지 자리에 누우셨습니다

등록 2005.08.03 15:38수정 2005.08.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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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이 없었다면 지난 주말(7월 30일)에는 시골에 가서 고추를 따야 했습니다. 하지만 시골집에 가지 못했습니다. 세린이와 태민이가 아팠기 때문입니다. 지금 둘 다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어린 것들이 환자복 입고 힘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아픕니다.


처음에는 세린이가 아팠는데, 금요일 저녁부터 세린이가 갑자기 토하고 고열과 함께 배가 아프다고 해서 동네 소아과에 갔더니 장염이라면서 탈진우려가 있으니 입원해서 수액을 맞으라고 하더군요.

하루 자고 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먹으면 토하고, 토하면서 또다시 열이 오르고 배가 계속해서 아프다고 하면서 몹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장염이면 보통 설사를 하던데 그런 증상도 없고, 오른쪽 배가 계속 아프다고 해서 혹시 맹장 같은 건 아니냐고 했더니 의사는 5살 정도의 나이면 맹장이 올 확률이 대단히 낮다고 하면서 괜찮아질 거라며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게 심해졌고, 결국 의사의 소견서를 들고 저녁 7시쯤에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검사를 해야 한다며 피를 뽑자고 하자 기운 없이 누워있던 세린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저를 꽉 안고는 안 아프다고, 안 아프니까 주사 맞기 싫다며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아빠가 피를 안 뽑게 해달라고 말하는 그 눈빛을 바라보는데, 바보 같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히면서 눈물이 나오더군요.

차마 그 눈빛을 보고도 의사의 말대로 팔다리를 잡을 수 없어 둘째를 데리고 나와 있다가 한참 후에 들어갔습니다. 피를 뽑고 수액을 맞으면서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눈가에 남아 있는 마른 눈물 자국을 닦아주는데 마음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일단 맹장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배가 아픈 것에 대해서 확실한 답변을 못 들어 내심 걱정이 되긴 했지만 검사 결과 이상이 없고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해서 일단 안심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세린이는 일요일에도 계속 아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새벽에는 태민이까지 토하고 열이 39까지 올라갔습니다. 제가 세린이를 업고 아내가 태민이를 업고 다시 동네 소아과로 갔습니다. 태민이도 장염이라고 하더군요. 세린이한테 전염이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일요일에 동네 소아과에서 수액을 맞고 월요일 아침에 대학병원에 가서 입원을 했습니다. 태민이는 4일 정도 열이 계속 오를 거라고 하더군요. 세린이는 일단 열이 나거나 토하지는 않는데 배가 계속 아프다고 해서 걱정입니다. 그 날 관장을 하고 나서 좀 나아진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a 두 아이가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아빠 놀아줘’하면서 저를 괴롭혔으면 좋겠습니다.

두 아이가 빨리 나아서 예전처럼 ‘아빠 놀아줘’하면서 저를 괴롭혔으면 좋겠습니다. ⓒ 장희용

그런데 지금 제 마음이 더 아픈 건 이 두 아이가 아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 어머니 때문입니다. 어머니도 자리에 누워 계십니다. 오늘도 잠깐 일어나셨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자리에 누우셨다고 하네요. 니들 괜찮은 것 알았느니 금방 일어날 거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아버지 말씀에 마음이 더 아파 옵니다.


어머니가 아프신 건 다 제 잘못입니다. 토요일에 고추 따러 집에 간다고 했는데, 제가 그만 아이들 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어머니한테 못 간다고 전화 드리는 것을 잊어버렸던 겁니다.

토요일에 온다고 하던 제가 오지도 않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연락조차 안되니(마침 휴대폰 배터리가 없었음) 어머니께서는 집에 오다가 차 사고라도 나서 잘못된 줄 알고 거의 실신하셨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당신 혼자 따도 될 것을 괜히 고추 따러 오라고 해서 애들이 잘못됐다면서 계속 우시면서 많이도 당신을 자책하셨다고 합니다.

두 아이가 입원해 있는 것만 봐도 부모인 제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자식의 생사 걱정을 하실 어머니가 얼마나 애를 태우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셨을까 생각하니 가슴 한켠에 두고두고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 같아 가슴이 저며 옵니다.

지금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a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늘 마늘을 까서 번 돈을 모아 두었다가 세린이와 태민이 용돈 주는 것을 큰 재미로 생각하셨는데.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제 자식 걱정만 하느라고 어머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일어나셔서 세린이하고 태민이 용돈 줄 돈 모으셔야죠.

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늘 마늘을 까서 번 돈을 모아 두었다가 세린이와 태민이 용돈 주는 것을 큰 재미로 생각하셨는데.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제 자식 걱정만 하느라고 어머니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일어나셔서 세린이하고 태민이 용돈 줄 돈 모으셔야죠.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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