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대첩'... 영풍-반디-교보-인터파크 육박전

종로 지하도에서 물고 물리다... 최후 승자는?

등록 2005.08.03 17:55수정 2005.08.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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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문고와 반디앤루니스 광고 전쟁에 뛰어든 인터파크 광고
영풍문고와 반디앤루니스 광고 전쟁에 뛰어든 인터파크 광고양중모

"아예 밖으로 나왔네."

지난 4월 반디앤루니스 서점이 종각역에 자리잡으면서 종로 일대 서점들간의 대대적인 광고 전쟁이 벌어졌다.


'1차 대전'은 영풍문고과 반디앤루니스간의 기싸움이었다.

반디앤루니스가 개점 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왜 앉아서 쉴만한 공간이 있는 서점이 없느냐'는 티저 광고를 내보냈다. 반디앤루니스라는 이름은 안 보이고, 내용만 광고판에 넣었던 것.

사실 매일 아침마다 학원을 가면서 그 광고를 보던 나도 그게 영풍문고나 교보문고가 하는 광고인 줄만 알았다. 그랬기에 서점 이름이 나온 광고판을 보았을 때 인식이 더욱 쉽게 되었다.

'반디 vs 영풍' 1차대전... 반디 가는 길목에는 영풍 광고가

반디앤루니스 가는 길목에 설치된 영풍문고 광고판
반디앤루니스 가는 길목에 설치된 영풍문고 광고판양중모
교보문고와 함께 종로 일대를 양분하던 영풍문고는 종각역이라는 같은 지붕 아래 사는 반디앤루니스를 그대로 둘 수 없었고, 기어이 반격을 가했다.


영풍문고의 반격은 반디앤루니스 가는 길목 곳곳에 종각역 5·6번 출구 방향으로 오면 영풍 문고가 있다는 내용의 광고판을 설치한 것이었다. 사소한 것 같지만, 반디앤루니스로 가려다 '어, 영풍이 바로 옆에 있지'라고 생각하고 발길이라도 돌려버리면 반디앤루니스 입장에서는 약오르기 그지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교보'라는 단어를 붙인 광고판도 등장했다. 광화문역의 교보문고가 한 것인가 싶어 살펴보면 엉뚱하게도 인터파크 광고다.


광고 내용은 '교보 가세요? 구경 잘 하시고 주문은 꼭 인터파크" 그 아래는 '싸니까! 믿을 수 있으니까!'라는 표현이 있어, 같은 책이라도 교보문고보다 인터파크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이 광고는 광화문 교보문고 가는 길목에도 설치되어 있어 이미 두 차례 정도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교보문고를 겨냥한 광고판이 왜 교보문고 앞뿐만 아니라 종각역 두 대형서점 광고 전쟁 속에까지 와서 끼어든 것일까?

인터파크가 공격 대상으로 삼고자 한 것이 교보문고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파크의 공격적 마케팅 대상은 교보를 중심으로 한 대형 오프라인 서점들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종로 서점들간 광고 대전은 변방의 새로운 신흥 세력이 세 대형 서점을 다 적으로 선포하면서 '제2차 대전'을 맞이했던 것이다.

인터파크 끼어든 2차대전... '교보' 언급한 공격적 마케팅

교보문고 가는 길에 설치된 인터 파크 광고
교보문고 가는 길에 설치된 인터 파크 광고양중모
이는 인터파크측과 교보문고 측 말을 종합해보면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

인터파크 측은 자신의 광고에 대해 "교보문고를 깎아내리고자 그런 광고를 만든 게 아니다, 단지 소비자들에게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게 도와주고자 만든 것이다"고 했다. 즉, 오프라인 서점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인터넷 서점의 장점을 알리기 위한 광고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측은 "교보가 오프라인 대형 서점 가운데 대표적 브랜드이기에 공격적 마케팅 대상으로 삼은 게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 즉, 다른 오프라인 대형 서점(영풍, 반디앤루니스 등)과도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는데, 세 서점을 다 넣어 광고 문구를 만들 수는 없으니 소비자들에게 가장 널리 인식된 교보문고를 그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흥미진진하기만 할 것 같던 이 2차대전은 별다른 화제 없이 막을 내려가는 중이다. 대형문고 측에서 이같은 광고가 화제가 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연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굳이 인터넷 서점이 더 싸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것.

교보문고의 한 관계자는 "좋든 나쁘든 논란이 되면 결국 인터파크 광고만 해주는 것 아니냐"라며 그 광고판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꺼렸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짧은 단신 기사로만 두 차례 정도 보도되었을 뿐, 금세 관심권에서 사라졌다.

반디앤루니스 앞에는 확실히 앉을 공간이 많다.
반디앤루니스 앞에는 확실히 앉을 공간이 많다.양중모
영풍문고는 아예 작은 공간을 이용, 매장을 하나 빼내었다.
영풍문고는 아예 작은 공간을 이용, 매장을 하나 빼내었다.양중모
그러나 종로 일대 서점간의 손님 끌기 전쟁은 더욱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점들이 단순한 광고 전쟁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고객을 끌 수 있는 행동들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디앤루니스가 서점 앞 광장을 잘 활용해 시민들이 쉴 수 있게 편안하게 꾸미고 최근에는 태극기 전시회도 여는 등 시민들의 눈길을 잡자, 영풍문고도 적진 앞으로 전진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영풍문고는 반디앤루니스 길목에 광고판을 설치한 것으로는 모자랐던지, 아예 자그마한 매점을 밖으로 빼냈다. 영풍문고 안으로 굳이 들어오지 않고도 책을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언제 생긴 것이냐고 묻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아직 한 달도 안 되었어요, 보름 정도 되었나" 라고 대답해주었다.

반디앤루니스의 광장을 이용한 시민들 휴식공간 제공, 영풍문고의 멀티에 이어 교보문고와 인터파크가 어떤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몰이에 나서 4차 대전을 벌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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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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