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면 치일까, 고개들면 빠질까 무섭네

[생활 속의 발견⑦] '걷고 싶은 거리' 차도와 인도 구분 명확해야

등록 2005.08.04 18:49수정 2005.08.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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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야?"


지난 7월에 인턴을 하면서 종종 프레스센터에 가 세미나를 들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에서 프레스센터쪽으로 가려다보면, 서울시의 야심작 청계천을 복원하고 있는 현장을 지나가게 된다. 그런데 이 곳에 있는 차도가 마치 인도 같은 느낌이어서, 땅만 보고 건너려다 차에 치일 뻔 했다.

땅만 보고 걸으면 마치 인도 같다.
땅만 보고 걸으면 마치 인도 같다.양중모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원망스런 눈길로 다시 한 번 그 차도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사람이라도 붙잡고 '이래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호소하려 했건만, 뻔히 빨간 불이 켜져 있는 횡단보도가 떡하니 그려져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면 신호등도 있는 차도!
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면 신호등도 있는 차도!양중모
빨간 불을 무시하고 간 내 잘못이 크니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타는 목마름이라도 해결하고자 프레스센터 뒷편 우체국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을 찾아갔다. 아까와 같은 경우를 당할까 두려워 고개를 뻣뻣이 들고 가는데, 앞에서 '어머' 하는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 살펴보니, 도로 가장 자리 배수로에 한 여자의 하이힐이 낀 것이다.

순간,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해야 했다. 차에 치일까 두려워 고개 들고 다니다가 이번에는 배수로에 하이힐이 끼었다고 생각해보라. 걸어 다니면서 시선 유지하기도 힘들지 않겠는가. 도로가 좁은지라 차 한 대가 과속으로라도 달려왔다면 그 여자는 적어도 타박상 정도는 입어야 했을 것이다.

하이힐을 신으면 빠지기 쉬운 배수구
하이힐을 신으면 빠지기 쉬운 배수구양중모
사실 사람들이 잠시 불편하거나 '내가 조심하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것들 가운데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것들도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인사동이나 돈암동 등 보행자들을 고려해 걷고 싶게 디자인 하겠다는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제로 건조하기 그지없는 도로나 회색 아스팔트보다 더 걸어 다닐만한 맛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걷고 싶은 거리'라는 점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작 차도 같이 쓰는 도로라는 생각은 뒷전으로 미룬 듯한 점이다.

프레스 센터 앞 청계천 공사 하는 도로는 예쁘기는 하지만, 나처럼 그 길이 초행인 사람들은 땅만 보고 걷다가는 차에 치이기 쉽다. 또한 자주 가는 인사동 길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사동 길, 차도와 인도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인사동 길, 차도와 인도 구분이 애매모호하다양중모
게다가 이 곳은 신호등도 없다. 정독도서관 방향에서 인사동 길로 차량들이 끊임없이 진입하지만, 신호 체계가 없어 차량이나 보행자나 알아서 눈치봐가며 길을 건너야 한다. 게다가 이 곳도 '걷고 싶은 거리'인지라 땅만 보고 걷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인사동에는 워낙 사람이 많은 데다가, 차도와 인도 구분 자체가 애매모호해 사고 위험이 높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차들이 대부분 서행한다는 점이다.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 반드시 밝은 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게다.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꾸 시민들 눈에 무언가 보여주려는 전시성 성과물을 끊임없이 내놓을 뿐 이미 진행된 사업 등에 대한 개선에 미흡하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소 잃고라도 외양간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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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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