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주인공인 '캐릭터 세상'

'서울캐릭터페어2005(Seoul Character Fair 2005) 지난 31일 막내려

등록 2005.08.04 21:40수정 2005.08.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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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과 코엑스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캐릭터페어2005(Seoul Character Fair 2005)'가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닷새간의 숨 가쁜 일정을 마치고 지난 31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볼거리, 놀거리, 살거리 모두 '확실'했던 올해 서울캐릭터페어를 돌아본다.

a 31일 성황리에 폐막된 서울캐릭터페어2005.

31일 성황리에 폐막된 서울캐릭터페어2005. ⓒ 홍지연


강화된 비즈니스로 실효 거둔 '캐릭터 마켓'


마켓의 본질은 매매다. 그 모든 캐릭터들이 빠짐없이 적정의 '상품성'을 가지며, 누군가에게 팔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서울캐릭터페어2005는 실제 비즈니스 발생을 꾀하기 위한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대거 선보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마켓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했다.

기존 비즈니스 프로그램인 '온라인 프리마케팅 프로그램', 'PR쇼' 등과 더불어 해외 유력 바이어와의 1:1 비즈니스 상담 프로그램인 'TOP(To Overseas Program)', 모든 참가업체의 다양한 바이어와의 미팅인 'IBP(International Buyer Program)' 등이 진행됐다.

올해 첫 시행된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특히 TOP의 경우, 바이어들과의 '확실한' 연계 역할을 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주최자가 전략적으로 바이어와 스케줄을 같이함으로써 바이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 달라진 비즈니스 관련 프로그램들은 모두 올해부터 코엑스와의 공동 주최가 실행됨으로써 가능해졌다. 프로그램에 힘입어 실제로 국내외 바이어 수 또한 작년의 60명에서 올해 131명으로, 배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a 비즈니스 데이 기간 진행된 PR쇼 모습.

비즈니스 데이 기간 진행된 PR쇼 모습. ⓒ 홍지연

캐릭터페어가 종결된 시점, 주최측의 조사 결과 올해 참가업체의 비즈니스 상담총액은 총 29개 업체에서 67억원이 발생, 실 계약액은 12개 업체 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행사 종결시점에서 조사된 상담액 40억원과 계약액 13억원에 2배 가까운 액수. 추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그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


137개 업체가 총 337개 부스로 참가, 전년 대비 약 34% 가량 규모가 확대된 시장엔 실제로 캐릭터 페어 기간 방문한 바이어 수만도 작년 2100여 명에서 올해 2600여명으로 500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해가 거듭될수록 늘고 있는 업체들 스스로의 비즈니스에 대한 요령 및 적극적인 태도와 또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에는 불참했으나 올해 참가하게 된 한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계약건이 성사되는 것을 볼 때 어떤 업체고 참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 폐막 당일, 티켓을 끊기 위해 줄서 있는 관람객들.

폐막 당일, 티켓을 끊기 위해 줄서 있는 관람객들. ⓒ 홍지연


한결 높아진 수준,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 사로잡아

"너무 반가워!"

동시에 이곳은 축제의 장이었다. 어린이들은 자박자박 달려가 둘리, 뽀로로, 뿌까 등의 탈인형들에게 마음껏 안겼다. 이곳에선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란 처음부터 없었다. 스스럼없이 캐릭터에게 손짓하며 다가가는 것은 비단 사진촬영이라는 '중대 목적'을 위해서만은 아닐 터.

2차원의 평면에서 튀어나온 '온전한' 캐릭터들이 사람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어른의 무릎까지 밖에 안 오는 아이들이 아장아장 뛰어다니는 풍경에서만도 캐릭터가 갖는 힘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올해 서울캐릭터페어를 찾은 업체는 137곳, 총 337개의 부스를 운영해 전년 대비 34%의 성장세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총 관람객수 또한 12만9277명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절정에 달한 휴가철임에도 폐막 당일, 티켓을 구입하고자 로비를 길게 가로질러 있던 줄은 콘텐츠에 대한 더 커진 일반의 관심을 드러내는 듯했다.

축제가 더욱 즐거웠던 이유에는 나눠주는 '선물'이 주는 기쁨 또한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다. 부지런하다면야 챙겨갈 것도 많았기 때문. 부채나 스티커는 기본, 어린이들이 쌓은 만큼 챙겨갈 수 있는 '링고블록'(삼일문화사), '매직콘'(시은디자인) 등도 눈에 띄는 선물들. 김수정, 김풍 등 유명 작가들, KCM 등의 유명 가수의 사인회도 곳곳에서 열려 사람들을 발목을 잡았다. 팬서비스도 야무졌다. 아무 말 않고 자리에 앉으면 '슥슥' 어느 틈엔가 그려진 캐리커처 하나가 두 손에 쥐어졌다.

a 행사 기간 내 열렸던 이켠, 박슬기가 진행하는 `와글와글 캐릭쇼` 공개 녹화 모습.

행사 기간 내 열렸던 이켠, 박슬기가 진행하는 `와글와글 캐릭쇼` 공개 녹화 모습. ⓒ 홍지연

올해 역시 기획관, 특별관, 개인 및 동호회관 등 볼거리들도 풍성했다. 특히 특별관에서 진행된 '캐릭터상품 어플리케이션 공모전'은 탁상시계, 체중계, 헤드폰, 생리대에 이르는 생활소품들이 '캐릭터'만으로 얼마나 경쾌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특별관을 관람한 이은하(17세·서울 명륜동)양은 "특히 마린블루스 캐릭터들을 좋아하는데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들로 표현되는 것이 신기하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획관에서는 라그나로크, 포트리스 등 캐릭터에서 게임으로, 게임에서 캐릭터로 영역을 확대해나간 대표적 캐릭터를 중심으로 '게임 캐릭터 월드(Game Character World)'로 진열된 게임제품, 상품들로 다양한 비즈니스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a 지역 캐릭터들의 세련된 약진이 돋보였다. 사진은 전남 장성의 `길똥클럽` 부스.

지역 캐릭터들의 세련된 약진이 돋보였다. 사진은 전남 장성의 `길똥클럽` 부스. ⓒ 홍지연

한편 지역 캐릭터들의 세련된 발전도 반가웠는데, 부스 꾸미기에서부터 각종 부대행사까지 흠잡을 데 없이 대성황 속에 진행됐다. 이미 높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장성군의 홍길동 관련 캐릭터인 '길똥클럽'과 전북 진안의 '마이용', 충북 제천의 '꼬마신선박달'과 '꼬마선녀금봉' 등과 더불어 올해 처음 참가한 제주의 '아몽'과 '꼬몽'도 다트게임 등의 부대행사로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냈다.

올해 서울캐릭터페어의 홍보대사인 이켠과 박슬기가 진행하는 '캐릭쇼 와글와글'의 공개방송 또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도 깜찍한 캐릭터 의상으로 치장한 어린이들이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하는 '캐릭터 패션쇼', 온라인 콘테스트를 통해 선발된 가족모델들의 패션쇼도 열성적인 참여로 인기리에 진행됐다.

닷새간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나 주인공이었다. 마음을 열고 캐릭터가 주는 기쁨을 순하게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말이다. 세 살배기 예은이 엄마 최소영(36세, 서울 방배동)씨는 인형들에 눈이 팔려 자꾸 어디론가 달아나려는 예은이를 붙잡으며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벌써부터 내년을 기대하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캐릭터, 뉴미디어 활용능력 특히 탁월"
제틱스사의 마이클 리키스(Micheal Lekes) 프로그래밍부 수석 부사장

ⓒ홍지연
B2B 관련 프로그램이 더욱 강화된 올해 서울캐릭터페어는 전년에 비해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이 더욱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월트 디즈니사의 어린이 엔터테인먼트 채널인 제틱스사의 마이클 리키스 수석부사장 또한 TOP 프로그램을 통한 업체들과의 미팅을 통해 이번 캐릭터페어에 들렀다. 그는 이번 방문으로 시은디자인과 캐릭터코리아 등을 만났다.

리키스 부사장은 1년6개월 전쯤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던 '뿌까'를 통해 한국산 캐릭터들의 우수성에 눈뜨게 됐다고 전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한국 방문이 벌써 3번째. 이번에는 서울캐릭터페어를 둘러보는 일로 한국 캐릭터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동양권 내에서는 한국의 캐릭터들이 일본의 캐릭터에 비해 낮은 인지도를 가졌었는데 뿌까를 통해 그 위상도 많이 높아진 듯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캐릭터페어를 통해 한국에 이렇듯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음을 알고는 놀랐습니다."

현재 미국, 인도, 남미 등 57개국에 애니메이션을 공급하고 있는 제틱스사는 부즈사와 공동 투자하고 있는 뿌까 TV판 플래시 애니메이션(7분짜리 78부작)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는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 OSMU(원소스 멀티유스) 관련 움직임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사례로 들며, 미디어 믹스에 강한 한국적 특성이야말로 한국 캐릭터산업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힘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의 캐릭터들은 굉장히 인상적이며 디자인이나 캐릭터적 요소에서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인터넷 강국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온라인이나 DMB 등의 뉴미디어의 도입면에서도 놀라울 정도의 탁월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기 몽생이', '꼬마 몽생이'의 서울 상륙기
제주동물테마파크의 '아몽', '꼬몽'

ⓒ홍지연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던가.

그러나 여기 캐릭터페어 기간 서울에 입성한 귀여운 두 망아지들이 있다. 제주 대표로 올해 처음 서울캐릭터페어에 선을 보인 '아몽'과 '꼬몽'.

아몽과 꼬몽은 각각 '아기 몽생이'와 '꼬마 몽생이'의 준말. 몽생이란 말(馬)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이들 말형제는 2007년 4월에 오픈하는 제주동물테마파크(가칭)을 홍보하게 될 주역들. 제주동물테마파크의 홍보대사들로는 아몽・꼬몽 형제를 포함, 총 18개의 동물 캐릭터들이 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지식산업진흥원과 제주동물테마파크가 진행중인 '체험형' 동물테마파크. 말, 개, 염소, 타조, 토끼 등 온갖 종류의 반려동물을 풀어 놓고 자연 그대로 접할 수 있도록 꾸며질 예정이다.

승마는 기본, 이곳에서는 어떤 동물에게나 먹이를 주고 쓰다듬으며 함께할 수 있다.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놀이기구도 없지만 18만평의 넓은 부지에 동물원, 식물원, 축산박물관, 천연늪지, 생태문화박물관 등이 세워질 예정.

제주동물테마파크측은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를 적극 벤치마킹해 아몽과 꼬몽을 탄생시켰고, 앞으로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물론, 제주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적극 홍보해나갈 계획이다.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아라커뮤니케이션의 박경배 대표는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대해 "제주 섬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테마파크로서의 첫 시도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캐릭터 전문집단이 아닌 만큼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지만 점차 완성된다는 생각으로 오픈까지 남은 2년 차근히 진행해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봐, 우리 몸에서 발 냄새 나는 것 같지 않아?"
'폐인가족'의 탈인형 춤꾼 이정환, 이제원, 김정훈, 유진원씨


아무리 두터운 탈인형을 뒤집어쓰고 있어도 다 보인다. 이들의 예사롭지 않은 춤 솜씨는 그 자체로 '환상'. 김풍의 '폐인가족'(아빠, 엄마, 다봉, 라순)의 모습 그대로인 네 젊은이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이 얼마나 혁혁한 공을 세웠던가. 덕분에 부스 앞을 지나는 남녀노소의 발걸음은 모조리 이 패밀리의 것이었다.

"작년에는 인형을 하나만 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올해에는 가족 모두를 하기로 했죠. 방도 폐인방스럽게 꾸몄는데 아마 우리처럼 돈 많이 안 든 부스도 없을 걸요."

그렇다. 김풍 작가의 말처럼 돈은 적게 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 '비보이'들, 이 삼복더위에 탈까지 쓰고 춤추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아는 형(김풍) 부탁'이라는 것 하나에 저렇듯 비지땀을 쏟아내며 대단한 의리를 발휘하고 있었던 것. 춤을 추다 그들은 이따금 방 한쪽에 놓인 선풍기에 '큰 얼굴'을 갖다 댄다. 말소리가 들리는 구멍 안으로 바람을 들이기 위해서다. 오죽이나 더울까.

"처음엔 찜질방에 온 듯했죠. 이제 5일쯤 되니까 내 몸의 일부인 듯해요. 근데 우리 몸에서 발 냄새 나는 것 같지 않아?(일동 웃음)"

탈을 벗은 그들의 얼굴은 퍽 '멀쩡'했다. 인형 속 주인공들은 성균관대학교 댄스 동아리 '꾼'(ggun)의 멤버들인 이정환, 이제원, 김정훈, 유진원.

각각 대학 2,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들은 사법고시, 행정고시, 취업 등을 준비 중인 건실한 이 땅의 청년들. 멤버 중 이제원 씨는 인터넷 판타지 소설 작가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땀에 젖은 머리를 흔들며 잠깐 쉬는 동안에도 익살을 부린다. "쟤는 검사들로만 이뤄진 '파핑(힙합춤의 한 용어)그룹'을 만드는 게 목표래요."

완벽한 무대 매너와 확실한 춤 솜씨를 자랑하며 5일간의 '중노동 미션'을 성실하게 수행해낸 그들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저버릴 수 없다는 말로 너스레를 떨며 끝내 탈을 쓰고 인터뷰 사진 촬영에 임했다. "여러분, 내년에 또 만나요~."

바로가기->2005년 캐릭터페어 폐인가족 댄스 동영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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