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와 경상도 된장찌개가 만났습니다

[우리집 일품요리] 음식에는 지역감정이 없답니다

등록 2005.08.06 15:58수정 2005.08.0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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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오수에서 나고 자란 저는 경상남도 함안이 고향인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 후 2년 동안 서울지역에서 살다 1993년 3월 이곳 창원으로 내려온 지 벌써 12년이 넘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 두 지역은 언어 차이도 크고, 생활풍습도 많이 다르지만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적지 않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봄에 끓이는 쑥국도 전라도에서는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서 끓이는 데 반해, 경상도에서 끓이는 쑥국은 쌀뜨물과 된장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12년이 넘는 시간을 창원에서 보내면서 나름대로 전라도 음식과 경상도 음식을 적절하게 '절충'하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게 되었습니다. 청국장을 끓일 때에도, 김치찌개를 끓일 때에도, 된장찌개를 끓일 때에도, 김치를 담글 때에도, 가지나물을 무칠 때에도, 오이냉국을 만들 때에도 저만의 절충식 음식 만들기가 발휘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출근을 하면, 저녁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기 때문에 다른 기자들처럼 <오마이뉴스>에 음식기사를 싣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에 된장찌개를 끓이게 되어서, 뭐 특별할 것도 없지만, 한번쯤은 소개하고 싶었던 된장찌개를 소개합니다.

쌀뜨물에 멸치를 넣고 끓입니다.
쌀뜨물에 멸치를 넣고 끓입니다.한명라
먼저 쌀을 씻을 때에 쌀뜨물을 잘 받습니다. 저는 청국장을 끓일 때에도, 김치찌개를 끓일 때에도 꼭 쌀뜨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받아 놓은 쌀뜨물에 멸치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 멸치는 걸러 놓습니다.


된장과 미더덕, 두부, 감자 등 재료를 준비해 둡니다.
된장과 미더덕, 두부, 감자 등 재료를 준비해 둡니다.한명라
재료로는 된장, 두부, 감자, 양파, 풋고추, 마늘, 대파, 미더덕을 준비합니다. 미더덕 된장찌개는 경상도에 와서 처음으로 맛을 보았는데, 먹으면 먹을수록 맛이 좋아 자주 끓여 먹습니다.

꼭 미더덕이 아니어도 꽃게, 새우, 조개를 이용해도 개운하고 시원한 맛의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습니다.

준비한 재료를 칼로 잘라 한곳에 넣습니다.
준비한 재료를 칼로 잘라 한곳에 넣습니다.한명라
준비한 재료에 멸치 우려 낸 쌀뜨물을 넣습니다.
준비한 재료에 멸치 우려 낸 쌀뜨물을 넣습니다.한명라
된장을 비롯하여 모든 준비한 재료를 잘 썰어 냄비에 담고, 먼저 준비해 두었던 '쌀뜨물 멸치 다시물'을 넣습니다. 사실 저는 위의 사진처럼 하지는 않고, '쌀뜨물 멸치 다시물'에 먼저 된장을 풀고 끓이면서 감자, 양파, 미더덕, 두부, 풋고추 순서대로 넣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설명하기 쉽게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쌀뜨물 멸치 다시물'을 부었습니다.


모든 재료가 들어 간 된장찌개는 팔팔 끓이시면 됩니다.
모든 재료가 들어 간 된장찌개는 팔팔 끓이시면 됩니다.한명라
이렇게 준비된 모든 재료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 불조절을 하면서 조금 더 끓이면 됩니다.

다 끓은 된장찌개는 먹기좋게 그릇에 담아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다 끓은 된장찌개는 먹기좋게 그릇에 담아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한명라
다 끓인 된장찌개는 이제 그릇에 퍼 담아서 맛있게 드시기만 하면 됩니다. 제가 끓이는 된장찌개에는 남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쌀뜨물을 넣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쌀뜨물을 넣으면 넣지 않을 때보다 그 맛이 깊고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처 쌀뜨물을 준비하지 못하여 부득이하게 맹물에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끓였을 때, 깊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쉬움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전라도 지역에서 나고 자란 지 18년, 그리고 서울생활 12년과 이곳 경상도 지역에 와서 터를 잡고 산 지 12년이 넘었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은 그 어떤 지역이든 독특한 생활환경과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차이가 나에게는 비록 생소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좋은 점을 잘 찾아내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생활방식에 보탠다면, 내 자신이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생활방식과 문화, 언어의 차이는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고 또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것부터 서로를 이해하고, 그 좋은 점은 배우려 하고, 또 스스럼없이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더 이상 지역감정이라는 단어는 우리들 곁에 찾아 볼 수 없겠지요?

덧붙이는 글 | 우리집 일품요리

덧붙이는 글 우리집 일품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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