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농어촌을 파는 시대 - 함평장어잡기 체험장

등록 2005.08.07 18:02수정 2005.08.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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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이면 황금들녘에서 수확한 벼를 정부가 수매하여 주었다. 그러나 WTO체제하에서 점차 수매량을 줄여 나가 벌써부터 벼 수매 문제로 농민의 고민의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어찌 쌀 문제만 농촌의 문제인가. 중국산 값싼 농산물이 밀려오면서 우리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그와 더불어 팔리지 않은 농산물 문제는 이시대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농어업이라는 원시사회에서부터 시작한 가장 원시적인 산업을 요즈음 같은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도 경제활동 수단으로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리한 여건이 아닐 수 없다. 해방 이후 60년까지 농수산물의 절대량이 부족한 시절에는 농촌은 생산만 하면 상품을 팔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생산하여도 팔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더욱이 농어촌은 젊은층의 도시 이주로 노령화가 14%대로 치닫고 있다. 농어촌의 수많은 학교가 폐교되는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정도다.

더욱이 농어촌의 1차 산업이 2, 3차 산업에 비해 경제성이 낮아 농어촌 총각들은 농어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장가 가기도 힘들어졌다. 경제활동으로서 농어업도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벼랑 끝까지 온 것이다.

농어촌이 땅이나 바다에서 나는 산물만 판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제는 계속 될 수밖에 없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 거리일 뿐 흐르는 강물을 팔 수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강물이 상품이 되지 못한 것이다.

1차 산업인 농어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1.5차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여기서 0.5차의 실체는 바로 IT다. 지식정보화 시대에서는 모든 산업은 물론 사회전반이 IT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행히 2001년도에 정부가 농어촌의 정보격차가 도시에 비해 크게 떨어지자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그때부터 농어촌의 정보화 사업을 시작했다. 필자는 IT에 접목한 농어촌마을의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실태를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필자 주>


농수산물도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팔린다고 하지만 시장 경제원리에만 의존한다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


첫째, 지금까지 농산물 마케팅의 주체가 농어민이 아니고 제3자라는 것이다.
둘째, 도시로 떠난 사람이 농촌으로 되돌아와 산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셋째, 바다와 땅에서 생산된 먹거리만 팔아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러한 여건에다 시멘트와 도시 환경의 공해에 시달려 온 도시민에게 탈출구가 필요하게 된 시대 변화도 농어업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농어촌의 체험 상품은 시기적절한 상품이 아닐 수 없다.

호남가의 첫 구절에 언급되는 함평천지는 나비축제로 유명하다. 드디어 세계 나비 엑스포 개최를 선포하고 나비를 통해 함평을 팔고자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바닷가 갯벌마을인 돌머리 해수욕장 인근을 포함한 '함평 해수찜 정보화마을'도 나비축제에 버금가는 바다축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마을은 긴 갯벌 해안선과 해변 송림을 품은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활용하여 도시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김봉태 정보화마을 위원장, 최상곤 어촌계장, 김희덕 어촌계장, 정찬영 콩 작목 반장이 함평군 이석형 군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장어잡기 체험을 상품으로 개발했다.

a 함평 해수찜 정보화마을 안내간판

함평 해수찜 정보화마을 안내간판 ⓒ 나천수

이들은 인터넷과 방송 그리고 다양한 홍보매체에 갯벌 바다체험을 알리고 올해만 4회에 걸친 체험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자 전국의 도시민이 구름처럼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기자는 지난 8월 6일 11:00 행사에 직접 참여하였다. 이미 7월 중에 2l회를 개최하였고 8월14일 11:00에 마지막 행사를 할 것이라고 한다.

돌머리 마을 또는 석두(石頭)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은 3면이 바다에 접했으며 갯벌의 면적이 매우 넓다. 횟집, 해안 일주 도로가 있고 주차장 시설도 풍부하다. 또 화장실, 샤워장도 잘 갖추고 있다.

행사장에 몰려온 인파는 대략 2천여 명 정도. 직접 장어 잡기에 참여한 사람은 5백 여 명이었다. 장어가 스태미너가 있고 매끄러워 면장갑을 끼지 않으면 맨손으로 잡기는 어렵다.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장어를 손으로 잡았던 어린학생은 놀라서 장어를 물속에 던지기도 하고, 물속에서 장어와 맨살로 닿은 아가씨는 기겁하고 물 밖으로 나온다. 그래도 아줌마들은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물속을 더듬는다. 그러다가 물속에서 한 마리 잡고 나면 손을 들어 환호성을 지른다.

a 장어잡기체험 전경

장어잡기체험 전경 ⓒ 나천수

모두 재미있어 한다. 많이 잡은 사람은 많아서 좋아하고, 빈 그물인 사람은 세상사 이런 것이라며 자위한다.

김봉태 위원장은 갯벌 바다 전체를 체험장으로 하는 자연산 숭어를 잡는 개매기 체험을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희덕 어촌 계장도 이 일을 위해 선진지까지 견학하였다고 한다.

1회 행사에 5천여명을 수용하는 개매기 체험은 상상만 하여도 설렌다. 개매기 체험은 밀물일 때 그물로 막아 썰물 때쯤에 그 안에 들어 있는 자연산 숭어 등 물고기를 손으로 잡는 행사인데, 돌머리 3면의 개벌 지역 4km 정도를 그물을 쳐놓으면 한 만 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a 서울 암사동에서 온 이쁜이 아줌마 장어잡고 환호

서울 암사동에서 온 이쁜이 아줌마 장어잡고 환호 ⓒ 나천수

과거에는 농어촌의 상품을 직접 도시로 가지고 나가 팔았다면 지금은 체험이라는 상품으로 농어촌 자체를 팔고, 농어촌에 찾아온 도시민들이 농어촌에서 시골 농수산물을 직접 사가지고 간다.

한 행사 관계자는 참가비 1인 3-5천 원 정도의 가격이라면 거부감이 없을 것이며 고객이 원하면 유황 해수찜을 패키지 상품으로 내놓고 식사도 특별 식인 석화 밥, 석화죽으로 할 것이라고 자랑한다.

a 넓다란 갯벌, 여기가 앞으로 개매기 체험장이 된다

넓다란 갯벌, 여기가 앞으로 개매기 체험장이 된다 ⓒ 나천수


a 육순 노구에도 정열을 불태우는 김봉태 위원장

육순 노구에도 정열을 불태우는 김봉태 위원장 ⓒ 나천수

덧붙이는 글 | 기사와 관련한 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mudsaua.invil.org 
http://www.hampyeong.jeonnam.kr

덧붙이는 글 기사와 관련한 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mudsaua.invi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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