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국정원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여야 의원들, 서로 '국정원 전력 들추기' 난타전

등록 2005.08.08 15:34수정 2005.08.08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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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여야의 대립 전선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도청 파문 초기, YS정부 도청 조직인 '미림팀'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는 '열린우리당 vs 한나라당'으로 대립 전선이 선명했지만, 'DJ 정부도 불법 도감청'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뒤엉키고 있다.

민주당은 여권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으며 반격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현정부의 불법 도감청 의혹을 제기하며 전선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DJ 정부는 YS 정부의 '조직적' 도청과 성격이 다르다며 선긋기에 나섰고, 반면 한나라당을 향해서는 '불법도청의 원조당'이라며 전신정당을 싸잡아 맹공을 퍼부었다.

우리당 '민주당, 넌 빠져' 한나라당에 맹공

a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민의정부때 국정원 기조실장 재임당시 도청 관여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국민의정부때 국정원 기조실장 재임당시 도청 관여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권의 이 같은 대립은 과거 '맺힌 감정'의 분풀이로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2003년 대북송금특검이 결국 분당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들어, 도청 정국이 노 대통령의 정치권 새판짜기 수순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갑 원내대표는 8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인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에 출연해 "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북송금특검을 할 때도 영남의 여론에 영합하기 위해서 특검을 수용한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이번 도청 파문도 노 대통령의 호남 배제-영남 끌어안기라는 정치적 의도가 강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불만을 가지면서도 민주당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진 않고 있다. 대신 한나라당을 향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한나라당의 전신정당은 김대중 당시 야당 총재를 등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희상 의장의 선친이 경영한 사업체에 세무사찰을 해서 가산을 강탈했다"며 "불법도청의 원조당이 계속 문 의장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한나라당이 박정희 후예정당으로 과연 존립해도 되는 정당인가 문제삼겠다"고 경고했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배 총장은 박정희·노태우·전두환 등으로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전신정당들을 열거하며 "민간인을 사찰하고 탄압하며 고문을 가한 독재정권의 잔재가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에 있었고,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이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으로) 개혁 혁명군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박정희 독재정권의 하수인과 확실히 맞서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나라당이 문희상 의장과 이강래 의원이 DJ 정부 시절 국정권 기조실장으로 지낸 전력을 들어 '진실고백'을 요구하자 열린우리당은 김무성·정형근·권영세 의원을 겨냥, 맞불을 놓았다.

전병헌 대변인은 특히 7일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불법도감청조사단장' 권영세 의원을 지목, "공안검사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시절 안기부 파견 검사였으며, 미림팀이 부활해 왕성하게 불법 도감청을 자행하던 안기부장 특보실에서 무려 3년이나 근무했다"며 "바로 미림팀이 재가동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문 의장의 불법도청 사전 인지 가능성을 제기하며 진실 고백을 촉구한 권영세 의원에게 화살을 되돌린 것이다. 전 대변인은 "적반하장의 공격수 권영세 의원은 우선 자신부터 고해성사해야 한다"며 "의원 홈페이지와 국회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프로필 중 '지워버린 3년(1994∼1996)'을 밝히라"고 정면 공격했다.

한나라, 문 의장 이어 노 대통령으로 전선 확대

a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미림팀`운영에 대해 국회차원의 조사를 주장했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은 김영삼 정부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미림팀`운영에 대해 국회차원의 조사를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에 권 의원은 "논평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8일 <오마이뉴스>의 통화에서 "내가 뭘 했는지는 여당 당의장이 국정원과 가장 잘 통하니 그 쪽에서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청와대 정무수석에 있다가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문 의장과의 비교는 말이 안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권 의원은 안기부 파견 기간 자신은 단지 "법률적 조언을 해주는 역할에 불과했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열린우리당은 또한 한나라당의 문 의장 공격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박근혜 대표를 정면 공격했다. 박정희 정권의 과거사를 거론하며, 최근에 터진 육영재단의 아동성추행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당 당의장에 이어 한단계 수위를 높여 노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나섰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참여정부의 불법 도감청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은 2003년 이후에도 유선전화나 인터넷 장비를 계속 들여왔다고 국회에 보고했다"며 "당시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 토착비리 조사 등 국정원의 지방정보 수집활동 강화를 지시했는데 이는 명백히 정치사찰을 북돋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야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상대를 향해 고해성사를 촉구하는 동안 도청의 진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X파일' 사건이 터진지 보름을 훌쩍 넘겼지만 여야는 특검법이냐, 특별법이냐 줄다리기를 하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검찰은 특별수사본부 혹은 현행 수사팀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며 도청 정국의 주도권을 바투쥐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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