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과 생강 추출물을 내서 소주로 다시 울쿼낸 다음 발효시킨 한방영양제(위)와 이른 새벽 싱싱한 쑥대와 미나리 등으로 만든 효소액비(아래)전희식
처음에는 일주일 단위로 내가 직접 만든 유기농제를 뿌렸었다. 마늘과 생강으로 만든 한방영양제와 목초액, 그리고 현미식초를 배합하여 뿌렸는데 고추밭 가장자리에는 끊임없이 탄저병 걸린 고추가 생겨났다. 고추밭 가운데는 멀쩡한 걸 보면 다른 밭에서 날아오는 균 포자가 원인인 듯하다.
보이는 대로 따서 멀리 땅 속에 묻어 버렸지만 탄저병 걸리는 고추는 악착같이 생겨났다. 사나흘에 한번으로 약 뿌리는 기간을 좁혔다. 영양제인 청초효소액비와 항균제 중심의 목초액이나 한방제를 번갈아 뿌리면서 탄저병 걸린 고추를 한 소쿠리씩 걷어 낼 때는 속이 쓰렸다.
탄저병 흔적이 눈곱만큼이라도 있으면 가차 없이 솎아 내야 한다. 하루만 지나면 주위 고추가 거뭇거뭇하게 썩어간다. 붉은 고추도 틈틈이 따내는 작전이다. 따낼수록 새로 붉어질 고추로 영양이 옮겨가기도 하지만 탄저병이 옮기 붙기 전에 분리하는 셈이다.
고추밭 바로 곁에 들깨 밭을 만들었고 고추 골 중간 중간에 대파와 들깨를 섞어 심었을 뿐 아니라 독하게 매운 청양고추도 중간 중간에 섞어 심었는데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청양고추에도 탄저병이 큰 차이가 없다.
잡초는 이제 완전히 기가 죽어 더 이상 품을 들이지 않는다. 잡초 관리는 닭장 보온덮개가 큰 몫을 했다. 베어 깐 잡초들은 두툼하게 쌓여 썩어가고 있다. 풀은 더 날 수 없게 되어 있다. 풋고추는 계속해서 맺히고 있다. 지금 맺혀 있는 고추만 다 잘 붉히더라도 올 고추농사 풍년인 셈인데 얼마나 탄저병을 막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