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알아야 할 전쟁

박태균 저자의 <한국전쟁>을 읽고

등록 2005.08.11 16:25수정 2005.08.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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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전쟁표지

한국전쟁표지 ⓒ 책과함께

1950년 10월 13일, 같은 해 9월 16일 인천상륙 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인민군이 후퇴를 거듭할 무렵,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아래 내용의 전문을 보낸다.

“우리의 저항은 전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동지들은 군사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귀하는 소련이나 중국으로의 탈출을 준비해야 한다. 부대 및 병기들을 대피시킬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한 상세한 대책을 강구하되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적과의 싸움에 필요한 잠재력을 보존해야 할 것이다.”


전문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시기는 6월 25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이, 연합군의 승리, 혹은 남한의 승리로 끝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시기였다. 국군과 미군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한만 경계선으로 진격해 갔으며, 총사령관인 맥아더 또한 승리를 의심치 않았던 시기였다. 북한도 남한 정부의 관리 대상 영역이 될 것이라는 상식(?)과는 달리 UN측에서는 북한 지역의 독자적인 선거와 관리를 잠시나마 계획하기도 한 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법상 선거가 가능했던 남한 지역에 대해서만 유효한 정부였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리 계획의 수립이 따로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중공은 참전을 결정하고 10월이 채 끝나기 전에 20만이 넘는 군대를 북한의 산악지역에 포진시키고 이내 국군과 미군을 곳곳에서 포위 공격하기에 이른다. 당시 450만의 정규군을 보유했던 중공은 ‘순망치한’의 도리를 내세워 북한을 돕는다. 접경국이 미국의 세력아래 놓였을 때의 손해를 충분히 고려하고 난 후의 일이다.

대대로 한반도와 중국 대륙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선에서 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파병되었던 청나라 군대와 비슷한 느낌마저 든다. 이후 한국 전쟁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한 후퇴와 38선에서의 고착으로 마무리되고, 치열한 고지 탈환전 및 탁상 위의 정전 협상으로 전개된다.

역사에 가정법은 허용되지 못하지만, 만약 맥아더가 국경선으로의 연합군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만약 중공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더욱 자유를 만끽하며 강대한 통일한국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반대로, 만약 미국이 한반도를 제외한 에치슨 라인을 유지하기로 하였다면, 혹은 UN이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기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독재자 아래에서 다정한 이웃 중국의 개방에 발맞추려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미국의 경제 봉쇄 아래 지금처럼 인터넷 사용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환경이었을지도 모른다.


가깝지만 실제로 잘 알지는 못하는 한국전쟁에 대해 이 책은 많은 주제들을 던져준다. 특히 한국 전쟁의 전투상황 보다는 광복 후 남북한의 실정, 신탁통치를 비롯한 미국과 소련의 대응, 그리고 전쟁 및 정전협정 등 한국전쟁을 전후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그러한 주제를 얘기함에 있어 진부한 얘기들을 늘어놓지 않고, 최근에 비밀해제되어 공개되기 시작한 자료들을 보여주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전쟁이라는 주제는 ‘남과 북의 정권들이 통치를 위해 이용’하고자 했었기 때문에, 저자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은 끊임없는 질문과 가능성 제기로 이어지며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하지만 많은 것을 얘기하려다 보니 자세히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세한 참고서라기 보다는 입문서에 가깝다. 하지만 너무나도 잘 짜여진 입문서이다.


여전히 남북한은 휴전상태이다.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을 치르기 전에 쉬고 있는 상태와 다를 바 없다. 1985년을 기점으로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을 압도하기 시작하였다고 하지만, 한반도 통일 국가가 수립되기 전에 휴전 상태임에는 변함이 없다. 후반전 개시를 알리는 동시에 전 선수가 그로기 상태가 되버릴 위험을 두고, 끝없이 쉬고 있는 상태이다.

서양의 제국주의로 인한 식민지 수탈, 나치 독일로 시작된 2차 대전 후, 한국 전쟁은 ‘주의(ism)’ 혹은 사상 대립의 절정을 이루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충돌이 처음으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예이다. 단순히 김일성과 이승만의 정권 유지를 위한 방편이었을 수도 있었던 한국 전쟁은, 결국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진영과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진영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끝나게 된다.

얼마 전 맥아더 동상 철거와 관련된 대립 소식이 전해졌다. 맥아더의 활약 자체는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사항이지만 이러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열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맥아더 동상은 인천보다는 어쩌면 일본에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 없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동시에 미국이 우리에게 진정한 우방인가 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검증되고 질문될 사항일 것이다.

하지만 한 국가나, 정책 입안자나 권력자의 의도가 어떠했던가는 차치하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사항은 그 속에서 수많은 생명들이 스러졌다는 것이다. 국적을 막론하고 전장으로 내몰려 죽어갔던 병사들과, 전쟁과 편가르기에 휘말려 눈 먼 총알이나 폭탄에, 반동분자 혹은 빨갱이로 몰려 죽어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명히 기억해야 하는 사실은, 한국전쟁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민족에게, 그리고 같은 사람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경험하였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라지만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그 인과관계를 자세히 알아내는 것이야말로 앞으로의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지혜의 바탕이 될 것이다.

맹목적인 통일이나 맹목적인 배척보다는 조화로운 진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닐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최근 한 광고에서처럼 상대방의 의견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이해한 바탕 위에 자신의 의견도 제시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자라나는 사회가 된다면, 한반도에서든 전세계적으로든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는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기타 한국 전쟁 관련 자료

한국전쟁에 대해 알아나가기 위한 첫 단계로 국방부 군사 편찬 연구소 (http://www.imhc.mil.kr/)에서 발간한 자료가 좋을 것이다. 발간 자료들은 국방대 전자 도서관 (http://www.kndu.ac.kr/ecolas-dl/kndu/index.html)에서 소장기관별 검색을 통해 인터넷에서 원문을 다운받아 볼 수 있다. 방대한 자료 중에서 특히 원래 11권이었던 것을 1995년 3권으로 다시 낸 ‘한국전쟁(상,중,하)’이 시작으로 적합한 자료이다. 물론 위의 책과 같이 충분히 객관적인 시각이라고는 볼 수까지는 없겠으나, 20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통해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많은 자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또한 미국 군사역사센터(http://www.army.mil/cmh-pg/)에서 제공하는 한국전쟁관련 섹션 (http://www.army.mil/cmh-pg/reference/Korea/kw-remem.htm)도 영문자료긴 하지만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 한국전쟁의 내용으로 전반적인 내용과, 당시 전투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 사진 등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덧붙이는 글 |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에도 등록합니다.

덧붙이는 글 리더스가이드(www.readersguide.co.kr)에도 등록합니다.

하의도 농민운동사

김학윤 지음,
책과함께,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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