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매미노태영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갖고 산골짜기를 걸어가 보세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말한 슈마허(Schumacher)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한 생태와 자연 속에서는 정말 작은 것들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소중합니다.
커다란 은사시시 나무에 납작 엎드려 있는 매미를 보세요.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매미는 매미로 우화하기 위해 적어도 10여년이 넘는 세월을 땅속에서 견디어냈습니다. 우리들의 생활과 비교해보면 정말 엄청납니다.
우리는 작은 고통이나 힘듦에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특히, 요즈음 아이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15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왔는데 아이들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전의 아이들은 공부할 때는 정말 무섭게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운동할 때도 운동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치열하게 운동을 했습니다. 수업 중에 코피를 흘리는 학생을 보는 것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그 만큼 많은 노력과 정열을 쏟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생활하는지 잘 모를 정도입니다. 도대체 미친 듯이 시간과 노력을 쏟는 생활이 없다는 말입니다. 공부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고 평상시의 생활도 그렇고. 그저 앉아서 할일이 없이 시간만 죽이는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목표를 갖지 않은 인생처럼 보입니다. 아마 현대 생활의 단면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빠르고' '쉽고' '편안하게'라는 태도 말입니다. 바로 컴퓨터와 휴대폰과 텔레비전의 영향입니다. 굼벵이처럼 느린 생활이나 달팽이처럼 하는 일이 세월인 삶을 견디지를 못합니다. 조금만 검색창이 늦게 떠도 스트레스 받고, 통화 중에 연결이 끊어지면 신경질 내는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졌습니다.
텔레비전은 어떻고요. 아이들은 조용한 화면이나 느리게 화면 처리된 프로그램은 아예 보지를 않습니다. 아이들이 댄스뮤직에 열광하고 <내 이름은 삼순이>라는 드라마에 넋을 잃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빠른 스토리 전개와 카메라 슛팅(shooting)의 빠른 전환입니다. 색과 빛으로 만들어진 화면과 다양한 카메라 슈팅( till down, till up, dolly in, zoom in, cut, wipe)이 사용된 화면이 빠르게 바뀌면서 아이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빠른 상황변화와 순간적인 인식이 아이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서 하얀 연습장을 꽉꽉 채워가면서 수학문제를 풀거나 영어단어를 외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자율학습시간에도 끊임없이 휴대폰 자판을 무의식적으로 눌러댑니다. 그래서 '엄지족'이라는 말까지 생겨나지 않았습니까? 두개의 엄지손가락으로 일분에 200타가 넘는 아이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의 방법도 바뀌어야 하고 교육의 목표와 교육의 이념도 바뀌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연입니다. 숲과 시냇물, 들판과 농촌입니다. 시끄러운 도시에서 죽으라고 악을 쓰며 울어대는 매미가 아니라 안도현 시인이 이야기하는 매미소리를 아이들이 들어야 합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산속에서 우는 매미는 진짜 사랑이 그리워서 우는 것처럼 들립니다. 마치 사랑을 노래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파트 근처 나무에서 우는 매미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산속의 매미는 시끄럽게 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뜨겁게 웁니다. 도시에서 들을 수 있는 매미소리는 또 다른 소음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