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준아,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인사해!"

쩜빵 길준이 중국 분투기 (1)

등록 2005.08.12 13:13수정 2005.08.1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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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더워! 요즘 날씨 너무 덥습니다. 우리나라도 여름철 덥기는 마찬가지지만 상하이 날씨는 너무 더워요. 습기가 많이 있어 더 끈적거립니다. 그래서 저는 팬티 차림으로 삽니다.


저만 벗고 사냐고요? 아닙니다. 앞 동에 사는 중국 아저씨는 삼각팬티만 입고 보란 듯이 태연하게 베란다를 왔다 갔다 합니다. 뭐, 날씨가 더우면 벗고 사는 게 자연스런 현상 아닌가요?

a 아~ 더워

아~ 더워 ⓒ 유창하


너무 흉보지 마세요. 제가 사는 이곳은 우리나라처럼 계곡이나 산으로 찾아다니는 여름철 피서행락도 없답니다. 인근에는 찾아갈 만한 산도 없답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집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여름을 보냅니다. 가끔 바닷가나 실내스키장, 인공수영장 같은 인공 유락장에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너무 멀어요.

중국 아저씨 아주머니들, 새벽 일찍 일어나 근처 공원에서 태극권을 하기도 하고, 오후가 되면 공원 나무 그늘에서 쉬기도 하지만 어떻게 여름을 보내는지 신기하기만 하네요.

a 짝지가 고개를 숙이네요. 부끄러운가 봐요.

짝지가 고개를 숙이네요. 부끄러운가 봐요. ⓒ 유창하


오늘도 유치원 갔다 돌아오는 길입니다. 스쿨 미니버스 제일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중국 뉘알(女兒) 짝지가 <오마이뉴스>에 출연하는 게 부끄러운지 고개를 막 숙이네요. 연예인 소질이 없나 봅니다.

유치원에 여름방학 없기는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일주일 정도 생색용으로 하기는 합니다. 그게 다 '엄마 아빠 편하자'고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a 비누거품놀이 장난감 권총입니다.

비누거품놀이 장난감 권총입니다. ⓒ 유창하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에 '비누거품놀이'하는 친구들이 보여 같이 잠시 놀았습니다. 요즘 중국에서 '비누거품권총' 장난감이 인기인가 봅니다. 놀이공원에 가도 여기 저기 많이 가지고 놀아요.


한국에서도 요즘 이런 놀이 많이 하는가요? 한다면 아마 중국 제품이겠지요. 제가 한국에서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도 알고 보니 대부분 중국제품이었습니다.

근데 요즘 중국에선 아이들을 샤오황띠(小皇帝)라고 부릅니다. 왜냐하면 아이 한 명에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엄마, 아빠가 황제처럼 떠받드니까요. 한 집에 한 명밖에 못 키우니 얼마나 귀하게 키우겠습니까?


저도 하나니까 앞으로 샤오황띠로 대접해 주세요.

a 체력단련 만보기입니다. 키가 짧아 손잡이까지 저의 손이 못가네요.

체력단련 만보기입니다. 키가 짧아 손잡이까지 저의 손이 못가네요. ⓒ 유창하


저는 가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내 휴식공간에 설치된 체력단련기구에서 운동하면서 놀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기 운동기구들이 좀 요상하게 생겨서 뭘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생김새를 보고 대강 놀아본답니다.

지금 놀고 있는 이 기구는 '만보기'라 불리는 체력단련기인데 양손으로 번갈아 잡아당기면서 양발을 교차하며 걷는 운동을 하는 체력단련기구입니다. 시간나면 앞으로 다른 기구들도 많이 알려드릴게요. 우리나라에서 못 보던 신기한 단련기구들이 공원과 아파트마다 많이 설치되어 있답니다.

a 중국 아이들도 놀이 기구에서 놀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중국 아이들도 놀이 기구에서 놀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 유창하


지난 일요일에는 시내버스를 타고 아동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마침 문을 닫았네요. 은행과 우체국도 일요일에 문을 여는 나라인데 이상하군요. 1층에 있는 무슨 홍보관이란 데를 들어갔습니다. 아마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곳 같아 보였습니다.

여기서 저는 한류 스타가 되었답니다. 홍보관 샤오제(少姐)들이 막 달려들어 혼났습니다. 제가 그렇게 잘 생겼나 보지요. 평소에 잡아 보도 않던 포즈를 취하느라 팔이 다 아플 지경입니다. 사진 찍으려면 빨리 빨리 찍을 것이지….

a 포즈 잡느라 팔 떨어지는줄 알았습니다.

포즈 잡느라 팔 떨어지는줄 알았습니다. ⓒ 유창하


요즘 중국 삼촌들하고 이모들, 카메라휴대폰 가지고 사진 찍기 너무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타면 귀에는 MP3로 음악 듣고 손으로는 휴대폰 문자 보내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꼭 한국에서 보던 모습하고 비슷하네요. 삼촌 이모들 옷 입는 것하며 하며 따라하는 모든 게 한국하고 많이 닮아가고 있네요.

매일 아침 나랑 비슷한 시간에 출근차를 타는 틈에 잠깐 동안 중국 삼촌, 이모들과 놀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차들이 소개되어 있는 자동차잡지를 즐겨보더군요. 차 좋아하는 것 나랑 비슷하네요. 가끔 나에게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도 사주기도 해서 너무 좋아요.

a CCTV에서 요즘 매일 전국 방영하는 한국드라마 '노란손수건'입니다.

CCTV에서 요즘 매일 전국 방영하는 한국드라마 '노란손수건'입니다. ⓒ 유창하


저번 일요일 즐거웠던 일을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자랑도 하고 첫인사하려고 공중전화기를 찾았습니다. 이 공중전화부스 세련되어 보이네요. 중국 공중전화는 부스형도 있고, 개방형도 있답니다.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고, 동전 투입식 공중전화기도 있지만 아무 거리에서나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독자님들! 저 길준이, 중국에 살고 있는 유치원생입니다. 한국 드라마 덕분에 저도 막 뜨고 있답니다. 중국중앙텔레비전에서 전국에 방영하는 한국드라마 <노란손수건> <인어공주> 덕택에 어딜 가나 '인기짱'입니다. 계속 한국 드라마 잘 만들어 주세요.

다른 것도 좋지만 영화 드라마 같은 한국 '문화 콘텐츠'는 중국에서 경쟁력 있습니다. 기술을 잘 살려 외화획득도 하고 길준이도 함께 띄워주세요.

앞으로도 잘 생긴 저의 모습, 멋진 포즈, 함께 보여드릴게요. 중국 문화, 간단한 중국어도 생생한 뉴스로 재미나게 알리고 아는 만큼만 전달해 드릴게요. 그럼 다시 봐요. 짜이지엔(再見)."

a "길준아,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인사해"

"길준아, 오마이뉴스 독자들께 인사해"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글쓰기를 하여봅니다.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에서도 '중국 살아가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글쓰기를 하여봅니다. http://cafe.daum.net/shanghaivillage 에서도 '중국 살아가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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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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