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은 이미 사문화...수배 해제조치 이뤄야

[국보법과 싸우는 사람들-2]한총련 정치수배 해제 단식농성 중인 6인의 수배자를 만나

등록 2005.08.12 14:45수정 2005.08.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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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총련 정치수배자들은 무기한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갇힌 몸이지만 국가보안법을 철폐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들은 가장 수위 높은 단식을 결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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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수배가 되기 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국보법 피해자'가 아니라 '국가법과 싸우는 전사'다. 그러기에 그들의 얼굴에는 걱정이나 불안이 아니라 웃음과 여유가 넘쳐흐른다. 국가보안법으로 묶인 현실이 아니라 7천만 민족이 열어주는 통일조국의 미래가 눈에 보이기에 지금 웃고 있는 그들의 낙관. 그들의 눈에 보이는 미래가 7천만의 현실로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았다.

그 가까운 미래에 한총련 수배자들은 국가보안법과의 싸움에서 이긴 승리자로 당당하게 설 것이다.

a 고인규씨

고인규씨 ⓒ 박준영

"통일조국에서 풍물치고 싶어"
- 고인규(수배3년, 97학번) 2003년 인천대학교 총학생회장

"한총련 의장도 방북하는 마당에 현실적으로 국보법은 이미 사문화됐다고 봅니다. 남은 것은 그 이전에 수배자가 돼서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해제조치를 이루는 것이며 그것이 확실히 국보법을 끝장내는 길이며 우리가 해야 할 몫입니다."

고인규씨는 온 사회가 날로 발전하는 남북관계에 흥겨워 할 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없애는 길에 먼저 나섬으로써 우리 사회의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이 재 점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고인규씨가 대학 총학생회장을 결심하지 않았다면 그는 국가보안법 수배자가 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그에게 총학생회장은 영광된 자리였고, 비록 수배딱지를 얻기는 했지만 배운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이 절대적으로 옳은 길임을 가슴깊이 깨닫게 해준 자리였다.


그에겐 뜻을 함께 한 동지들과 가족들이 큰 힘이다. 특히 연로한 연세에도 홀로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믿음은 큰 힘이 된다. 물론 두 시간이면 닿을 김포를 3년이 넘도록 가보지 못하는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수시로 찾아오는 장염도 혼자 힘으로 이겨내고 명절 때면 밀려오는 그리움과 외로움도 웃으며 견디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해온 풍물을 계속 하고 싶은 고인규씨는 수배가 해제되면 지역에서 문예운동을 할 욕심이 있다. 지역에서 문예운동을 멋들어지게 할 포부와 계획까지도 세워놓은 고인규씨. 그의 머리 속에는 이미 통일조국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6.15공동선언 이후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세상을 보며 이제 곧 자주 민주 통일된 나라가 건설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며 통일된 조국에서 자신이 할 일을 계획하는 그이기에 지금 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의 승리를 확신할 뿐만 아니라 투쟁의 과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a 이영훈씨

이영훈씨 ⓒ 박준영

"2003년 풀지 못한 숙제, 이번에는 풀어야"
- 이영훈(수배3년, 96학번) 2003년 한신대 총학생회장(한총련 조통위원장 역임)

"생각의 힘이죠. 수배에 집착하지 않고 조국의 운명을 걱정하는 많은 동지들을 보며 그것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힘든 일도 많았지만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는 자각이고 그것이 우리를 버티게 했습니다."

이영훈씨는 수배 3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뭐냐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생각의 힘'이라고 답했다. 수배자들은 대부분 학교운동 일선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홀로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이영훈씨는 그 힘든 과정을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 걷고 있는 일이 옳은 일임을 매 순간마다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세상에 관심을 두고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수배'는 세상과 그의 소통을 금지시키고 있다. 사실 그것이 이영훈씨에게는 큰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수배생활이 두렵다기보다는 사회발전에 어떤 의미든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결심한 한총련 정치수배자 전면 해제 투쟁은 '수배'가 얽어맨 족쇄를 끊고 세상에 과감히 발을 내디딘 출발일 수도 있다. 그가 한총련 정치수배로 첫 포문을 연 것은 자신이 정치수배자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었다.

"한총련 정치수배는 수배자들의 개인사정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기에 개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죠. 그러므로 정치수배 해제 투쟁은 동지들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투쟁을 시작할 때 이영훈씨는 겁이 나기도 했단다. 2003년 한총련 조통위원장을 역임하던 시절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정치수배 해제 문제로 대대적으로 싸운 바 있기에 그때의 경험과 평가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기 때문이다.

2003년을 거치면서 수배문제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이기에 이번 투쟁도 혹시나 분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된 정세와 국민들의 인식은 이미 한총련 정치수배 해제 문제를 국가보안법 철폐의 본격적인 계기점으로 작용할 것임을 알고 있기에 지금은 자신감을 갖고 싸우고 있다.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고향 여수에서 투병중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할 때 가슴이 가장 답답하다. 장남으로써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그를 억누를 때가 많다. 하지만 여느 수배자처럼, 그리고 2003년을 책임졌던 한총련 조통위원장으로서 그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몫은 한총련 정치수배를 완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며 지금도 싸우고 있다.

a 우대식씨

우대식씨 ⓒ 박준영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위해 이 길 걸을 것"
- 우대식(수배 3년, 96학번) 203년 경희대 총학생회장(한총련 대변인 역임)

"제가 하는 일에 대해 떳떳하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는 생각이 드니까 수배나 감옥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수배가 저를 단련시켰다고 생각하고 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결심을 키워줬죠."

수배를 결심하는 것은 국가보안법과의 싸움에서 최선두에 서겠다는 것을 결심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우대식씨는 '수배자들이 국가보안법 철폐운동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웃기도 했다.

남북이 화합하고 단결하는 것을 보며 낙관과 뱃심이 두둑해 진다는 우대식씨. 그는 수배문제는 어떻게든 풀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변 시선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수배자 하면 범죄자 취급했는데 지금은 수배라고 하면 도와주려고 합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초반에는 경찰들, 주변시선 때문에 많이 괴로워했던 부모님도 이제는 '아들이 장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집안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장남인 그의 의견을 가장 존중해 준다고 한다.

수배생활을 한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오히려 수배를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을 봤다며 "자신의 육체를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대식씨는 대학에 들어와 학생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세웠다. 그래서인지 그는 민주노동당에서 내건 '부자에게 세금을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이라는 모토를 가장 좋아한다.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는 길이 '이 길'인 것 같다는 그는 앞으로도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보탬이 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바다를 너무 좋아해 인터넷으로라도 바다를 구경한다는 그는 수배가 끝나면 당장 바다를 가보고 싶다. 금강산으로 가면 바다도 보고 북한에도 가니 일석이조라며 웃는 우대식씨의 환한 얼굴을 하루빨리 바닷가를 배경으로 다시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자주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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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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