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일하지 맙시다"

한일 시민들의 토론회... "역사왜곡에는 평화로 대응해야"

등록 2005.08.13 22:06수정 2005.08.1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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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3일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한일시민포럼>이 열렸다.

13일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한일시민포럼>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허지웅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무조건적 반일'이 아닌 '평화'의 관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올해는 광복 60주년일 뿐만 아니라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하지만 독도문제와 후소샤 교과서 등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가 국가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두 나라 사이에는 전에 없던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복절을 목전에 두고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참여연대와 아시아태평양인권정보센터(일본), 코리아NGO센터(일본)는 13일 안국동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한일시민포럼'을 개최한 것이다.

'동북아 군사화와 한일관계', '한일 과거사 청산과 공동의 역사이해'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무조건적 반일'이 아닌 '평화'의 관점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강력한 상호 연대를 통해 역사 왜곡에 대응해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 측 참여자들은 역사왜곡과 관련한 일본 시민들의 구체적 문제의식에 놀라는 분위기였다. 일본 측 역시 양국 시민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종일관 적극적인 자세로 토론에 참여했다.

"사죄는 자학이라는 논리, 가해자 의식 없고 공교육 부정직하기 때문"

양국 시민들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이경주 인하대 법대 교수(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일본은 중무장 평화주의로 (군사정책을) 선회하고 있으며, 이는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 평화헌법 개악 책동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은 평화군축운동을 후퇴시킬 뿐더러 나아가 동북아 과거사 인식까지 후퇴시키고 있다"며 "동북아 평화공동체 형성과 평화헌법의 미래성에 대한 공동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일본은 과거 '피해자'로서의 평화주의에서 탈피해 '가해자'로서의 평화주의를 추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나와마사오(변호사, 칸사이네트워크 대표)씨는 발제를 통해 "고이즈미 총리는 아시아 침략과 식민지지배에 대해 '사죄하는 것은 자학'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며 "90년대 후반부터 급속히 국가주의, 자국민 중심주의가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나와마사오씨는 "일본 시민들은 원폭체험으로 인한 '피해자 의식'만 있을 뿐 가해의식은 없는데, 이는 정직한 공교육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안으로는 "역사의 진실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가 있어야 하고, 일본 정부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재일 한국인들은 일본과 한국 정부 양쪽에게 버림받은 존재"라며 "이들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위한 기본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a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측 참가자들

토론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 측 참가자들 ⓒ 오마이뉴스 허지웅

“왜 일본에 대한 모든 문제제기는 '반일'로 귀결되는가”

이어서 강혜정 '아시아 평화와 역사 교육연대' 국제협력위원장은 "한국에서 일본 역사왜곡 교과서 문제를 거론하면 민족주의에 기반한 분노를 보이거나 "또 그 이야기냐'며 식상해 한다"라면서 "모든 문제제기가 '반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이제는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가 존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민주화 세력이 역사문제 담론을 주도함으로써, '반일'이 아닌 '평화'의 관점으로 역사 왜곡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미츠이(교토, 대학생)씨는 "양국 국민에게 비무장 평화주의가 구체적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한·일 시민사회의 공동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뜻 깊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코리아 NGO센터의 곽진웅(재일교포)씨는 "여기에 모인 일본 시민들은 '참된 우정을 위한 한국 스터디 투어'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라며 "어제는 '나눔의 집'에 방문하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포럼이 양국의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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