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갈 수 있는 임시여권.김수원
2002년 9월 말. 군입대를 일주일 남겨놓고 금강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공모전 수상으로 공짜로 가게된 것인데 표는 한 장만 주어졌다. 입대 전 마지막 여행이라 혼자가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2년간 북을 적으로 두는 생활을 해야하는데, 그 전에 북한에 다녀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당시에는 속초에서 배를 타고 갔고 잠도 배에서 잤다. 북한까지 4시간 가량 걸렸는데 정말 끝없는 바다가 펼쳐졌다.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망망대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둘째날 금강산에 올랐다. 지팡이를 짚고 굽은 허리로 올라가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불안해 보였지만 그분들이 꿋꿋이 산을 올랐다. 나는 순간순간 느낌들을 기록했다. 혼자 있다 보니 남들이 가지 않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는데 구룡폭포에서 한 여성환경관리원이 나를 불렀다.
"동무, 거기 내려가시면 위험합니다"
"네? 죄송합니다"
"혼자서 이런 위험한 곳을 가려고 하십니까? 혹시 혼자 오셨습니까?"
그녀의 이름은 리철숙. 내 또래로 보이는 그녀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녀는 남한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남한 대학생들의 통일의식에 대해서 물었는데 나는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
"예전보다 그 열기가 뜨겁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통일을 반대하는 대학생도 있구요."
그녀는 수첩에 호기심를 가졌다. 나는 수첩을 보여주었고 알아보지 못하는 글씨에 대해 그녀는 질문했다.
"오락실로 몰려드는 아이들?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