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 측은 지난 7월 21일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1700억원대의 비자금을 불법적으로 조성해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용성 회장은 다음 날인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비자금 조성은 사실 무근"이라면서 이 사건을 박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용성 회장은 박용오 전 회장을 '가족 경영의 원칙'을 훼손한 배신자로 몰아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았다. 기자회견 이후 그룹 비리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질 일이 없다"는 박 회장의 설명은 또 한번 무색해졌다.
이후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기업의 투명성과 글로벌스탠다드를 강조했던 박용성 회장의 말과는 달리 두산 산업개발은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함께 2797억원의 분식회계를 자신 신고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한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밝힌 2797억원의 분식회계 고백은 "박용오 전 회장도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형제의 난'을 진흙탕 싸움으로 확산시켰다.
특히 10일 공개된 박용성 회장 등 총수일가 28명의 두산산업개발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벌어진 은행 대출금 이자 회사 대납 사건은 두산그룹에 치명타를 입혔다.
이 사건은 99년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와 세습을 위해 회사가 지급 보증을 서 은행에서 293억원을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하고, 대출 이자 138억원은 회사가 갚아준 상식 밖의 '범죄 행위'이다.
이 사실이 문제가 되자 박용성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28명은 지난 5일 부랴부랴 '회사 돈을 토해냈지만' 사건은 간단치 않다.
이는 상법 제382조의 선관주의(관리자의 주의 의무)위반, 상법 382조의3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죄(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4일 두산그룹이 미국 바이오 벤처회사 `뉴트라 팍'에 투자 명목으로 800억원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진정 내용에 대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 '형제의 난'이 혹시 형제들간의 합의로 진정된다고 해도 이미 검찰 수사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원리 신봉하던 박용성 회장, 그룹 비리로 기업불신 확산
참여연대는 11일 논평을 통해 "불법 경영방식이 평소 편법세습에 대한 비판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투명경영을 강조하여 'Mr. 쓴소리'란 별명까지 얻게 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과 합치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한국 재계를 대표할 신뢰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만큼 박용성 회장은 그 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용성 회장은 지금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국제유도연맹(IJF) 회장,국제 올림픽 위원회 (IOC) 위원,국제상업회의소 (ICC)회장 등의 감투를 쓰고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 활동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용성 회장은 '형제의 난'을 예견하지 못하고 지난 7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는 반시장적인 정책이 너무 많다"며 "시장원리에 충실하면 문제가 해결되는데 정부는 국민들 배고픈 것뿐 아니라 배아픈 것까지 해결하려 드니, 오히려 잘 안 된다"고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시장원리'를 신봉하던 박용성 회장은 상식을 뛰어넘는 두산그룹 비리로 기업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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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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