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그리고 히틀러?

독일인의 자동차 사랑

등록 2005.08.15 08:17수정 2005.08.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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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렌 슈피겔> 7월호의 관련 만화
<오일렌 슈피겔> 7월호의 관련 만화
독일의 풍자 전문잡지 <오일렌 슈피겔> 7월호에 '자동차'와 관련된 재미있는 만화가 실렸다.

태양만이 뜨겁게 작열하는 사막 한 가운데. 목이 타는 듯한 남녀가 차 옆에서 하늘을 향해 간절히 빌고 있다. '비를 내려 주세요! 비를!' 하늘도 감동한 탓인지 결국 비가 내린다. 기뻐 어쩔 줄 모르며 두 사람은 신나게 '세차(!)'를 시작한다.

독일인이 자동차에 애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리와 달리 '내집 마련'에 인생 설계의 상당 부분을 전력투구하지 않는 것이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독일에는 전세 개념이 없으니 다달이 일정한 월세만 내면 된다. 그리고 그 월세도 제멋대로 춤추는 일 없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당연히 자기 소유의 집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처럼 인생을 암울하게 만드는 일도 드물 것이다.

그러니 집 대신 '멋진' 자동차가 삶의 중요한 목표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법하다.

또 독일은 유럽 연합에서 자동차 값이 가장 비싼 나라에 속한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피아트의 신차는 이웃 핀란드보다 약 30% 정도 비싸게 출시됐다. 최근 조사된 89개 차종 가운데 34개 품목의 자동차 출시 가격이 독일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자동차를 사도 독일에서 사면 더 비싼 것이다.

비싼 돈 주고 샀으니 더 애지중지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독일은 자동차 애호가들이 많은 '자동차 강국'이다. 독일산 폭스바겐은 지구촌 사람들에게 독일산 히틀러만큼이나 유명하다. 후자는 물론 '악명'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자동차 강국 독일을 상징하는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닦은 인물이 다름 아닌 히틀러였다.

독일 경제 부흥의 디딤돌이 된 최고의 '효자 상품'인 자동차들이, 독일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인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히틀러의 '작품' 위를 내달리고 있는 셈이다. 묘한 아이러니다.

덧붙이는 글 | * 부산일보에 실린 필자의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 부산일보에 실린 필자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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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68혁명, 상상력이 빚은 저항의 역사』, 『저항의 축제, 해방의 불꽃, 시위』(공저), 역서로 『68혁명, 세계를 뒤흔든 상상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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