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냄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이면 식사 준비와 함께 시작되는 컴퓨터 부팅. 제일 먼저 <오마이뉴스>를 검색하고 두 번째 들르는 곳이 '공병호의 경영연구소'이다. 학교라는 경직되고 다소 고답적인 장소에서 일하는 관계로 세계적인 동향이나 시각이 무디어질까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행동이기도 하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공병호연구소에서는 경영전략이나 책 소개를 통해 공부하는 자세를 가다듬곤 한다.
방학을 맞아 서평만으로는 양이 차지 않아서 서점에서 <공병호의 10년 후, 세계>(해냄) 을 구입했다. 실용주의와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공병호 박사의 커뮤니티에 소개되는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들으며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한 번 읽은 소감은 한 마디로 말하면 충격이었다. 10년 후를 다루고 있지만 바로 오늘의 문제이며 지금 바로 서지 않으면, 긴장하지 않으면, 우리 자식들의 미래가, 우리 제자들의 미래가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증거들이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느림의 철학이 솔솔 풍겨 나오는 요즈음. 웰빙 바람이 불어서 느슨해진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세계 시장의 모습은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미래 한국의 모습을 염려하고 격려하는 한 경제학자의 목소리가 행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저자가 가진 위기감과 긴장감 그리고 직관과 통찰력으로 "투자가 없으면 미래 또한 없다"는 웅변으로 문을 열게 한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독자가 가져야 할 열린 마음과 각성의 순간, 깨달음의 순간을 미리부터 예견하게 해준다.
친미와 반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엄청난 속도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미국의 저력을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책을 인용하면서 조목조목 짚어준다.
2억 5000만 명 남짓의 인구가 전 세계 과학 산업 특허의 80%를 만들어내고 있는 미국의 현주소를 소개하며 그 비결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교육환경에서 나오는 미국의 저력"을 만들고 있는 탁월한 교육제도를 꼽는다. (하버드대학 제프리 삭스 교수) 그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일본과 유럽의 안간힘, 무섭게 부상하는 인도와 중국 속에서 한국의 설자리는 어디인지 준엄하게 묻고 있다.
저자는 경제학자답게 '대미 관계에서 감정이 아닌 실리를 따지자"고 말한다. 경쟁에 바탕을 둔 강력한 능력 때문에 미국은 오랜 기간 세계무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 이라는 예측을 통해, 우리 한국인들의 냉철한 미국관을 요구하기도 한다.
작은 나라가 가진 강한 피해의식, 잘못된 과거사 인식과 지나친 명분론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은 염려하기도 한다. 정치문제와 경제문제, 통일문제에 이르기까지 미국을 빼놓고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비좁아 보여 안타까웠다.
그래도 어제 방송에서 들은 내용이 힘이 되었다. 외화보유 4위, 경제력 12위의 국가이니 자기비하나 섣부른 포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저력은 이미 증명되었으며 앞으로도 훌륭한 나라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위안하며 책장을 넘겼다.
'현명한 사람이란 전쟁 발발 전의 평화 시에 전시를 가정하고 준비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자세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햇볕이 날 때 건초를 만든다는 서양 속담처럼 시간과 여유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며 방학으로 느슨해진 나를 흔들어 깨웠다.
미래 학자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완전한 승리를 이야기 하면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부구하고 인간의 본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 점을 들어 심각한 변화격차 속에 고개 드는 사회주의의 모습을 피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유목사회를 대비하는 자세로 언어 사용 능력과 전문지식으로 무장할 것을 주장한다. 이는 전 세계를 자신이 일할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는 것이다.
이동성이 증가하는 시대를 위해 고객을 감동시키는 정치와 행정 서비스를 위해 위로는 대통령부터 현장의 공무원까지 세상의 변화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유 있는 계층은 언제라도 생물학적 조국을 떠날 수 있는 현실에 비추어 공동체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지 않도록 감동시켜야 함을 생각하며, 우리의 후세들이 넒은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어른들의 몫임을!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든 내놓을 수 있는 자신의 주력제품이나 서비스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생존하라, 그것은 시대의 사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압도하는 책의 서늘한 위력 앞에 땀조차 기어들어가게 하는 저자가 밀도 높은 충심으로 오늘과 미래의 한국을 세계 속에 우뚝 세워 놓고 싶어 하는 열정으로 세상을 향해 내던진 화두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고 필요한 대목만 읽어도 세계의 모습을 개괄적으로 알게 해 준다. 나 같은 경우는 느슨해질 때마다 곁에 두고 형광펜으로 표시한 부분만이라도 다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슬럼프에 빠졌거나, 권태를 느낀 지식노동자에게도 좋고 교육을 생각하는 학부모나 선생님, 경제를 공부하는 분, 창업을 꿈꾸는 분, 어떤 분이건 멀리 미래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의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남북이 함께 한 광복절의 감동이 통일 한국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그 날을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생존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책' 속에서 힘을 얻기를 바라며 같이 나누고 싶은 제 소감을 올립니다.
공병호의 10년 후, 세계
공병호 지음,
해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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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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