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숙 인권위원인권위 김윤섭
최금숙: 일단 취업에서는 여학생이 남학생과 동일한 기준을 가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여성이 정책결정자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닌가. 학생들에게도 현재 상태에서 정책결정자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편이다. 확실한 직업의식에 바탕을 두고,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희생과 봉사의 태도를 가지라고 말한다. 국회의원뿐만 아니고 시의원·구의원 등 크고 작은 단위에서 정책결정권자가 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성 평등지수 58개국 중 54위
-성희롱 문제의 경우 예전에는 우리 사회에 그런 개념도 없었지만, 지금은 법·제도적 측면에서만큼은 일정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문화적인 변화가 아닌가 싶다.
정강자: 성희롱이 인권침해이고 차별이고 폭력이라는 인식은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남성의 집단적 저항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다. 여성부(여성가족부)를 상대로 남성들이 내는 행정소송도 늘고 있다. 훨씬 더 섬세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의 경향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최영애: 우리 사회가 아직 이 문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합리적인 여성의 관점'이라는, 조심스러운 기준을 쓰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이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참 어려운 실정이다. 사례가 많이 쌓이고 판례가 축적되어야 좀더 세련된 기준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우조교 사건이 최초의 사건이었는데 1심에서는 성희롱이라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때 논리가 "이 정도는 우리 문화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용 영역에서의 성희롱은 줄지 않고 있다. 원래 성희롱은 권력적 관계에서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정강자: 권력관계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대학사회와 직장인들은 그래도 대응능력이 있다. 그런데 범주를 벗어나는 소수자의 경우에는 심각하다. 예를 들면 유치원생, 초·중·고 학생, 시설에 수용된 아동, 장애여성 등은 대응능력이 없거나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건이 수면으로 올라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올라오더라도 사회적 의제가 안 된다.
최금숙: 모호한 사건들이 문제가 되는데 입증 방법에 대한 다양한 개발이 이뤄져서 남성도 억울하지 않고 여성도 억울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입증의 문제를 다양하게 해야 한다.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한 교육도 중요한 것 같다.
최영애: 여성이 'NO'라고 하지 않더라도 성희롱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이 사회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남성에 대한 교육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신혜수: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법원에서 고액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와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기업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 감독책임을 물어서 일벌백계하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대응능력 없는 여성들의 인권문제 심각
-성차별 문제와 성희롱 분야와 관련해서 올해 국가인권위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최영애: 올해 하기로 한 직권조사 2건은 모두 큰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이것만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강자: 이주여성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국제결혼한 여성의 인권침해 사례는 앞으로 점점 더 규모가 커질 게 뻔하다. 이 부분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본다.
신혜수: 거리에 걸린 동남아지역 여성들의 국제결혼 광고 현수막을 보면 알 수 있다.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폭력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여권도 없이 성매매 현장으로 유입되고 있고, 그 시장에서도 가장 열악한 인권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최금숙: 일하는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이 문제에 대한 조사와 정책적 대안 마련도 중요한 것 같다.
- 오늘 오랜 시간 토론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인권>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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