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모형김대갑
이렇게 치욕의 역사를 지닌 이 건물은 현재 격동의 근현대사를 알리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있다. 부산시는 반환받은 직후부터 각계 요로의 의견을 거쳐서 역사 교육의 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약 3년간의 내부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마침내 지난 2003년 7월 3일 총 200여점의 유물과 2개의 전시실을 갖춘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정식 개관하게 된 것이다.
제1전시실은 2층에 마련되어 있는데, '부산의 근대개항 주제관'과 '일제의 부산 수탈 주제관', 그리고 '근대도시 부산 주제관' 등으로 꾸며져 부산항의 개항부터 일제의 수탈에 시달렸던 부산의 근대사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3층에 있는 제2전시실은 '동양척식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일제의 수탈과정과 한국과 미국의 역사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근현대 한미관계 주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패배의 현대사를 딛고 미래를 향해 뻗어 나가는 '부산의 미래 주제관'으로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특히 제2전시실에 가면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을 당시 사진과 함께 전시한 코너가 있는데, 예전 그 시절을 회상하는 이들에게 씁쓸하면서도 의아스러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부산 미문화원, 아니 이제는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불리는 이 건물은 지난날 자신을 그리도 괴롭혔던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따지고 보면 이 건물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시멘트와 철근 덩어리로 이루어진 회색빛 도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겠는가. 이 건물을 무단으로 점령하여 우리 민족을 치욕에 빠트리게 했던 외세가 잘못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