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같은' 부동산대책, 겨우 이 정도였나

[분석] 부분공영개발-양도세 강화 등 윤곽... 효과는 여전히 '의문'

등록 2005.08.17 19:19수정 2005.08.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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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8월 31일 발표할 부동산 대책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달 동안 진행한 당정회의 내용을 최종적으로 다듬어 31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17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판교 신도시 택지공급 중단'이 결정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결의를 밝혔을 때 부동산 투기근절을 요구하던 여론은 '마지막 약속'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3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기대를 품었던 이들은 윤곽이 잡힌 부동산 대책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대통령-청와대-정부가 쏟아낸 약속들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후 청와대, 정부, 여당 고위 관계자들은 주택과 토지의 투기근절에 대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7월 3일 "헌법을 바꾸는 정도로 힘든 부동산 제도를 만들겠다"면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어 이해찬 총리는 7월 11일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부동산 투기는 단순한 사회적 범죄가 아닌 사회적 암"이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근원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역시 7월 19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주택이든 토지든 투기는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토지 공개념과 토지의 공공성은 사촌이나 형제간"이라며 투기 근절을 부르짖었다.


이 발언대로라면 31일 발표될 부동산 대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발표를 열흘 앞두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부동산 대책은 국민들에게 제시한 약속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가 8월 31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판교 신도시 개발지구.
정부가 8월 31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판교 신도시 개발지구.오마이뉴스 남소연
[판교 신도시 어디로]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원지로 지목된 판교 신도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용인과 수원 등 주변 집값을 11조원, 그리고 강남 지역 집 값을 23조원 끌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정부는 판교 택지 공급 중단을 선언하고, 분양 방식의 대폭 수정을 예고했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판교 신도시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해 임대로 공급할 것을 주장했다. 공영개발을 통해 개발자와 건설업체의 폭리를 차단해 분양가를 낮추고, 임대 공급을 통해 애초부터 판교가 '로또'가 되는 것을 차단하자는 뜻이다.

시민단체들은 구체적으로 토지는 공공임대로 하고 건물은 민간분양에 맡기는 방식을 제안했다. 여기에 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가 지정하는 공공택지의 경우 공영개발 방식을 채택하자고 강조했다.

정부는 판교신도시와 관련 5~10년간 전매금지, 중대형 아파트 10% 확대(3200세대), 중대형 원가연동제·채권입찰제 적용 등의 공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판교 청약 과열을 우선 잠재우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완전 임대 방식이 아닌 5~10년 전매금지로는 투기 위험 요소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고, 중대형의 채권입찰제 적용은 분양가를 끌어올릴 개연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판교에 한정된 공영개발로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끌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앞으로 지정되는 공공택지에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인지 종합적인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고 있다.

당정 25.7평 이하만 10년 전매 제한 검토... 근본대책은 아직 안 보여

[고분양가와 전매는 어떻게] 재경부가 16일부터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 개설한 '부동산 정책, 희망의 백년대계 만들기' 코너에서 누리꾼(네티즌)들은 대표적인 투기 근절 방안으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권 전매 제한'을 꼽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온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경기 부양책으로 무리하게 추진한 분양가 자율화와 분양권 전매는 부메랑이 돼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8월 대책에 이와 관련 이렇다할 대안을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25.7평 미만 아파트에 대해서 전매제한 기간을 10년까지로 늘린다는 방침만을 정한 상태다. 여기다 개발지 토지에 대한 전매제한기간을 2~5년 연장하는 방안이 추가된다.

정부는 고분양가는 원가연동제(원가를 산출한 후 분양 가격을 정하는 제도, 정부는 20%정도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정공법은 아니다. 애초 분양가 자율화의 전제는 후분양제이기 때문이다.

선분양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공급체계로 소비자 권리보호에 취약할 뿐 아니라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선분양제를 유지할 경우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권 전매 완전 금지를 시행하든지, 아니면 후분양제 조기 도입을 통한 소비자 중심의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공공부분에 한해 실시하는 주택 후분양 제도를 2007년 이후 본격화해, 2012년에 완전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너무 먼 이야기다.

[미니 신도시, 대책 맞아?] 정부가 미니 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부동산 시장은 "대책 맞나"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서 영업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판교 때문에 집값이 이렇게 올랐는데, 또 신도시를 만들겠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대책에 미니 신도시 포함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판교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부는 강남을 대체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예정지로 토지 매입 부담이 적은 군부대와 공공시설 이전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 남성대 골프장 (24만평), 거여동 국군 특전사(58만평), 공공기관 이전 부지인 용인 구성읍의 국립경찰대학(27만평), 법무연수원(22만평), 국민임대주택단지로 지정된 강남구 세곡동(1만평)과 서초구 우면동(15만평)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소요기간이 아무리 빨라도 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참여 정부 임기안에 미니 신도시 조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미니 신도시 거론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헛발질'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현실화 여전히 '미진'

[보유세는 얼마나 올라가나] 정부는 세제와 관련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60% 중과 ▲주택 종부세 대상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세대별 합산 ▲토지도 세대별 합산과세 ▲양도세 실거래가과세 시기를 당초 2007년에서 앞당기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세제 정책 기조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 정부 임기안에 1%로 올리고,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중과세 할 수 있도록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현실화시켜야 세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집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손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확실히 주기 위해서는 보유세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안은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개발이익 환수 실현될까] 정부는 10·29 대책에서 개발부담금제 도입을 검토했다가 '기반시설부담제' 부과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그러나 기반시설부담제는 주변 시설 확충에 필요한 돈을 당사자들이 지불하는 것으로 개발이익환수와 거리가 있다.

이같은 비판에 직면하자 정부는 개발부담금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발부담금은 개발지역 뿐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에도 적용돼야 진정한 의미의 '이익환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개발 사업에 따른 토지보상비가 주변 토지 매입으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현금 보상 대신 실물과 채권 보상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보상 방안을 변칙적으로 마련하기 보다는 주변 토지 매입의 우선권을 주는 특혜를 줄이고,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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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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