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타임스
[최희영 기자]소설가 김별아씨의 장편소설 <영영 이별 영이별>(김별아 지음/창해 펴냄)이 나왔다. 지난 3월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신라여성을 욕망에 충실한 인물로 재해석한 소설 <미실>을 낸 지 5개월만이다. 또 다시 역사소설이다. “체험에 의한 글만 쓰다 보니까 삶과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꼈다”던 작가는 역사소설에 대한 허기를 여전히 느끼고 있나 보다.
이번 소설 역시 역사 속 여성인물을 재발견해낸다. 현대로 불러온 여성인물은 정순왕후다. 그녀는 누구인가. 단종의 비다.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머나먼 유배지 영월에서 원통한 죽음을 맞은 조선의 여섯 번째 왕 단종의 비 정순왕후….
열다섯 살에 혼인해 열여덟 나이에 남편을 잃은 그녀는 여든두 살에 세상을 떠났다. 자식도 없이 예순다섯 해를 홀로 살며, 그녀는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자신의 생을 견뎌냈을까? 작가는 역사 속 여성인물에 따뜻한 숨을 불어넣는다. 한 왕비가 걸인, 날품팔이꾼, 뒷방 늙은이가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 얼마나 고된 삶일까. 조선시대 정치적 격변의 소용돌이에서 그녀는 숨죽여야 했다. 실낱 같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한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했다. 태어날 때부터 남성에 복종해야만 하는 수동적 삶을 강요받았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형벌을 그녀 역시 짊어지고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작가는 정순왕후를 임금(지아비)에 대한 사랑으로 모든 것을 감내하는 고전적 여성상에 가두지 않는다. 전작에서 미실이 욕망과 본능에 따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간 여성을 그려냈듯이, 이번 소설에서도 정순왕후는 주어진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여성으로 그려낸다.
사랑을 잃고 치욕스럽게 살지라도 그 삶을 기어이 살아내고야 마는 여성의 모습에서 ‘독한 인내’가 느껴진다. 그것 또한 주체적 삶의 다른 모습 아닐까. 작가는 독자에게 나직이 묻는 듯하다.
작가는 “기록된 역사는 ‘사랑을 잃고 힘을 얻기에 실패한’ 여인들의 삶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있는 귀신’으로 지질하고 서러운 생애를 배겨낸 그녀들에게도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는 존재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정순왕후의 생생한 육성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단숨에 읽힌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씨는 “단종비 송씨의 애달픈 삶을 겹겹 채색 산수화로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면서 “숨 한 번 끊지 않고 한 여인의 애절한 사연들을 굽이굽이 엮어나간 긴 호흡과 그 호흡을 따라 펼쳐진 기억의 두루마리 위에 그려놓은 여인들의 형상이 참으로 아름답고 슬프다”고 평한다.
이 소설이 반가울 독자가 많을 터. 여성 작가의 역사소설이 드문 까닭이다. 작가는 “여성작가들이 사적이고 내적인 인간풍경에만 주목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허스토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작가의 말처럼, “그들(역사 속 여성인물)의 수다에 맞장구를 치고, 구구절절 슬픈 사연에 함께 울고, 전설이 되어버린 소문의 꿈을 꾸는 사이, 그녀들은 어느덧” 우리의 역사로 남아 미래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해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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