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기고 뚱뚱해도 이효리가 될 수 있다?

<온 스타일> '미운 오리 백조 되기'를 보고

등록 2005.08.18 16:35수정 2005.08.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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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온 스타일> '미운 오리 백조 되기'

<온 스타일> '미운 오리 백조 되기' ⓒ 온 스타일

케이블 채널 <온 스타일>에서 '미운 오리 백조 되기'라는 미국 프로그램을 봤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가 지방 흡입술도 받고, 치아도 교정하고, 물론 성형수술도 하고 완전히 다 뜯어고친 후 예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머리를 치장한 후 거울 앞에 서서 지난 3개월간의 변화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몰라보게 예뻐졌다. 그야말로 미운 오리가 백조가 되는 격이다. 이렇게 예뻐지기 위해 성형외과 의사, 치과 의사, 정신과 의사, 헤어디자이너 등 각계 전문가가 총동원돼 한 사람에게 매달렸다. 그러니 변화는 당연한 것이었다. 마치 찰흙으로 예쁜 인형을 만들어내듯 그들은 예쁜 여자 하나를 뚝딱 완성해냈다.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면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이효리'처럼 예쁜 여자 되기가 정말 쉽게 이뤄졌다. 주문만 하면 어떤 미인이든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물론 몸이 뚱뚱한 사람도 걱정할 거 없었다. 지방흡입술을 받으면 되고, 피부가 안 좋은 사람은 박피를 받으면 되었다. 자기가 원하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가 있었다.

수술을 받고, 치아를 교정한 후 퉁퉁 부은 얼굴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살이 쪄서 피부가 터진 아랫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지만 당사자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당사자들에게는 좀 인격모독으로도 여겨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마도 예뻐지는 대가로 그런 것쯤은 받아들여야 하는 모양이었다.

자기 돈을 들여 코도 높이고, 지방을 흡입하고 치아를 교정하고, 턱도 깎고 이런 큰 공사를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갈 것 같았다. 그러니 일반인으로서는 예뻐지고는 싶지만 쉽게 이런 시술을 받을 수는 없었다. 돈이 있어야 코도 깎고 눈도 크게 찢을 수가 있고, 예쁜 드레스도 입을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예뻐지고 멋있는 여자도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는 '보이지 않는 손'인 자본의 지배를 받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만 있으면 외모도 확 뜯어고치지만 정신적인 문제점도 다 해결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이 프로그램은 믿고 있으며, 또 그 믿음을 시청자에게 강요하고 있었다. 한 여자는 결혼한 지 10년이 됐는데도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아기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대단했다. 오직 아기를 낳는 존재로서만 자기를 인식하는 듯 했다.


"다른 형제들은 다 아기가 있는데 나만 아기가 없다. 너무 불공평하다."

이 결여감이 그녀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보는 그 느낌을 경험할 수 없고, 자기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인생은 무가치하고 오직 이 일만이 중요한 일인데, 그걸 할 수 없으니까 사는 의미가 없다는 것 같았다. 아기에 포원이 진 여자였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시험관 아기를 시도하면서 번번이 실패하면서 몸은 몸대로 살이 찌고 망가지고, 정신적으로도 황폐해져 있었다.


이 여자를 전문가들이 합심해서 외모도 예쁘게 만들고 정신과 상담을 통해 삶의 의욕도 살려 놓겠다고 했다. 그녀는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그녀의 울분을 털어놓았다. 한을 밖으로 다 분출해냄으로써 그 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하는 작업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의구심이 생겼다. 정말 그녀가 그 쇠사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녀의 삶을 지탱하던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과연 삶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 방송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정신 건강은 보여주지 못했다. 거울 앞에서 예뻐진 자신의 모습을 확인시키는 것으로서 이 방송의 역할은 다한 것 같았다.

3개월간의 노력 끝에 그녀는 확실히 예뻐지긴 했는데 그녀의 정신의 변화는 관찰하기 어려웠다. 그녀가 아기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고 결여감에서 해방돼서 정말 삶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외모를 뜯어고치고 그 결과를 즐기는 방송이었다. 아주 못생긴 여자를 찾아내서 굉장히 멋진 여자로 만들어냄으로써 두 가지 효과는 확실히 일궈냈다. 누구든 예뻐질 기회는 있다는 것, 즉 언제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하나고, 다른 하나는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미국산 자본주의 이념의 재확인이었다.

허나, 행복이나 자유로운 삶, 건강한 정신은 여전히 미제로 남았다. 미국산 자본 우월주의의 한계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외모를 고치고 상담을 받음으로써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은 갖게 했지만 그걸 입증하지는 못했다.

개인적 생각을 덧붙인다면, 예뻐진다 하여 돈이 많다하여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돈 많은 사람은 왜 자살하고, 예쁜 여자는 다 행복하게? 이런 프로그램은 예뻐지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한 그런 프로그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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