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낮잠을 즐기던 청솔모가 '소리'에 잠을 깬 듯.추연만
생명체는 솔숲과 조화를 이룬 자연의 일부
솔숲의 바람은 생명력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 그 소리마저 일품이다. 산비탈을 오른 바람을 머금은 후 "쏴~"하고 솔바람 소리를 낼 때면 귀가 무척 즐겁다. 인적이 드문 솔숲 여기저기엔 까치들도 날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도 나무를 오가며 노래한다.
이방인이 온 것도 모른 채 청솔모는 나뭇가지에 엎드려 낮잠을 자고 있다. 반복되는 "쏴~"하는 솔바람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소리 탓인지 어느새 잠에서 깨어 놀란 듯 주위를 경계한다. 이렇게 생명체들은 솔숲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고 있다.
또 소나무 숲은 왕릉의 위엄과 문화가치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야산에 솔숲이 없고 큰 무덤만 홀로 있다면 왕릉의 위엄은 지금보다 훨씬 반감될 것이란 추측을 쉽게 할 수 있다. 자연과 분리된 허허벌판에 아무리 큰 무덤을 세운 들 무슨 경외감이 들겠는가? 역설적으로 보면 왕릉은 솔숲을 포함해 산자락의 일부로 존재할 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
왕릉 오르는 숲길을 지나는 동안 능에 관한 여러 질문은 흥덕왕릉의 가치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능은 다른 무덤과 다른 어떤 것이 있을까?' '왕릉 조각들은 어떤 예술성이 있을까?' '흥덕왕은 왕비에 대한 순애보 사랑으로 합장무덤이라는데, 어떤 설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