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두 수레바퀴, 사랑과 증오

[발트해 기행 7] 노르웨이 비겔란공원에 서다 (3)

등록 2005.08.21 15:06수정 2005.08.21 17:41
0
원고료로 응원
a 사랑하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랑하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 한석종


a 갈등과 미움의 모습은  왠지 부자연스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갈등과 미움의 모습은 왠지 부자연스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 한석종

인간의 생과 사, 희노애락을 그대로 농축시켜 놓은 비겔란 조각공원의 거대한 돌기둥 '모노리트' 앞에 서면 자신의 굴곡진 삶이 아스라히 떠올라 순간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그의 조각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삶의 두 수레바퀴인 사랑과 증오에 대한 의문이 쉴새없이 터져나온다.

관련
기사
- 인간의 생과 사, 희로애락이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곳(1)

비겔란은 그의 작품 속에서 어린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불어넣고 있었으며, 소년 소녀들에게는 드높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성인들에게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인 사랑과 증오, 고독과 죽음 등에 대한 결코 가볍지 않은 화두를 끊임없이 던져주고 있었다.


a 비겔란의 조각작품 옆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또 다른 조각품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비겔란의 조각작품 옆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또 다른 조각품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 한석종

비겔란은 유언에서 조각공원은 항상 열어둘 것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입장시킬 것을 주문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세계인들의 해방 공간이 되었다.

여름철이면 오슬로 시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옷차림으로 공원잔디밭에 나와 생동감 넘치는 조각작품 옆에서 삶의 수레바퀴를 흐르는 시간 속에 내맡긴 채 일광욕을 즐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의 모습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느껴졌으며, 우리네 삶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하나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풀어낸 역동적인 모습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런 그들의 모습이 하나 하나의 조각품처럼 느껴져 어느 것이 돌 조각상이고 어느 것이 사람들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이 공원 안에서 조각품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 공원에 펼쳐진 수많은 조각 작품들 중 하나이리라.

a 비겔란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불어넣었다

비겔란은 어린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불어넣었다 ⓒ 한석종

비겔란의 조각 작품을 더욱 더 생동감 넘치게 만드는 것은 항상 사람들의 온기가 떠나질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는 항상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슬로 시민들은 물론 한 해 동안 무려 500여만명의 관광객이 쉴새없이 이곳을 찾는다.


이 공원은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에게 더욱 더 친숙한 공간으로 느껴진다. 아이들에게는 이 조각품 하나 하나가 놀이터의 놀이기구나 마찬가지다. 하교 길에 한무리의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공원 안으로 들어온다. 조각품 속의 든든한 아빠의 어깨 위에 올라 무등을 타기도 하고, 세상을 다 품을 만큼 너른 엄마의 품속으로 기어들어가 조각품 속의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고 놀면서 조각품 속의 그들과 친구가 된다.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한가로이 산책 나온 한 여인이 이들 곁을 비켜가고 있다.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과 유모차에 사랑을 가득 담고 희망에 가득한 여인의 모습을 황혼의 한 노파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이 공원의 분위기는 자유스러우면서도 가볍지 않고, 그렇다고 결코 무겁지도 않다. 절제된 자유로움과 차분함 속에 오늘도 그들 삶의 순간 순간이 또 하나의 조각품으로 조각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의 맨살처럼 느껴지는 조각상에 마치 내 체온을 온전히 전해줄 것처럼 바짝 다가섰다. 돌의 차가움 대신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움과 증오로 불타오르던 조각상이 순간 격한 증오의 빛이 수그러지고 사랑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a 청소년들에게는 드높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드높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 한석종

사람들은 때때로
수평선이 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수평선 밖으로 뛰어내릴 때가 있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모든 증오일 때

사람들은 때때로
수평선 밖으로 뛰어내린다

- 정호승 시 '삶'





a 사랑은 젊음의 특권인가!  그 모습은 더욱 빛난다.

사랑은 젊음의 특권인가! 그 모습은 더욱 빛난다. ⓒ 한석종


a 미움을 넘어 증오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미움을 넘어 증오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 한석종


a 타인의 마음속에 사랑의 온기를 전해주는 평온한 사랑

타인의 마음속에 사랑의 온기를 전해주는 평온한 사랑 ⓒ 한석종


a 미움과 증오의 전주곡은 갈등

미움과 증오의 전주곡은 갈등 ⓒ 한석종


a 사랑이 넘쳐흐르는 갓난아이와 두 할머니 틈새에서 시름만 깊어지는 할어버지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사랑이 넘쳐흐르는 갓난아이와 두 할머니 틈새에서 시름만 깊어지는 할어버지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다. ⓒ 한석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대통령, 정상일까 싶다... 이런데 교회에 무슨 중립 있나"
  4. 4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체코 언론이 김건희 여사 보도하면서 사라진 단어 '사기꾼' '거짓말'
  5. 5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