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구속시킨 검사가 삼성측 변호사 됐더라"

삼성SDI 해고자 송수근씨 "퇴원 후 X파일 진상규명 돕고 싶어"

등록 2005.08.19 09:00수정 2005.08.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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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목디스크 수술을 받고 부산 침례병원에 입원 중인 송수근씨.

목디스크 수술을 받고 부산 침례병원에 입원 중인 송수근씨. ⓒ 오마이뉴스 윤성효


"2000년 6월, 삼성을 비난하는 유인물과 기자회견 때문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때 검사가 그러더라. 삼성과 합의하지 않으면 자기가 책임지고 구속시키겠다고. 그래서 석달간 징역을 살았다. 그 뒤 임금체불 민사소송이 있었는데, 그때 나온 회사측 변호사가 누군지 아느냐. 바로 나를 구속시켰던 그 검사더라.”

17일 오후 부산 침례병원에서 만난 삼성SDI 해고자 송수근(42)씨의 말이다. 그는 2001년 두 번째 구속 이후 목 디스크를 앓다가 악화되어 지난 7월 26일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그는 퇴원하는 대로 몸을 추스린 뒤 자신을 구속하고 재판했던 검사·판사들이 지금은 삼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검사며 판사가 삼성 앞에서 왜 꼼짝 못하는지 알 것 같다"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송씨는 삼성SDI 전신인 삼성전관에 들어가 12년간 텔레비전 화면조정 과정에서 일했다. 1998년 해고된 뒤 삼성과 관련, 여러 차례 검찰과 법원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그는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갔지만 패소했다. 유인물과 기자회견 등을 이유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삼성에 의해 고발되어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 구속되었고, 임금체불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모두 4건의 소송·구속사건과 관련된 검사와 판사, 대법관들의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2000년 6월 나를 구속시켰던 검사가 그 뒤에 변호사가 되어 삼성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다른 검사와 판사, 대법관들도 그 검사와 비슷한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삼성이 사법부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 사건을 통해 증명해 보일 것이다. 퇴원하면 곧바로 삼성의 반대편에 있었던 노동자들을 구속시키고,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던 판사들을 조사할 것이다."

"끊임없이 삼성으로부터 미행·도청 당했다"

송수근씨는 해고 뒤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삼성해복투)에서 활동해 왔다. 삼성본관 건물 앞과 서울역 등지에서 천막농성과 집회를 벌였다. 이같은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끊임없이 삼성으로부터 미행과 도청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고되자 삼성은 2인1조로 편성해 3교대로 감시했다. 밤낮이 없었다. 집 앞에 커피숍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거기서 살다시피 했다. 종업원한테 물어보니 만화책 빌려다가 죽치고 앉아 있었다고 하더라. 내가 움직이면 직원들은 꽁무니를 따라 미행했다."

그는 해고 뒤 하루는 언양 집에 있다가 천안에 있던 삼성 해고자 김갑수씨를 만나기 위해 갔다고 한다. 삼성 직원들은 고속도로까지 미행해 왔다는 것이다. 천안톨게이트를 지나고 그는 승용차를 멈춘 뒤 뒤따라오던 직원들을 붙잡고 ‘왜 따라오느냐.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직원들은 ‘친척 집에 간다’고 말하더라는 것. 그래서 '먼저 가라'고 했는데도 그들은 가지 않고 미행해 오더라고 술회했다.


삼성이 불법도청의 피해자라고?

그는 “삼성은 해고자들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복제해서 위치추적까지 한 것으로 안다”면서 “2003년 삼성해복투 활동을 하면서 상경투쟁을 했는데, 그 때 삼성은 초 단위로 위치추적을 하면서 감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위치추적과 도청 등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 때 검사가 누구였는지도 알아보고 지금은 어떤 자리에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수근씨는 X파일 사건이 터진 뒤 ‘삼성은 불법도청의 피해자’라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역시 삼성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는 제발 제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데, X파일사건이 터지자 자기들은 '불법도청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느냐. 그 말을 들으니 분하다. X파일 사건이 터져 전국에서 삼성이 몸통으로,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촛불시위까지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도 병상에 누워 있으니 안타깝다.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검찰을 감시해야 한다."

목디스크 악화, 삼성 상대로 산재신청 내기로

송씨는 4주째 입원 중이다. 부인 박미경씨가 비디오가게를 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삼성SDI 현장 활동가들이 돈을 모아 병원비로 써달라고 집사람한테 전달한 것으로 안다. 활동가들이 회사 눈치 보면서 돈을 모았을 것인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목디스크 발병이 삼성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산재신청도 낼 예정이다. 12년간 삼성SDI에서 텔레비전 브라운관 화면조정 작업(칼라사업부 ITC)을 하며 목과 허리에 무리가 갔다고 보고 있다. 그는 "삼성SDI에서 일하다 그만 둔 뒤 지난 해 8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가 인정된 김명진씨와 같은 일을 했는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번째 구속되어 1년8개월간 징역을 살았는데 이때 몸이 더 나빠졌다고 보고 있다. 그는 "만기 출소 뒤에도 스트레스 등으로 목이 뻐근하면서 건강이 더 나빠졌다"면서 "해복투 활동 등으로 수술을 미루다가 이번에 했는데, 빨리 퇴원해서 X파일 진상이 제대로 공개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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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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