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국민과 함께 하려면 즉각 특검을 실시하라

특검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

등록 2005.08.19 10:59수정 2005.08.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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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은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중요한 문제제기에 대해 언론과 국민이 냉담하여 자신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힘들다는 심경을 밝히고, 언론의 협조를 부탁하였다.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인정했듯이 지금 노무현 정권과 국민 여론 사이의 괴리감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의 탓인가? 노무현 정권에 비협조적인 제도권 언론의 탓인가? 방치하면 나라가 제대로 되지 않을 중요한 문제를 제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무지한 대중의 탓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지금 국민이 절실하게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그것과 동떨어져 시의에 적합하지 못한 정치적 의제를 자꾸만 제기하고 고집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의 탓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 온 국민의 눈과 귀는 소위 X파일로 불거진 정·검·경·언 유착 관계와 불법도청 파문에 쏠려 있다. 특히 18일에는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그동안 삼성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받았다고 익명으로만 떠돌던 녹취록 속 검찰들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파문이 확대되고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검찰 관계자 중 김상희 현 법무부차관은 사표를 제출하면서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였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범죄 여부를 떠나서 이제 더 이상 국민이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떡값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검찰들의 실명을 거론한 노회찬 의원도 지적한 것처럼, 범죄 당사자들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내버려 둔 채, 그들이 속해 있는 집단인 검찰에게 수사를 맡긴다면 과연 누가 그 수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는 제 집안 식구에게 일을 맡기는 꼴이요, 심하게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 할 것이다.

이런 것쯤은 세 살 먹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는 너무나 뻔한 일이다. 그리고 국민의 여론은 이런 지극히 상식적인 것에 기초한다. 지난 18일 전국 108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삼성 불법뇌물 공여사건 및 정·경·검·언 유착의혹 및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도청테이프 내용 검토와 공개 문제는 특별법으로 하고 이와 관련된 수사는 특검이 맡으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식에 따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미 지난 8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가 있다. 거기서 노 대통령은 "정·경·언 유착도 중요한 문제지만 도청 문제 자체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라고 하면서, 특별법을 제정해서 그 문제를 다루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검찰이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은 도청 수사 하나 맡길 수 없을 만큼 믿기 어려운 조직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구체적인 의혹이 있으면 그 때 가서 국회에서 합의해서 하면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해 아직도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은 이번 검찰 떡값 파문에 대한 노회찬 의원의 지적에 대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를 기다려 달라고 한 데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태도야말로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부를 국민의 여론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며, 국민을 냉담하게 만드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검찰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뇌물을 받은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실명이 거론된 검찰 인사들은 모두가 내로라 하는 검찰의 수뇌부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의 속성과 질긴 연줄로 이리저리 얽힌 친밀한 관계로 볼 때 검찰이 이들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분명한 국민의 여론임을 알아야 한다.

노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국민은 벌써부터 이런 검찰의 수사 능력과 의지에 대해 뿌리 깊은 의혹을 갖고 있으며 그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끝낸다 해도 국민 누구도 그 수사가 엄정하고 공정했음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혹이 계속 남는다면 노 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다시 특검에 의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얼마나 큰 손실과 낭비인가. 이로 인한 엄청난 국력의 손실과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과 정부는 즉각 특검 실시 방침을 천명해야만 한다. 이것만이 현 시기 국민 여론을 제대로 듣는 일이요, 국민과 동떨어지지 않고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다.

불법 도청 자료 검토와 공개 여부 문제는 노 대통령의 제안대로 특별법을 제정해 다루는 것이 사리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불법 도청 자료의 실태 문제와 그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 같은 것은 너무나 중대해서 누가 섣불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 자신도 얘기했듯이 특검과 특별법 제정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밝혔듯이 지금 국민의 여론은 특별법은 특별법대로 추진하되, 특검도 당장 실시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지극히 분명하고 쉬운 상식에 입각한 국민의 여론을 계속해서 무시하면서 시의적절하지 못한 정치적 의제만을 고집한다면, 날이 갈수록 국민과 점점 더 동떨어지게 될 것이다. 먼저 국민과 뜻을 함께 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야 비로소 나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다른 중요한 문제들도 국민의 성원으로 힘 있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면, X파일에 대한 특검 수사를 당장 실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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